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외식·과일값도 치솟는다
[한국경제TV 조시형 기자]
최근 가공식품과 외식뿐 아니라 과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해 소비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최근 맥주와 우유 가격 인상이 빵과 과자 등 다른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식품·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가 오는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다.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 생산비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맥주 제품 테라와 켈리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와 클라우드를 생산하는 롯데칠성음료는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된다.
주류에 앞서 이달 초 유제품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지난 1일 원유(原乳) 가격이 인상됐고 그 여파로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제품 업체들의 대표 흰 우유 제품은 편의점에서 900㎖ 기준으로 3천원을 넘게 됐다.
원유 가격 인상으로 빙그레와 해태 아이스크림은 지난 6일부터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우윳값 인상 이후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빵, 과자 등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이 잇달아 오른 '밀크플레이션' 현상이 이번에도 재현될지 우려가 크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업체, 주류업체 등이 가격 인상의 물꼬를 트면서 식음료 업계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워치도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우윳값 상승은 빵, 커피, 버터는 물론 시중 식품업계와 외식산업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며 "'도미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원인인 셈"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들의 외식 부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평균 6천992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98% 올랐다.
같은 기간 삼계탕은 1만5천462원에서 1만6천846원으로 8.95% 올랐고, 비빔밥은 9천654원에서 1만423원으로 7.96% 상승했다. 냉면은 1만500원에서 1만1천231원으로 6.96% 올랐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설탕과 올리브유 가격이 오르고 국내 외식업체가 많이 이용하는 미국산 소고깃값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외식 물가도 만만치 않게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국내 외식·식품업체들의 경우 대다수 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외식 물가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불안한 밀 수급도 언제든지 외식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에서도 가격 인상 요인이 많다"며 "에너지 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겨울철에는 난방비 등이 추가되는 것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가공식품과 외식에 비해 안정세를 보이던 농산물 일부 제품 가격도 최근 급격히 오르면서 장바구니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달 사과(홍로·상품) 도매가격은 10㎏당 7만5천4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8천400원)의 2.7배로 치솟았다.
배(신고·상품) 도매가격도 15㎏당 5만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만2천800원)의 1.5배 수준으로 뛰었다.
사과와 배는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 잦은 강우 등으로 생산량이 줄었고 지난달에는 추석 선물, 제수 용품 수요도 급증했다.
농경연은 사과와 배 생육이 부진한 만큼 이번 달에도 사과와 배 가격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단감도 이달 도매가격이 10㎏당 3만3천∼3만7천원 정도로 지난해 같은 달(2만6천100원) 대비 26.4∼41.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이와 청양고추 등 일부 채소도 지난달 하순 잦은 비로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안정적인 시설채소 공급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시설 내 온도·습도 관리 등 가을철 재배 기술을 중점 지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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