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흔드는 이-팔 전쟁 리스크…Fed 등 사태 '예의주시'
유가 상승·경제 성장 둔화에 금리 결정 영향
전쟁 지속기간·확전여부 따라 타격 규모 결정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힘겹게 버티던 세계 경제가 또 다른 전쟁 리스크를 맞닥뜨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국 통화 정책 당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 사이 벌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여파로 9일 세계 주요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우선 국제 원유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하루에만 4% 상승했다. 두 원유 모두 전날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상승 폭은 다소 낮췄지만, 여전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전 시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주식시장이 각각 한글날 연휴와 체육의 날로 휴장한 가운데 주요국 증시는 대체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스톡스 600지수는 이날 한국시간 오후 4시 15분 기준 전거래일 대비 0.36% 떨어진 443.35에 거래됐다. 영국 FTSE 지수는 7489.51로 전거래일 대비 0.07% 내렸고, 프랑스 CAC 지수는 0.77% 하락한 7005.78에 거래되고 있다. 독일 DAX 지수는 1만5117.26으로 전거래일보다 0.74% 내렸다.
주말을 포함한 열흘 간의 국경절 연휴를 마치고 거래가 재개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44% 하락 마감했다. 미국 S&P500 선물과 나스닥100 선물도 하락세를 보였다.
중동 증시도 마찬가지로 하락하고 있다. 이스라엘 증시의 벤치마크인 텔아비브 증시는 전날 6.47% 급락했다가 이날 1% 반등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폭을 모두 잃으며 0.5% 하락한 상태다. 두바이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장 초반 1~2%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미 장기 국채, 금 등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2% 상승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올랐다. 현물 금도 온스당 1850.52달러로 1% 상승했다. 금값은 최근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번 사태로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 신경 날카로워져…인플레와 성장에 모두 리스크"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에 모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정책을 활용 중인 Fed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각국 통화 당국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지만, 이 지역에 주요 해운 항로인 수에즈만이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또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 산유국들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확전될 경우 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
영국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자금 및 시장 총책임자는 일간 가디언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에너지 시장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면서 "높은 금리 수준에도 미국이 연착륙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던 투자자들의 신경을 다시 날카롭게 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보통은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문제는 전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위험성도 공존한다는 점이다. 당장 전쟁 여파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 딜레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트리플아이자산운용의 카림 바스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에 모두 리스크"라면서 Fed에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중 어느 쪽이 더 큰 골칫거리인지 선별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스위스쿼트은행의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동의 긴장 고조와 장기화는 세계를 리세션(경기 침체)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세계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판단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전쟁의 지속 기간과 확전 여부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석유와 주식시장이 즉각적인 영향을 볼 수 있지만, (본격적인 영향을)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은 세계 경제 지도자들이 집결하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마라케시에서는 오는 15일까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G) 합동 연차총회가 열린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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