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싼 유니폼 교환해 차액 횡령…이렇게 117억 줄줄 샜다
용산구청의 지원과 관리를 받는 법정단체 용산구체육회는 지난 5월 20~21일 열린 서울시민체육대축전에 참가하는 체육회 직원과 농구팀 선수 5명의 유니폼 구매 명목으로 용산구로부터 보조금 164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매장에서 164만원을 결제한 후, 더 값싼 유니폼으로 바꿔 차액을 적립금으로 쌓아뒀다가 지난 6월 15일 적발됐다. 또 대회 날 밥차 비용으로 보조금 38만 5000원을 더 받았는데, 이날 밥차는 오지 않았던 걸로 확인됐다.
‘거짓횡령’ ‘허위임용’…지방보조금 줄줄 샜다
체육회의 보조금 빼돌리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용산구체육회장은 자치구 체육회장들이 모이는 워크숍 참석에 차량 렌트가 필요하다며 보조금 60만원을 수령했지만, 실제로는 체육회 직원의 개인 차량을 타고 이동한 뒤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용산구청은 용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고 환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자신의 딸을 보육교사로 허위 채용해 보조금 752만 8000원 부정수급했다가 지난 5월 24일 적발됐다. 서류상으로 딸은 어린이집의 담임교사가 됐지만, 실제로 보육 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회계나 행정 업무를 수행하면서 보육교사 수당을 부정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에 적발된 민간단체 지방보조금 부정수급은 올 상반기에만 1749건, 금액으론 117억원에 달한다. 2018년 약 38억원이었던 보조금 부정수급액은 2020년 65억원, 2022년 7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5년 만에 3배 이상 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경북 포항시의 한 민간 시내버스 회사가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무려 62억원을 부정수급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포항시장은 담당 부서의 반대에도 버스 회사에 유리하게 차량 감가상각비를 중복 계상하도록 지시해 4년 동안 보조금 47억 6000만원을 과다 지급했다. 또 적자 노선에 대한 보조금을 주면서 운행실적을 확인하지 않고 운행 가동률을 93%로 일괄 적용해 실제보다 14억 8000만원을 더 준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단체 보조금에 칼 빼든 정부
윤석열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를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국무조정실, 감사원, 행정안전부 등 감독 기관들은 보조금 부정수급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행안부는 “중앙 국고보조금-지자체 지방보조금의 중복지급을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연계 시스템 마련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복 수급 실태를 일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국사수사본부도 지난 6월부터 연말까지 국가보조금 부정수급 특별단속을 실시 중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K-뉴딜’ 비대면 활성화 사업을 악용해 약 19억원의 보조금을 편취한 브로커 2명을 보조금관리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지난 6월 19일 구속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이 재택근무 도입 기업에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에 프로그램 공급 업체로 등록한 뒤, 마치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속여 2020년 10월~2021년 12월까지 보조금 18억9000만원을 빼돌렸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월 19일부터 9월 17일까지 3개월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224건을 적발하고, 541명을 검거(5명 구속)했다. 부정수급액은 총 148억 80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건수 62%, 검거인원 109%, 부정수급액 78%씩 모두 크게 증가했다. 경찰은 지난 6월 19일 수사국장 주재로 전국 시·도청 및 경찰서에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척결 전담팀(TF)’을 꾸리고, 신고 제보 시 최대 1억원의 신고보상금을 적극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보조금 비리는 국민 세금을 노린 사기”라며 “이번 중간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보조금 비리를 엄단함으로써 국가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고 경제정의를 구현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은희 의원은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보조금 비리를 엄단하는 한편, 부정수급을 원천 차단하고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관리감독 시스템이 강화돼야한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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