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만? 올해 50조원 증가한 기업대출도 ‘경고등’

신재희 2023. 10.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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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등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756조3310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8420억원 증가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5.76%로 전년 동기 대비 2.93% 포인트 증가했고, 상호금융인 새마을금고 기업 대출 연체율도 8.34%로 같은 기간 2.73% 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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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상환능력 악화에, 부동산업 등 취약업종 ‘쏠림’도 문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과도한 ‘저(低) 마진 출혈 경쟁’이 부실화로 이어져 은행의 건전성, 나아가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등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756조3310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842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703조7268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52조6042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만 해도 694조8890억원으로 가계대출(695조0830억원)보다 적었지만, 10월 700조원을 돌파하며 역전했다. 12월에는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서 매달 꾸준히 늘며 가계대출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같은 증가세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기업대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2027년까지 기업대출을 30조원 늘려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하나은행도 공격적인 기업대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회사채 금리가 오르며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을 찾은 영향도 작용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은 줄이고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기업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코로나19를 지나며 기업대출이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불었는데, 상환능력도 덩달아 급격히 취약해지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한국금융연구원도 부실기업 부채가 연평균 24%씩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신용이 낮은 기업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아 대출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취약·경기 민감 업종으로 꼽히는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에 대한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기업부채 리스크와 여신 건전성 추정’ 보고서에서 부실기업 부채가 기업 부문 총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5.3%에서 지난해 7.8%로 커졌다며, 업종별로 부동산업·운수업·건설업 부실이 특히 크다고 밝혔다.

이미 비은행권에서는 기업대출 연체율 증가 등 부실이 눈에 띄게 심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5.76%로 전년 동기 대비 2.93% 포인트 증가했고, 상호금융인 새마을금고 기업 대출 연체율도 8.34%로 같은 기간 2.73% 포인트 증가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 등도 한목소리로 기업대출이 뇌관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예정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 전망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증한 기업대출은 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연체율이 추가로 더 올라간다면 늘어난 기업대출이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면서 “자금조달비용 상승, 주택경기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기업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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