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매 심기 경호"…'북한인권'까지 손놓은 文정부
北 반발한 시점부터…북한인권 정책 협의 중단
태영호 "통일부가 김정은 심기에만 몰두한 꼴"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는 2020년 봄부터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인권법에 따라 분기마다 1회 이상 개최해야 했지만,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한 시점부터 북한인권 논의마저 중단한 것이다. 당시 통일부는 '가짜뉴스'까지 인용하며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 앞장섰던 만큼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2020년 5월 서면으로 대체한 회의를 끝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가 종료된 지난해 봄까지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열지 않았다. 협의회는 2016년 여야의 초당적 합의로 제정·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구성된 범정부 협의체로, '분기별 1회 이상' 소집해야 한다.
외교부·법무부·국가정보원·국무조정실 등 관계 부처 고위공무원단이 참여하는 협의회에선 정책 현황을 점검하고, 3년 단위로 수립해야 하는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 등을 논의한다. 북한인권 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조사·기록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 기구인 셈이다. 통일부는 2016년 10월 첫 회의를 소집한 뒤 이듬해까진 잇따라 회의를 열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부터는 연 1~2회로 줄었다. 그러다 2020년 5월 서면회의를 끝으로, 협의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통일부가 협의회 소집을 멈춘 것은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크게 반발했던 시점이다. 2020년 5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김정은 규탄' 전단을 북으로 날렸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단 살포를 막지 않으면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거나 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시 통일부는 불과 4시간 만에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냈고, 이후 민주당에 의해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됐다.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오명을 쓴 이유다.
더구나 이 시기 통일부는 '전단 살포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북한에 유입될 수 있다'는 비과학적 괴담을 공식 문서에 명시하고, 주한 외교공관마다 배포하며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 앞장섰다. 지난 3월 본지 취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통일부는 국가안보실 지시에 따라 문제의 내용이 추가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북한인권 개선 노력을 저해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을 밀어붙이면서, 동시에 북한인권 정책 추진에서도 손을 뗀 것이다.
정책과제별 평가 결과를 보면, 통일부도 이런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가 나타난다. 태영호 의원이 입수한 2018~2022년 통일부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통일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과제별 평가에서 '북한인권 증진 정책의 체계적 추진' 항목에 최하점을 줬다. 2018년 평가에선 유일한 7등급을 기록했고, 이후로도 2019년 6등급, 2020년 5등급, 2021년 6등급으로 바닥을 맴돌았다. 북한인권 정책 추진 과제에 대한 평가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야 2등급으로 개선됐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이 내려지며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가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 앞장섰던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헌재에 '위헌 의견서'를 내며 입장을 뒤집었다. 이어 위헌 판단이 나오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 공식 입장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등을 위해 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라'는 문구도 삭제했다. 그러나 반성이나 사과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태영호 의원은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분기별로 1회 이상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개최해야 하지만,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문재인 정권 끝까지 단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았다"며 "같은 시기 '김여정 하명법'이라 불리는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통일부는 철저히 '김정은 남매의 심기 경호'에만 몰두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는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질책했다. 이어 "두 번 다시 북한인권 개선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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