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불황 터널 지난다는데…삼성·하이닉스 ‘DDR5 시대’ 정면승부
끝없이 추락하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멈췄다. 연말이면 ‘반도체 불황 터널’을 지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론이 고개를 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전략 가다듬기에 나섰다. 내년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앞서 업계 주류로 떠오른 차세대 D램 제품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생산 비중을 늘려 매출과 수익 반등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DR5 생산라인을 늘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DDR5는 현재 업계 표준규격인 DDR4보다 용량은 4배, 데이터 처리 속도는 2배 빨라진 새로운 D램 반도체 규격이다. 지난 2021년 첫선을 보인 이후 시장에서 DDR4를 대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성과 평택캠퍼스에 총 6개의 D램 생산라인을 가동 중인데 화성에선 DDR4 등 범용제품, 평택에선 DDR5·LPDDR5 등 최신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이에 당초 계획보다 더 속도감 있게 DDR5 위주로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DDR5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력 사용을 줄여주는 D램용 전력관리반도체(PMIC) 생산량 역시 늘린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DDR5가 PC와 서버 시장에서 속속 채택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를 사실상 ‘DDR5 대중화 원년’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서 D램 생산량을 크게 줄였지만 이는 기존 DDR4 메모리에만 한정된 얘기다. DDR5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반등을 이끌 선봉장으로 꼽힌다.
전체 비중으로 보면 DDR5는 오히려 HBM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장 대세’로 자리 잡는 중이다. 당초 10% 안팎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던 DDR5 비중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힘입어 소비자·서버용 시장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보급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인텔과 AMD 등 주요 중앙처리장치(CPU) 업체들은 이미 잇따라 자사 최신 제품에서 DDR4 지원을 끝내고 호환할 수 있는 새로운 메모리 표준으로 DDR5를 채택했다.
모바일용을 제치고 전체 D램 시장에서 가장 큰 곳으로 부상한 서버용 시장에서 DDR5 비중은 올 4분기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오는 2025년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 비중이 40.5%까지 커지며 사실상 DDR4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 역시 올 4분기 DDR4가 이전 분기 대비 최대 5%, DDR5는 최대 8%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재고가 대부분 DDR4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요가 살아나도 DDR4와 DDR5 사이 가격 격차는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BM 시장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에서도 정면승부가 불가피해졌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서버용 CPU 시장 1위 인텔과 손잡고 자사 10나노미터(㎚·1㎚=10억 분의 1m)급 서버용 DDR5에 대한 성능 검증을 마치는 등 기선 제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를 개발해 연내 양산을 예고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32Gb는 D램 단일 칩 기준 역대 최대 용량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는 DDR5의 비중이 급상승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폭이 3분기보다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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