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다가오는데…사망자 2400명 넘은 아프간, 여진은 계속

박형수, 김은지 2023. 10. 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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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의 지진 사망자가 2400명을 넘어섰다.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민들은 잔해 밑에 깔린 생존자들을 꺼내기 위해 맨손으로 흙과 돌을 파헤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지진 피해자에 대한 조속한 도움이 절실하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방송 등은 아프가니스탄 재난부를 인용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445명이며 부상자는 2000명이라고 전했다. 앞서 부상자가 9240명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가옥은 1320채가 파괴됐다.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주거지 잔해를 보여준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7일 오전 11시 11분께 아프가니스탄 북서부에서 발생했다. 진앙은 헤라트주(州)의 주도 헤라트 북서쪽 35㎞ 지점으로, 지진 발생 깊이는 14㎞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현재까지 규모 4.3에서 6.2 사이의 여진이 여덟 차례 발생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국영 바흐타르 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적신월사를 인용해 헤라트 주의 진다 얀과 고리안 지역에 있는 약 12개 마을(190만 명 거주)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피해 마을 네 곳을 방문한 사진작가 오미드 하크주는 8일 AP통신에 “(지진 피해를 겪은) 주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사람들은 (충격에) 말을 할 수 없었고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이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치명적이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유라시아 지각판과 인도 지각판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힌두쿠시 산맥을 중심으로 지진 발생이 잦았다. 지난해 6월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파크티카 지역에서 6.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1500명 넘게 사망했다.

8일(현지시간) 헤라트 주 젠다 얀 지구에서 지진 피해자들이 통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은 오랜 내전으로 기반 시설과 사회 체제가 열악해 지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2021년 8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해외원조가 중단되면서 수년간 식량난이 지속되고 있다. 당시 미국과 동맹국들은 보유 중인 아프간 외환보유액 약 70억 달러(약 9조4400억 원)를 동결하고 자금 지원을 중단했고, 여성을 억압하는 탈레반에 반대해 국제 구호단체들도 지난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CNN은 “탈레반 재집권 이후 재난에 대한 대응 능력은 더욱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지진으로 인한 정확한 사상자 파악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첫 지진 발생 이후 약 36시간이 지났음에도 구호품을 싣고 날아온 비행기는 전무했다. 지난 2월 튀르키예·시리아에 강진 발생 직후 약 70여개 국이 구조대를 파견하거나 구호품 지원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공개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지원을 제안한 나라는 중국과 파키스탄 등 극소수 국가에 불과하다. 자오싱 아프간 주재 중국 대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국 정부와 구호기관들이 모든 종류의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구호단체인 국제구조위원회(IRC)는 구조장비 부족으로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RC의 아프가니스탄 이사인 살마 벤 아이싸는 “(아프가니스탄에는) 재난관리 능력이 별로 없다”면서 “사망자수가 매시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부상자들도 열악한 의료 인프라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고, 생존자들도 음식과 피신처·식수 등이 부족해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아프간인들이 헤라트주에서 지진 사망자를 매장한 뒤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8일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주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인명 손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피해자 중 대다수는 지진 발생 이전부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번 지진 피해자에 대한 국제 사회의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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