이재명 "보복·갈등 아닌 존중·대화로" 퇴원 뒤 던진 첫 메시지 뜻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원에서 21일만에 퇴원하자마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유세 현장에서 “보복과 갈등으로 점철된 사회가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고, 인정하고,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이 사적 이익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쓰여지게 하자”며 “그 첫 출발이 바로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라고 말했다. 퇴원 뒤 당 안팎에 던진 첫 메시지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공지를 통해 “이 대표가 오늘 오후 녹색병원에서 퇴원해 자택에서 당분간 회복치료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단식 19일 차인 지난달 18일 병원으로 긴급이송된 뒤 같은달 23일 단식을 중단했고, 이후 입원 상태로 회복 치료에 집중해왔다. 당초 7일 진교훈 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 유세에 동참하려 했으나 의료진 만류로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 퇴원 직후 강서구 발산역으로 향한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고 단상에 올라 제일 먼저 진 후보의 손을 번쩍 맞잡아 들었다. 이 대표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나 나라를 구한 것은 언제나 백성이었고 국민”이라며 “지금도 바로 국민 여러분, 강서구민 여러분이 나설 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앞에 거대한 장벽이 놓여있다. 장벽의 두께와 높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좌절하지 않고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손잡고 반드시 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주권자로 존중하는 게 아니라 지배 대상으로 여기고 업신여기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걸 직접 행동으로 증명해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이날 유세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자”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당내 비명계 의원이 다수 이탈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친명계와 일부 강성 당원들은 가결파 색출 및 징계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유세에서 “부족하고 억울한 게 있어도 잠시 제쳐두고 저 거대한 장벽을 우리 함께 손잡고 넘어가자”, “손에 손 잡고 단결, 단합하자”고 말했다. ‘우리 안의 작은 차이’는 이 대표가 당내 갈등을 진화하려 할 때 자주 써 온 표현이다. 지난 1월에도 이 대표는 지지층을 향해 “우리 내부에 차이가 있더라도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와의 차이만큼 크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 발언은 전날(8일) 홍익표 원내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한테 공천을 줄 수 없다”고 언급해 당내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의원들이 당 대표 사퇴라든지 지도부 해체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면서 당에 부담을 주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또 상호 간에 인신공격이나 모욕스러운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도 잘못됐다”며 “의원들이 그런 행동을 할 경우 원내대표로서 제가 가진 권한을 갖고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가결파’에 대한 징계문제에 대해서도 “내년 총선 승리에 어떤 게 도움이 될 거냐를 놓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일각에선 “홍 원내대표가 가결표에 대한 공천 불이익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그럼 친명계에서 비명계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하는 건 당에 도움이 되는 건가”라며 “원내대표가 공천권 운운하는 건 오히려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립 성향의 의원도 “지금 시점에 공천 이야기를 하는 건 맞지 않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대표 복귀를 앞두고 나온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총선을 위해 통합 행보를 해야 하는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투트랙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홍 원내대표 발언은 (친명과 비명) 양쪽 모두를 향한 메시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이 대표는 생각보다 굉장히 냉정한 사람”이라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선거를 위해 필요한 통합 행보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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