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프라이부르크전 90분 맹활약…키커 '8R 베스트11'→뮌헨 입단 뒤 처음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레전드 수비수 로타어 마테우스의 비판이 무색할 정도다.
A매치 앞두고 팬들에게 기립박수 받는 활약을 펼친 김민재가 독일 최고의 축구 전문지 키커가 선정하는 '주간 베스트11'에 처음 올랐다.
바이에른 뮌헨은 9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일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SC프라이부르크와의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7라운드 맞대결에서 킹슬리 코망의 멀티골과 르로이 사네의 득점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프라이부르크전 승리로 뮌헨은 리그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승점 3점을 추가하면서 승점 17(5승2무)로 바이엘 레버쿠젠(승점 19·6승1무), VfB슈투트가르트(승점 18·6승1패) 다음인 3위로 올라섰다. 프라이부르크는 승점 10(3승1무3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9위로 추락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민재는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4-2-3-1 포메이션에서 센터백 중 한 명을 맡았다.
스벤 울라이히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백4를 구성했다. 3선은 레온 고레츠카, 요주아 키미히가 지켰고, 2선엔 르로이 자네, 토마스 뮐러, 킹슬리 코망이 출전했다. 최전방 원톱 자리엔 해리 케인이 이름을 올렸다.
뮐러는 초반부터 상대를 밀어붙여 완승을 챙겼다. 전반 11분 코망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크로스가 포물선을 크게 그리며 그대로 골대로 향했다. 상대팀 노아 야투볼루 골키퍼의 키를 넘기며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됐다.
행운의 득점이 터진 뒤 분위기를 탄 뮌헨은 빠르게 추가골을 만들어내며 점수 차를 벌렸다. 전반 24분 자네가 멋진 드리블 돌파로 프라이부르크 수비진 사이를 뚫어 케인에게 패스했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온 케인은 다시 자네에게 공을 내줬다. 케인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자네는 왼발로 공을 골대 안으로 집어넣어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뮌헨은 전반 43분 코망의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고 멀티골을 달성하는 듯 했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코망의 패스를 받을 때 위치가 오프사이드인 것으로 확인돼 득점이 취소됐다.
후반에도 맹공을 펼치던 뮌헨은 후반 39분 코망에 다시 한번 행운이 따르면서 끝내 쐐기포를 얻었다. 지난 여름 자유계약 신분으로 온 콘라트 라이머의 침투 패스를 받은 코망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와 수비수를 한 명 제친 뒤 먼 포스트를 노리고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다. 코망의 슈팅은 바로 앞에 있던 원정팀 필리프 수비수 린하르트 등 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가면서 득점으로 완성됐다.
이날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김민재는 90분 뒤 찬사를 받았다. 축구 통계매체 '풋몹(FobMob)'에 따르면, 이날 김민재는 90분 동안 패스 성공률 92%(157/171), 기회 창출 1회, 가로채기 3회, 리커버리 10회, 공중볼 승률 100%(8/8) 등을 기록하며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평점도 8.3점을 획득, 멀티골을 넣은 코망(9.2)과 추가골 넣은 자네(8.5)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민재는 후반 3분 프라이부르크 윙어 막시밀리안 필리프의 박스 안 돌파를 강인한 체격으로 막아내고 골킥을 만들면서 뮌헨 홈팬들한테 기립 박수를 받기까지 했다.
이로써 김민재는 직전 경기였던 코펜하겐전에 이어 다시 한번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뮌헨 핵심 수비수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독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키커도 뮌헨-프라이부르크전 직후 분데스리가 7라운드 베스트11에 올려놓았다.
키커가 9일 발표한 7라운드 베스트11에 따르면 김민재는 도르트문트 수비수 니코 슐로터베크와 4-1-4-1 포메이션의 센터백 콤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월 뮌헨과 이적료 약 700억원, 세후연봉 140억원에 5년 계약한 김민재가 키커의 베스트11에 뽑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재와 슐로터베크 외엔 정우영 소속팀인 슈투트가르트의 기니 공격수 세르후 귀라시가 원톱으로 뽑혔으며, 중원엔 김민재 동료인 자네와 코망을 비롯해 요나스 호프만, 플로리안 뷔르츠(이상 바이엘 레버쿠젠)이 포함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는 후고 라르손에게 돌아갔다.
알렉스 그리말도, 예레미 프림퐁(이상 바이엘 레버쿠젠)이 좌우 측면 수비수에 뽑혔으며 골키퍼는 보훔의 마누엘 리만에게 돌아갔다.
마침 김민재에 최근 주춤하면서 독일 언론과 마테우스가 비판하는 등 경기력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어서 그의 주간 베스트11 선정이 더욱 뜻이 깊다.
김민재는 앞서 지난 1일 2-2 무승부로 끝난 라이프치히와의 원정 경기에서 혹평을 받았다. 전반전에만 2골을 실점하며 패배 위기에 놓였던 뮌헨은 후반전에 해리 케인과 자네가 각각 만회골과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패배를 모면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라이프치히전서 패스 성공 106회, 패스 성공률 92%로 패스는 안정적이었으나 공중볼 경합 성공률 25%로 상대 공격수 로이스 오펜다에 밀리는 모습이 자주 노출됐다.
오펜다는 몇 차례 경합 이후 자신감을 내비치며 김민재를 어렵게 만들었고, 뮌헨은 골키퍼 울라이히의 실수까지 겹치며 오펜다에게 1골 1도움을 허용하면서 끌려다녔다.
만약 뮌헨이 그대로 패했다면 김민재도 패배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투헬 감독도 처음으로 김민재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내비쳤다. '키커'에 따르면, 투헬은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에 대해 "김민재는 1대1로 나갈 이유가 전혀 없었고, 우파메카노는 김민재를 지키기는커녕 나가서 공간을 허용했다"라고 지적했다.
투헬 감독뿐만 아니라 독일과 마테우스도 김민재를 지적했다. 마테우스는 뮌헨에서 1984~1988년, 1992~2000년까지 활약했으며, 당시 분데스리가 우승만 7회를 달성한 레전드다. 또 독일 대표팀에서도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고, 대표팀 경기만 150경기를 출전해 역대 독일 대표팀 최다 출장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뮌헨에서 뛸 때 당시 미드필더와 더불어 중앙 수비수로도 인정받으며 리베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선수다.
최근 독일 매체 '스카이스포츠 독일' 보도에 따르면, 마테우스는 김민재에 대해 "김민재는 아직 우리가 기대했던 것에 근접한 기량은 아니며, 뮌헨의 불안 요소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마테우스는 이어 "그는 분데스리가에 익숙해져야 한다. 김민재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탈리아에서 그가 해낸 업적을 고려하면 내가 그에게 거는 기대에 아직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탈리아 최고의 수비수였던 김민재가 뮌헨에서 드러낸 기량이 아쉽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 언론과 마테우스의 비난이 나오기 무섭게 김민재는 주중 챔피언스리그 코펜하겐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더니 프라이부르크전에선 독일 최고 명문팀의 핵심 수비수 다운 활약을 선보이며 키커의 베스트11에 처음 등록되는 등 실력으로 논란을 일축했다.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코펜하겐전부터 준수한 플레이로 논란 정면돌파에 나섰다.
이날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한 김민재는 탄탄한 수비력과 정확한 패스로 호평을 받았다. 축구 통계매체 '풋몹(FobMob)'에 따르면, 이날 김민재는 패스 성공률 92%(90/98), 롱패스 성공률 67%(8/13), 걷어내기 5회, 리커버리 12회, 공중볼 경함 승률 71%(5/7) 등을 기록했다.
1골 내주긴 했지만 후방 빌드업의 중심이자 최후방 수비수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풋몹'은 김민재한테 평점 8.4점을 주면서 팀 내 최고 평점을 부여했다.
다른 매체들도 코펜하겐전 김민재 플레이를 보고 호평을 내렸다. 다만 일부 매체들은 상대 선수 앞으로 공을 보내 선제 실점의 빌미가 됐던 김민재의 아쉬운 걷어내기를 지적했다.
독일 '스포르트1'은 김민재한테 평점 3점을 줬다. 매체별로 다르지만 독일 언론들은 보통 1~5점 혹은 1~6점으로 평정을 매긴다. 독일 매체의 평점은 숫자가 낮을수록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의미인데, 김민재가 평점 3을 받았다는 건 나쁘진 않지만 특출난 경기력은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매체는 "0-1 상황에서 좋지 않았지만 김민재는 가능한 한 견고하게 수비 임무를 수행했다"라며 평점 3점을 준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독일 매체 '아벤트차이퉁'은 김민재한테 평점 4점을 주면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좋은 수비를 보여줬으나 슈팅을 막다가 상대 선제골을 의도치 않게 도왔다"라고 밝혔다.
'스폭스(Spox)'는 평점 3.5점과 함께 "한국 선수는 실수하지 않고 예측력과 명료함으로 방어했다"라며 "스코어가 0-1이 되기 전에 김민재의 블록이 선제골 주인공 레라허한테 향했다는 사실이 불행하다. 뮌헨에서 대부분 명확한 조치를 취했다"라고 전했다.
최근 투헬 감독은 2021년까지 뮌헨에서 뛰다가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에서 2년 활약한 뒤 현재 무직 상태인 수비수 제롬 보아텡 영입을 추진한 적이 있다. 보아텡을 훈련 캠프에 불러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하고 기량을 본 뒤 계약할 수 있다는 자세였다. 보아텡이 2년 전 여자 친구 폭행 논란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임에도 당장 수비수가 부족하다보니 훈련시키며 여론 추이를 살펴봤다.
그러나 일부 팬들이 보아텡 영입에 강한 제동을 걸자 구단은 그와 계약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 발표했다. 마테우스는 "왜 뮌헨이 보아텡을 데려오려고 할까. 김민재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산 철기둥에 대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김민재는 이런 뮌헨 구단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기장 내에서의 걸출한 실력으로 답을 한 셈이 됐다.
코펜하겐전에 이은 프라이부르크전 좋은 플레이로 뮌헨은 당분간 센터백 한 축을 김민재에 맡긴 가운데 우파메카노, 그리고 지금은 부상 중인 마테이스 더 리흐트 중 누굴 파트너로 데려올 지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겨울이적시장에서 센터백 추가 영입을 모색한다는 관측도 계속 나오고 있다.
9일부터 위르겐 클린스만이 지휘하는 국가대표팀에 가세하는 김민재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치르는 클린스만호 평가전에 나설 예정이다.
베트남이 워낙 약체라 결국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프랑스전에서 1-0 승리를 챙긴 북아프리카 강호 튀니지전이 뮌헨 입단 이후 김민재의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볼 수 있는 장이 될 전망이다.
김민재는 지난 3월 전소속팀 나폴리의 세리에A 우승이 가시화될 때 클린스만호에 승선해 한국을 찾았으나 부실한 수비로 콜롬비아전 2-2 무승부, 우루과이전 0-1 패배의 중심에 섰다. 이어 6월엔 기초군사훈련을 받느라 A매치를 통째로 결장했다.
지난달 클린스만호가 영국에서 진행한 A매치 2연전에선 웨일스전 0-0 무승부, 사우디아라비아전 1-0 승리 등 2연속 무실점을 이끌어 대표팀 내에서도 든든한 핵심 수비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튀니지전과 베트남전을 통해 6개월 만에 국내 팬들에게 국가대표 수비수로서 인사를 하는 셈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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