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E·LAMP 무슨 뜻?"…세종대왕도 울고 갈 교육부 정책 이름
" “지역대학이 서울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글로컬, 라이즈 체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글로컬’과 ‘라이즈’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지방대 살리기 정책이지만 이름만으로는 어떤 정책인지 알 수 없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라는 '글로컬(Glocal)' 사업은 지역 산업과 연계한 대학을 육성하려는 정책이다. 라이즈(RISE)는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의 앞글자를 딴 이름인데, 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 사업을 뜻한다.
한글날을 맞아 공공 언어를 바로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부처의 정책 명칭에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외국어가 사용되고 있다. 한글날 577돌인 9일, 국어단체 한글문화연대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 중앙정부기관 보도자료 중 절반에 가까운 49%가 외국어를 사용했다.
한글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의 보도자료와 정책 명칭에도 외국어가 자주 등장한다. 지난달 18일 발표한 ‘에듀테크(Edutech) 진흥방안’은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뜻하는 외국어의 합성어를 썼다.
올해 교육부 새해 업무 보고에도 외국어가 자주 나온다.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애로사항을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test bed)’를 확대한다”고 했다. 테스트베드는 국립국어원이 선정한 ‘꼭 다듬어 써야 할 행정용어 100개’ 중 하나로 시험장, 가늠터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이밖에 중심지를 뜻하는 ‘허브(hub)’, 과제를 뜻하는 ‘프로젝트(project)’ 등도 자주 사용되는 단골 외국어다.
신기술과 관련된 정책에는 특히 외국어가 많이 등장한다. 교육부는 '평생학습 진흥방안'에 ‘업스킬링(up-skilling)’과 ‘리스킬링(re-skilling)’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각각 향상 교육, 재교육이란 설명을 덧붙였지만, 정확한 뜻은 알기 어렵다. 급변하는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교육과정인 ‘마이크로·나노 디그리(Micro·Nano Degree)’, 교과과정(Course)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인 ‘코스웨어(Courseware)’도 마찬가지다.
긴 이름 줄이려 영어 썼는데…“더 어렵다”
하지만 외국어 사용이 오히려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학 기초과학 연구 지원 사업인 ‘램프(LAMP)’ 사업은 ‘Learning & Academic research institution for Master’s·PhD students and Postdocs’를 줄인 이름인데, 영어 원문이 너무 길고 의미도 불분명하다.
이전 정부 정책에도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사업인 '프라임(PRIME)은 ‘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의 머릿글자를 딴 이름이라고 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학의 인문학을 지원하겠다는 '코어(CORE)' 사업도 교육부는 '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의 약자라고 했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어색했다.
“공공언어 외국어 사용, 비경제·비효율적”
공공분야에서의 외국어 사용은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2021년 국어문화원연합회가 발표한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효과 조사 연구’에 따르면 어려운 공공언어 개선의 공익적 가치는 연간 3375억에 달한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외국어로 정책 이름을 지으면 설명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정책이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며 “기관장부터 한글 사용에 책임감을 갖고 어휘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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