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목소리 되고 싶었다"... 이란 여성의 단면 담아낸 이유

이선필 2023. 10. 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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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th BIFF] 영화 <셰이다> 의 누라 니아사리 감독 인터뷰

[이선필 기자]

 영화 <셰이다>를 연출한 누라 니아사리 감독.
ⓒ 이선필
   
이혼과 파혼이란 게 흠이 아닌 시대라지만 불과 수십 년 전, 아니 현재도 한국 여성들에겐 낙인이곤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혼하면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이란과 그곳 출신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포워드 부문 상영작인 <셰이다>는 이혼으로 생존 위기에 몰린 한 여성의 이야기다. 폭행과 강간을 일삼던 남편 때문에 고국을 떠나 호주 여성 보호시설로 어린 딸과 함께 이주한 셰이다의 이야기는 2023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부산영화제에서 한국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첫 상영 직후인 8일 오후 <셰이다>를 연출한 누라 니아사리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자전적 이야기

5살 때 어머니와 함께 호주 여성 쉘터에 들어간 감독은, 약 6년 전부터 해당 영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남편과 고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홀로 딸을 키운 어머니, 그런 그를 지켜본 감독의 기억들이 영화 곳곳에 녹아 있는 것. 곧 자전적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여러 TV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하다가 자신의 첫 장편 영화로 이 이야기를 꺼낸 건 그만큼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6년 전부터 이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단순히 피해자의 삶에 집중하는 게 아닌, 그 삶을 살아낸 사람으로서 무서운 일들과 어두운 상황 끝에 빛을 찾아내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어머니의 삶에서 여러 난관이 있었고, 어렸을 때 난 그걸 목격해왔다. 그 모든 상황이 영감일 수밖에 없었다."
  
 영화 <셰이다>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힘든 기억일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감독은 유년 시절 보호소 생활 경험, 어머니와 함께 한 삶의 경험을 두고 "여성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자신감을 주었다"고 표현했다. "어머니가 내 롤모델이었고, 당시부터 인연을 맺은 전 세계 여성들과의 관계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감독은 유대감과 연대감을 강조했다.

"그때 전 어린아이라 목소리를 낸다든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었지만, 제겐 일종의 성장의 씨앗이 되었다. 그 삶을 직접 살아온 사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첫 장편이 아니었더래도 두 번째나, 세 번째 안에는 꼭 했을 것이다.

영화는 국적을 불문하고 지금을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란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재 이란은 여성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노벨 평화상을 받는 등 여성 인권 운동에 힘이 실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전세계가 이란 여성의 운동을 인정하고 있다. 제 어머니가 고국에서 추방당하고 양육권 문제를 겪는 등 많은 희생을 하셨는데 타국에서 그런 삶을 사신 건 곧 자유를 위해서였다. 세계 어디든 자유를 위한 갈망은 공통적이라고 생각한다."

세심한 연출

기획부터 후반작업까지 약 1년이 걸린 <셰이다>에서 눈에 띄는 건 셰이다의 딸 모나를 연기한 셀레나 제하드니아다. 감독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모나는 엄마의 강력한 돌봄에도 종종 아빠의 폭력과 주변 사람들의 폭력에 노출되며 울음을 터뜨리곤 한다. 누라 니아사리 감독은 셀리나를 정서적으로 보호해주고 싶었음을 강조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과제가 바로 셀레나였다. 우리가 말하려는 주제를 몰랐으면 했고, 혹시 모를 트라우마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케어 프로그램을 짰다. 리허설도 충분히 하려 했고, 촬영장에서도 최대한 신경쓰려 했다. 호주에서 파사어(이란어)를 할 수 있으면서 연기가 되는 아역 배우 찾는 게 참 힘들었는데 100명이 넘는 오디션 영상 중 셀리나는 독보적이었다. 감수성이 참 뛰어난 아이였다.

촬영 준비 기간 중 8번의 주말간 워크샵을 진행했다. 그가 모르는 감정을 던져주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감정에서 연기를 끌어내려 하기 위함이었다. 현장에선 셀리나를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마치 내 안에 있는 아이를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다행히도 지금 셀레나는 아주 행복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다."

사랑스러운 셀레나 덕일까. 선댄스 영화제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오고 있다. 누라 감독은 "선댄스에서 한 노년 여성 감독이 직접 짜오신 목도리를 선물로 주셨는데, 미국 유타주 여성보호소에서 일하는 분이셨다.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로카르노영화제에선 한 젊은 남성 관객이 유년 시절 가정 폭력 경험을 얘기하며 이 영화 덕에 트라우마 해결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말씀 주셨다"고 일화들을 전했다.
 
 영화 <셰이다>를 연출한 누라 니아사리 감독.
ⓒ 이선필
 
17세에 건축학 과정을 공부하다 우연히 영화 워크샵을 듣고 영화에 빠진 누라 니아사리 감독이었다. 우연히 만들게 된 단편 다큐멘터리 이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는 "그 이후로 마치 영화에 중독된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이란 거장을 비롯해 많은 영화에 영향받았다지만 누라 니아사리 감독은 풍부한 표현의 다채로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셰이다>도 그렇다. 어떤 정치적 영화나 관련 메시지를 담거나 이란의 현 상황을 말하기 위함보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정치적인 부분은 이 영화에 깔려있는 하나의 레이어(layer) 정도다. 한국도 여성과 관련해 제 문화적 배경과 비슷함이 있는 것 같다.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아는데, 이런 영화로 함께 생각하고 좀 더 많은 여성분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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