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엔 지도 한 장 들고 경북에서 호국을 배워보자”

김재산 2023. 10. 9. 10: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지킨 최후의 보루 경상북도…‘호국의 성지’로 각광 받아
경북 영덕군 장사리 해변에는 학도병들을 기리는 추모탑과 상륙작전 재현 동상 등 전승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독립운동의 성지다.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던 낙동강과 칠곡군 다부동 등 나라를 지켜왔던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장소가 도내 곳곳에 숨어 있다.

문경은 일제 강점기 의병 활동의 본거지로 유명한 곳이다.

군인 출신 의병장 이강년 선생은 정미의병(1907년~1910년) 당시 제천과 단양 등지에서 일본군을 토벌한 공으로 13도창의군에서 호서창의대장으로 서울진공작전에 참여하는 등 구한말 의병 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문경 가은읍에 위치한 ‘운강이강년기념관’에 전시된 “너의 아비는 평생 혈충(血忠)을 품어 나라를 위해 죽고자 하였다. 이제 뜻대로 되었으니 무슨 여한이 있으랴”는 선생의 유언은 평생 나라를 위해 헌신한 본인의 삶을 잘 보여준다.

구미에서는 이강년 선생과 함께 의병장으로 활동했던 왕산 허위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허위 선생은 구미 임은동 출신으로 1908년 13도창의군 군사장으로서 서울진공작전을 주도했으나 패퇴했고 그 후 일본군에 체포돼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으로 순국했다.

2009년 세워진 ‘왕산허위선생기념관’에는 작은 도서관이 함께 있어 평생 조국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선생의 뜻을 잇고 있다.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인근에는 의병장 신돌석 장군 유적지가 있다.

장군은 을미년 이후 19세의 젊은 나이부터 항일운동을 펼쳤으며 활동 당시 신출귀몰한 전공으로 일본군은 그를 ‘태백산 호랑이’로 부르며 두려워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려지는 안동의 또 다른 이름은 ‘대한민국 독립운동 성지’다.

인구 16만의 안동은 무려 391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진성 이씨, 의성 김씨 등 많은 가문은 가세를 팔아 독립자금을 만들고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안동시 임하면에 있다. 경북도 제공

안동시 임하면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이 위치한 내앞마을은 1910년 나라를 빼앗기자 수많은 사람이 만주로 망명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쳐 18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독립운동 마을이다.

안동댐 인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살림집 중 가장 오래된 임청각이 있다. 임청각은 그 역사와 아름다움만큼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이 태어난 집으로 더욱 유명하다.

석주 이상룡 선생과 형제들은 일본에 나라가 빼앗긴 이듬해 임청각을 팔아 독립자금을 마련해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평생 독립에 헌신했다.

일제는 1942년 불온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 집이라며 중앙선 철도를 건설하고 임청각의 50여 칸 행랑채와 부속 건물을 헐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이 선생과 그의 일가들이 대한민국 독립운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였던 다부동 전투는 한미연합군이 55일간의 전투를 통해 낙동강 최후 방어선을 지키고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쟁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케 한 전투였다.

그 치열했던 전투를 기리기 위한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에는 당시 무기들과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음성지원 공간, 격전지였던 천평계곡, 466고지 등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최근에는 다부동 전투의 영웅이었던 故 백선엽 장군 동상과 이승만, 트루먼 전 대통령의 동상이 건립돼 다부동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던 최후의 성지였음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영덕에서 펼쳐졌던 장사상륙작전은 북한군의 주의 분산과 보급로 차단을 통해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이끈 숨은 1등 공신이었다.

2주간의 짧은 훈련만을 거친 770여 명의 학도병을 태운 문산호는 전무한 전투 경험과 어려운 보급 여건 속에서도 치열한 전투를 통해 북한군의 보급로를 차단했고 이후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디딤돌이 됐다.

현재 장사리 해변에는 학도병들을 기리는 추모탑과 상륙작전 재현 동상 등 전승기념공원이 조성돼 있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영혼들의 넋을 기리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청명한 가을날, 가족들과 함께 지도 한 장 들고 호국의 성지인 경상북도 이곳저곳을 방문해 역사를 더듬어 본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