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파이널A 이끈 '도박수'... 안현범에게 '왼쪽 윙어'로 뛰게된 이유를 묻다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중요한 경기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는 '모 아니면 도'다. 전북현대의 도박수였던 안현범의 왼쪽 윙어 기용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8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33라운드를 치른 전북현대가 FC서울에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전북은 4위로 올라서면서 사상 첫 파이널B 추락 위기를 넘겼다. 서울은 대구FC, 인천유나이티드에 밀려 리그 7위로 떨어지면서 4년 연속 파이널A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전북의 라인업에서는 생소한 부분이 있었다. 라이트백 안현범의 위치가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수비수도 아닌 윙어로 기용됐다. 안현범은 커리어 내내 오른쪽 측면에서 활약해온 선수다. 그러나 구단 최초 파이널B 추락 위기 속에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해 송민규까지 빠진 전북이 도박을 건 것이다.
전반전만 봤을 땐 안현범의 왼쪽 기용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수비나 공격 양면에서 눈에 띄지 않았고 선수 스스로도 어색함을 느끼는 듯했다. 전반 중반에는 수비 상황에서 김진수가 안현범에게 화를 내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전은 달랐다. 안현범이 잘하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살아났다. 후반 14분 안현범이 전방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기회가 만들어졌다. 박수일이 공을 가로챘지만 볼처리가 애매했고, 다시 안현범이 공을 빼앗았다. 안현범을 막기 위해 순간 서울의 수비 라인이 무너지자 김준호가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이 때 안현범의 킬러패스가 들어갔다. 공은 김준호를 거쳐 한교원에게 연결됐고, 한교원은 혼전 상황에서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북의 추가골도 안현범의 발에서 나왔다. 후반 30분 안현범이 코너 라인 부근에서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를 배달했고 구스타보가 타점 높은 헤더로 마무리했다. 스코어가 2-0이 되자 서울의 추격 의지는 꺾였고, 자신감이 살아난 전북 선수들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에게 안현범의 오른쪽 기용 이유를 물었다. 단 감독은 "훈련을 진행하면서 안현범과 의견을 나눴다. 본래 라이트백 윙백에서 뛰는 선수지만 한칸보다 높은 위치에서 뛰면 선수 본인이 더 편할 거 같다고 했다. 감독님이 의견을 수용하고 왼쪽에서 뛰게 했다. 두 골에 관여해 놀랐다. 이적생임에도 전북에 걸맞는 태도를 보여줘서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안현범에게도 왼쪽 윙어를 맡게 된 스토리를 물었다. 안현범은 "그 자리를 중학교 때 이후로 본 적이 없다. 윙 자체를 프로에 와서도 초반 말고는 거의 윙백에서 뛰었다. 솔직히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며 "감독님께서 풀백은 많은데 윙어는 부족하다보니 저를 세우셨다. 불평불만 없이 팀을 위해서 할 생각이었다. 갑자기 맡게 됐지만 두 골에 관여하게 돼서 기분은 좋다"고 답했다.
들어보니 두 사람의 말은 약간 차이가 있었다. 사실상 논의보다는 안현범이 단 감독의 말에 '순종'한 것이었다. 안현범 "어제 훈련할 때 왼쪽에 선다는 걸 알았다. 왼쪽이 편한지 오른쪽이 편한지 물어보셨는데, 못하겠다고 말 못하겠더라. 그래서 '다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조금 수비적으로 하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스리백에서 수비할 때랑 위에서 수비할 때가 약간 다르다. 그런 걸 많이 강조하셨다"고 덧붙였다.
전반 도중 나온 김진수의 호통에 대해 딱히 서운해 하진 않았다. 안현범은 "사실 제 맨투맨은 아니다. 저는 박수일 맨투맨이다. 근데 기성용이 그 사이에 꼈다. 사실 수빈이가 따라가는 게 맞는데, 수빈이도 당기는 바람에 그 사이에 공간이 났다. 저도 사실 놓쳤다. 내려왔으면 됐는데 찰나의 순간이라 놓쳤고 그게 또 코너킥이 됐다. 그 때 엄청 뭐라고 하시더라. 하지만 진수형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저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여린 성격이다. 하프타임 때도 따로 이야기를 하진 않아다. 우리끼리 워낙 친해서 그런 건 없다"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후반전에 공격적으로 나선 건 스스로의 판단이었다. 안현범은 "9월에 유럽을 다녀오고 계속 경기를 뛰었다. 정말 하루도 못쉬었다. 방콕전도 45분만 뛰고 나오려고 했는데 (한)교원이 형과 (정)우재형이 아픈 바람에 80분 넘게 뛰었다. 몸이 힘든 느낌이 있어서 전반전은 조금 조절했다. 전반전에는 상대가 다 힘이 있어 공간이 많이 안날 거라 생각했다. 후반전에는 공간이 무조건 날 거라 생각해서 더 공격적으로 했는 게 먹혀들었다"고 설명했다.
안현범의 왼쪽 기용이 성공으로 돌아간 만큼 전북의 하나의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전북은 이제 아시안게임에 갔던 4명의 선수가 돌아온다. 송민규의 합류로 안현범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하면 안현범이 또 다시 왼쪽에서 기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원래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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