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탄 맞은 성지순례 “‘화약고’ 중동 평화위해 기도를”
한국 교민 피해 없지만 상황 주시해야
“중동과 한반도 평화위해 기도해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으로 중동 지역이 50년(1973년 4차 중동전쟁) 만에 ‘화약고’가 되면서 팬데믹 후 가까스로 재개된 성지순례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성지순례가 팬데믹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우려한 가운데, 이틀 만에 사상자가 1000명 이상 나온 중동의 ‘샬롬’을 위한 세계교회의 중보기도가 요청된다.
성지순례, 팬데믹 고개 넘기니 전쟁으로 재개 불투명
8일 외교부에 따르면 현지에 있는 한국 교민 피해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에 장기 체류하는 한국인은 예루살렘 290여명, 텔아비브 등 중부 지역 210여명 등 570여명이다.
팬데믹 후 모처럼 ‘문전성시’를 이루던 이스라엘 성지순례 기상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이스라엘에 머무르고 있는 순례객의 안전 귀국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스라엘에서 성지순례팀을 인솔 중인 천지투어 소속 가이드 이동환씨는 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하마스의 첫 공격이 있었던 가자 지역 인근으론 갈 수 없으며 요르단 서안과 사해, 요단강 인접 지역도 관광객 접근이 불가능하다”면서 “일부 성지순례팀이 안전 문제로 여리고를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현재는 모두 안전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14만명 가량의 관광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텔아비브에서 출국해야 하는 팀들은 모두 항공편 정상 운항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육로의 경우 벧산 국경을 제외하고 모두 닫았다”고 했다.
성지 가이드 30년 경력의 이강근(유대학연구소장) 박사는 성지순례 기상도에 대해 팬데믹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박사는 “하마스가 첫 공격을 한 지난 7일부터 오는 12월까지 성지순례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팬데믹 후 최근 성지순례가 재개되기까지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며 “성지순례를 할 때 보통 30여명이 한 그룹으로 구성하는데 팀 구성을 하기까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걸린다. 올해 말까지 전쟁이 이어져도 내년 2~3월까지 성지순례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팬데믹때처럼 성지순례 재개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박사는 “30년 경험을 돌이켜보면 성지순례는 금융위기, 팬데믹 등 질병, 전쟁 등의 영향으로 평안한 날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성지전문 방송 바이블랜드’를 운영하는 한국성서지리연구원장 홍순화 주심교회 목사도 “내년 상반기까지 비행기 표가 없을 정도로 (성지순례객이) 대기 중인 상태로 알고 있는데 전쟁으로 여행 취소가 불가피해졌다”며 “목숨을 담보해 성지순례를 갈 사람은 없다. ‘인생 버킷리스트’로 성지순례를 계획한 성도들이 많은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교민 피해 없지만, 현지 상황 주시 중
이스라엘에 머무르고 있는 선교사와 교민들은 안전한 곳에 피신하며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가자 지역의 인근 아슈켈론에서 7년간 사역 중인 A선교사는 한국대사관 지침으로 현재 예루살렘에서 피신 중이다. A선교사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예루살렘으로 70㎞가량 이동하는 중에도 로켓이 날아왔다. 예루살렘에서 비상 사이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A선교사가 사역하는 B교회 교인들도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황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 아슈켈론으로 돌아가 의료 물품과 식량 전달 등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선교사는 반복되는 테러와 군사 공격 속에서 무고한 생명의 피해가 없고, 의료물품이 긴급한 상황 속에서 부족함 없이 채워지도록 기도 제목을 요청했다.
이스라엘 한인회장 채완병 예루살렘교회 목사도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스라엘 내에 있는 한인·현지 교회들은 대부분 토요일 안식일에 예배를 드리는데 지난 7일 대부분 줌(Zoom)으로 비대면 예배를 드렸다. 교민들은 대부분 집에서 나오지 않고 안전하게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채 목사에 따르면 전면전 태세에 따라 이스라엘에서 사흘간 모든 학교와 회사, 기관 등은 임시 휴교와 휴업을 한 상태다. 채 목사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민간인 등 100여명이 인질로 잡혀간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이 안전하게 돌아오고, 전쟁이 조속히 해결되며 주님의 공의가 펼쳐지게 해달라고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히브리대 한동글로벌센터 소장인 유진상 한동대 겸임교수도 “이스라엘 정부가 예비군을 소집한 가운데 저와 교제하는 크리스천 유대인들도 한인교회에 이스라엘을 위한 중보기도를 요청했다”며 “어느 때보다 교민뿐 아니라 현지인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도 크다. 현 상황을 강건하게 버티고 평안을 갖도록 기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동 및 한반도 평화 위해 기도해야
크리스천은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며 기도해야 할까. 30여년간 베들레헴에서 사역을 펼친 강태윤 선교사는 “이번 전쟁의 핵심은 기독교·이슬람의 종교 갈등에서 비롯됐다”며 “선제공격을 한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객관적으로 전력 상대가 되지 않음에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뒤에 있는 이슬람을 믿고 도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선교사는 “인질 문제로 이스라엘이 군사적 행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교회는 이 땅의 분쟁이 종식되고 이를 타산지석 삼아 한반도에 전쟁이 생기지 않도록 기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일광 고려대학교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2014년 이·팔 전쟁 때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1500여명이었으며 2012년 때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1000여명이 사망했다”며 “양측 분쟁은 오랜 기간 지속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오랜 기간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이스라엘인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죽였다는 생각과 복수심일 것”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점을 주목해 이스라엘 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중립적 입장에서 잘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김동규 장창일 조승현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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