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 대놓고 말 못하는 한국인...Z세대도 괜찮은 척 한다
━
룰루레몬 2023 웰빙 리포트
건강·학업 등 자기 관리로 아침을 여는 '미라클 모닝', 오늘의 운동을 완료했다는 '오운완'…. 건강이 자기 관리의 완성으로 여겨지면서 웰빙은 가장 트렌디한 라이프 스타일이 됐다. 그러나 건강한 삶에 대한 높은 관심과는 달리 우리나라 웰빙 지수는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웰빙을 달성해야 할 결과물로만 취급하고, 정신 건강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이 10월 10일 세계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23 웰빙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웰빙 지수는 63점으로 지난해보다 2점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평균인 66점보다 낮은 수치다. 전체 조사 시장 14개 중 호주와 공동 12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웰빙 수준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5명 중 2명은 자신의 웰빙이 그 어느 때보다 낮다고 답했다. 웰빙을 최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중도 48%에 달했다. 자신의 웰빙 수준이 적절하다고 답한 비중은 6%로, 전 세계 평균(12%)보다 현저히 낮았다.
"행복한 척해야 한다는 압박 느껴"
한국의 웰빙 지수가 낮은 주요 원인으로는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목됐다. 전체 한국 응답자의 58%는 “정신 건강에 관련한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널리 용인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 세계 평균(43%)을 상회하는 수치다.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Z세대조차도 정신 건강에 대해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우리나라 Z세대 응답자 2명 중 1명은 “행복하지 않을 때도 행복한 척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0%는 “항상 괜찮은 척하는 대신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지 표현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응답자 열에 일곱은 “우리 사회가 정신건강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룰루레몬은 "웰빙은 최종 목적지가 아닌 삶의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지금 달성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면서 부담감이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물질적 성취가 정신 건강보다 우선시되는 문화"
물질적 성공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6%가 “문화적으로 물질적 성공과 성취 결과가 정신 건강보다 우선시된다”고 답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 60%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다.
시간과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도 웰빙을 방해하는 요소로 거론됐다. 한국인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나의 웰빙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고 웰빙과 관련된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웰빙 개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건강을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가 꼽혔다. 한국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정부·언론·기업 및 비영리단체 등이 사회적 웰빙의 실현을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웰빙에 대한 정보를 구할 때 커뮤니티에 의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정신건강의 날 기념 웰빙 팝업 열려
룰루레몬은 10월 10일 세계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12~15일 서울 성수동 코사이어티 서울숲에서 '파인드 유어 웰빙' 팝업 이벤트도 연다. 행사 홈페이지에서 요가·러닝 등 운동 클래스 등을 예약할 수 있다.
수잔 젤리나 룰루레몬 인사 부문 최고 책임자는 “웰빙 개선은 혼자만의 노력보다는 공동의 목표로서 긍정적인 변화를 함께 추구할 때 실현할 수 있다”면서 “웰빙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룰루레몬은 지난 8월 정신적 건강 개선을 위해 글로벌 자문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사람들이 정신 건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웰빙을 추구할 때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파할 방침이다.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근혜 절박해서 바꾼 ‘당색=빨강’…유승민 대놓고 파란옷 입었다 [박근혜 회고록 4] | 중앙일
- '원더우먼' 38세 배우 분노…이스라엘 2년 방위군 '군필' 출신 | 중앙일보
- 문과 조깅하던 노 한마디에…'청와대 미남불' 110년 비밀 풀렸다 | 중앙일보
- 2028 LA올림픽, 야구·스쿼시 채택 유력…밀려날 위기의 종목은? | 중앙일보
- 관악구 모텔 돌며 불법촬영한 중국인…영상 140만개 쏟아졌다 | 중앙일보
- 여성 종업원만 200명...베트남서 한국 남성 대상 성매매한 그놈 최후 | 중앙일보
- '나솔' 16기 옥순 "영숙, 명예훼손으로 고소…큰 싸움 될 것" | 중앙일보
- "폰 무음으로, 3시간 죽은 척 했다"…하마스 덮친 음악축제 | 중앙일보
- 모텔서 딸 낳고 창밖 던져 살해한 40대 여성 "아빠 누군지 몰라" | 중앙일보
- 연 2억8000만원 번 중학생, 미성년 사장 390명…이렇게 돈 벌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