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별따기'로 합격했는데…대기 중인 지방공무원 2875명

문희철, 김민욱 2023. 10. 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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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공개채용 면접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서울시 9급 공무원 신규임용시험에 합격한 A씨는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해 대기 중이다. A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친척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천신만고 끝에 합격했는데 (아직 임용되지 않아도) 괜찮냐’고 자꾸 물어서 곤란했다”며 “언제 임용될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A씨처럼 지방직 7·9급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지만, 아직 정식으로 임용되지 못한 예비 공무원이 285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지방공무원 임용 대기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14일 기준 임용 대기 중인 지자체 공무원은 7급 228명, 9급 2629명 등이다. 국가직 공무원이나 교육공무원 등은 제외된 수치다.

지방공무원 합격자 인사 적체 가중

임용 대기 중인 주요 지자체 지방공무원 합격자 중 실무 수습 인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지자체별로 보면 부산시 9급 공채 합격자 중 임용 대기 인원이 851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시는 결원·퇴직 등으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 9월 평년 대비 2배 정도 더 채용했다. 부산시는 법정 임용 허용 기한(2년)인 2024년 9월까지 이들을 모두 임용할 계획이다.

서울시(488명)·경기도(407명)·대구시(307명)도 지난해 9급 공무원을 대거 선발했지만, 각각 합격자 수백명이 정식으로 일하지 못하고 있다.

7급 공무원은 서울시에 전체 임용 대기자의 68.9%(157명)가 몰려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채용 인원 산정 당시 예상했던 규모보다 결원이 크게 줄면서 이례적으로 적체 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24년 12월 전까지 7·9급 임용을 완료할 예정이다. 반면 대전·세종·충남·강원·경북·제주는 임용 대기자가 한 명도 없었다.

국가공무원 7급 공개경쟁 채용 제2차 시험장인 서울 서초구의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인사혁신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이들이 장기간 일하지 못하는 배경은 지자체별 공무원 결원자가 별로 없어서다. 지자체는 결원·퇴직 규모를 고려해 채용 규모를 결정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생각보다 빨리 종식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휴직자가 대거 복귀, 빈자리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성별 최소 채용비율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게 이 제도의 핵심 내용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시험에서 남·여 성비가 30%에 미달하면 정원이 초과하더라도 뽑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선발 예정 인원 대비 초과 합격자가 발생하면서 임용 대기자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인 ‘작은 정부’도 영향을 미쳤다. 국가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임기 중 공무원 정원을 늘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역대 정권 최고 수준인 공무원 13만266명(12.6%)이 증가했다.

15%(7급)~25%(9급) 실무 수습 중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임용이 지연되면서 대기자 가운데 상당수는 실무 수습을 하고 있다. 7급 임용 대기자의 14.9%(34명), 9급 임용 대기자의 24.8%(652명)가 지자체에서 수습 직원으로 일한다.

실무수습 직원은 지방공무원 임용령 25조에 따라 임용 예정 직급 1호봉의 80%만 급여를 받는 비(非) 공무원 신분이다. 하지만 공무원과 같은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 신용임용후보자 실무수습 운영지침에 따르면, 직무상 행위·벌칙을 공무원에 준해서 적용한다.

이들 상당수는 장기 임용 대기 과정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실무 수습으로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혜인 의원은 “9개월~1년 동안 이렇다 할 생계수단 없이 기다려야 하는 임용 대기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임금·수당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욱·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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