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 벌써 1000건이나…“미성년 형상 규제해야”

지난해 12월 지침 개정…성인 형상 통관 허용
미성년 및 특정 인물 형상·전기 제품은 금지

지난해 사람을 본뜬 성인용품인 이른바 ‘리얼돌’ 통관이 허용된 이후 총 1000건이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얼돌 통관 허용 지침이 시행된 작년 6월 말 이후 수입 건수는 1005건이었다. 이중 전신형 제품은 270건, 신체 일부형 제품은 735건이었다.

앞서 관세청은 수입되는 성인용품 리얼돌을 음란물로 보고 국내 통관을 보류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2018년 이후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 49건 중에서 진행 중인 4건을 제외하면 관세청이 승소한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

이에 관세청은 작년 6월 말부터 신체 일부를 묘사한 리얼돌에 대해서는 통관을 허용했다. 이어 법원 판결과 국무조정실·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 지난해 12월 26일 관련 지침을 개정해 성인 형상의 전신형 리얼돌 통관까지 허용한다고 밝혔다.

리얼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미성년 형상 전신형 리얼돌과 인물이 특정되는 경우는 통관이 금지된다. 또 전기 제품 기능이 포함된 제품도 통관 금지 대상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도 리얼돌 규제는 미성년 형상에 한해 실시된다. 길이·무게·얼굴·음성 등 전체적 외관과 신체적 묘사 등을 종합 고려할 때 미성년의 형상을 하고 있거나, 특정 인물의 형상 또는 전기 제품 기능(온열·음성·마사지)이 포함돼 안전성 확인이 필요한 경우 등이다.

서 의원은 “관세청의 리얼돌 수입통관 기준 지침에는 아동·청소년 형상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없고, 해외와 달리 수입·판매·운송 등에 관한 처벌 규정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 형상에 대한 명백한 기준과 미성년 리얼돌 제작·수입·유통 등을 금지하는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얼돌에 대한 국내의 여론은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물품”이라는 주장으로 나뉜다. 찬성하는 쪽은 “국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의 행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와 여성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며, 강간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