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GS, '신구조화'로 다시 살아날까

양형석 2023. 10. 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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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③] 서울 GS칼텍스 KIXX

[양형석 기자]

프로스포츠에서는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이 단숨에 전력이 강해져 하루아침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하지만 시즌마다 천천히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며 조금씩 순위가 상승하는 걸 지켜 보는 재미 또한 매우 크다. 그런 점에서 보면 GS칼텍스 KIXX는 배구팬들이 응원할 만한 재미가 충분한 구단이었다. GS칼텍스는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이 한 계단씩 성장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을 팬들에게 보여준 구단이기 때문이다.

2013-2014 시즌 프로출범 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는 2014-2015 시즌과 2016-2017 시즌 5위로 순위가 떨어지는 '추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차상현 감독 부임 이후 매 시즌 순위를 한 계단씩 끌어 올린 GS칼텍스는 메레타 러츠와 이소영(정관장 레드스파크스), 강소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맹활약한 2020-2021 시즌 컵대회와 정규리그, 챔프전을 모두 우승하며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하지만 트레블 이후 러츠와 이소영이 팀을 떠난 GS칼텍스는 왕조건설에 실패했고 2021-2022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이어 2022-2023 시즌에는 정규리그 5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만약 GS칼텍스가 두 시즌 연속 하위권에 머문다면 어렵게 차지했던 '트레블'의 명성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물론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꾸리는 세대교체도 중요하지만 GS칼텍스가 이번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5시즌 만에 하위권으로 떨어진 GS칼텍스
 
 GS칼텍스는 2013-2014 시즌 우승 주역이었던 정대영을 9년 만에 팀에 복귀시켰다.
ⓒ GS칼텍스 KIXX
 
2020-2021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GS칼텍스는 러츠가 일본리그로 떠났고 주장 이소영 역시 거액을 받고 이적을 선택했다. 애초에 '쏘쏘자매' 이소영과 강소휘가 동시에 FA자격을 얻은 상황에서 GS칼텍스가 두 선수를 모두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GS칼텍스는 2021-2022 시즌 이적생 유서연과 새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활약에 힘입어 2021-2022 시즌 정규리그 20승11패로 상위권(3위)을 유지했다.

GS칼텍스는 2021-2022 시즌이 끝나고 외부영입 없이 내부 FA였던 안혜진 세터와 유서연을 각각 3년 총액 8억 4000만 원과 3년 총액 7억 5000만 원의 조건에 잔류시켰다. 여기에 2021-2022 시즌 득점(819점)과 공격성공률(47.30%) 1위를 차지했던 외국인선수 모마와 재계약을 맺었다. 2021-2022 시즌 3강에 올랐던 기존 전력을 유지만 하더라도 충분히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GS칼텍스의 판단은 크게 어긋났다. 2021-2022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였던 모마의 위력이 다소 떨어진 가운데 '여제' 김연경이 복귀한 2021-2022 시즌 6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전력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블로킹 부문에서 세트당 2.09개로 7개 구단 중 5위에 머무르며 높이에서 약점이 뚜렷했고 리시브 효율(39.46%, 5위)과 디그(세트당 19.29개, 6위)도 하위권을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불안을 노출했다.

결국 GS칼텍스는 작년 12월 두 건의 트레이드로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안혜진과 김지원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원정 세터를 흥국생명에 보내며 202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고 오지영 리베로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로 보내며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권을 받았다. 이원정은 흥국생명에서 주전세터로 활약했고 오지영 리베로는 시즌 종료 후 페퍼저축은행과 3년 최대 10억 원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

많은 선수들이 전 시즌 대비 성적이 떨어진 가운데 유일하게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선수가 있었다. 바로 GS칼텍스의 미들블로커 한수지였다. 2021-2022 시즌 세트당 0.61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블로킹 부문 7위에 올랐던 한수지는 지난 시즌 세트당 0.83개의 블로킹으로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양효진(현대건설), 정호영(정관장) 등 쟁쟁한 신구 미들블로커들을 제치고 처음으로 '블로킹 여왕'에 등극했다.

변수 많은 2023-2024 시즌의 GS칼텍스
 
 GS칼텍스가 이번 시즌 성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주장 강소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한국배구연맹
 
시즌 도중 두 건의 트레이드를 통해 신인 지명권을 수집했지만 2018-2019 시즌부터 2021-2022 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상위권에 올랐던 GS칼텍스가 한 시즌 부진했다고 곧바로 '리빌딩 모드'에 들어갈 순 없었다. 사실 7개 구단 중 최소 3개, 최대 4개 구단이 봄 배구에 진출하는 V리그에서 처음부터 성적을 포기하고 시즌을 준비하는 구단은 있을 수 없다. GS칼텍스 역시 성적과 세대교체를 동시에 이룬다는 목표로 시즌을 준비했다.

FA시장에서 내부 FA 한수진 리베로와 미들블로커 문명화를 어렵지 않게 잔류시킨 GS칼텍스는 도로공사의 챔프전 우승을 이끈 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을 9년 만에 복귀시켰다. 정대영은 임동규 수석코치보다 2살 많은 맏언니로 팀 내에서 동생들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선수다. 하지만 '맏언니' 역할 외에도 지난 시즌 블로킹 3위(세트당 0.77개)에 올랐을 정도로 GS칼텍스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모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쿠바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지젤 실바를 지명했다. 그리고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아웃사이드히터 메디 요쿠를 지명했다가 태국의 세터 소라야 폼라로 교체했고 폼라의 개인사정으로 인해 다시 필리핀의 국가대표 세터 아이리스 톨레나다를 데려왔다. GS칼텍스는 안혜진 세터의 어깨수술로 인해 세터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1억 5000만 원의 옵션을 포함해 5억 5000만 원의 팀 내 최고 연봉을 수령하게 되는 GS칼텍스의 간판스타 강소휘는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주장에 선임되면서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지난 시즌 40.45%의 성공률(5위)로 득점 11위(455점)에 올랐던 강소휘가 이번 시즌 더욱 좋은 활약으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준다면 GS칼텍스의 전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과감한 공격이 돋보이는 유망주 권민지의 성장 역시 GS칼텍스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GS칼텍스는 아시아쿼터로 톨레나다 세터를 지명했지만 선수들과의 호흡 등을 고려하면 4년 차 김지원 세터가 주전으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김지원 세터는 국가대표에 선발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아직 리그에서는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다. 어쩌면 김지원 세터를 비롯한 세터들의 활약이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만큼 이번 시즌 GS칼텍스는 변수가 많은 구단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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