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살' 쉽게 빼줄 꿈의 비만약?…"요요 온다" 전문가 경고

남수현 2023. 10.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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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 주사제 '삭센다'를 사용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추석 끝나고 다이어트 하려는데 삭센다 제일 싼 곳이 어디일까요?”

6일간의 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온라인 카페 등에선 이같은 질문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삭센다’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출시한 비만치료 주사제로, 2018년 출시 이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회사가 2021년 출시해 미국 및 유럽 4개국에서만 판매 중인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다이어트 비결로 꼽으면서 인기가 급등, 세계적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꿈의 다이어트 약’ ‘비만치료의 게임 체인저’ 등 최근 비만약에 붙는 수식어들만 보면 현대인의 고질적인 ‘살과의 전쟁’도 한결 수월해진 거란 기대감이 든다. 하지만 아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되레 다시 살이 찌는 ‘요요 현상’ 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점으로 꼽는다.

복부 비만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삭센다·위고비에 더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신약 ‘마운자로’까지 최근 주목받는 비만치료제는 모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열 약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는 체내 호르몬인 GLP-1의 유사체로 작용해 음식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원리다. 매일 1회 맞아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위고비는 일주일에 1회만 주사하면 되면서도, 임상시험에서 보다 뛰어난 체중 감소율을 보여 각광받고 있다. 삭센다는 56주 투약 기준 9.2% 체중감소 효과를 보인 반면, 위고비는 68주간 15.6% 체중이 감소했다. 국내에선 우선 당뇨치료제로 지난 6월 허가받은 마운자로는 비만환자에 대한 임상에서 최대 22.5% 감량 효과를 보여 비만약으로도 활용될 거란 기대감이 높다.

위고비 역시 지난 4월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수요가 급등하면서 국내 출시 일정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국내에 출시된 삭센다의 인기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점검현황 자료에 따르면, 삭센다 처방 건수는 2021년 9만112건에서 지난해 13만8353건으로 늘었다. 올해 1~6월 집계에서는 8만4365건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처방건수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 로이터=연합뉴스
노보 노디스크가 '위고비'에 앞서 출시한 비만치료 주사제 '삭센다'. 로이터=연합뉴스


삭센다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에 대해 투여하도록 권고되고 있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도 다이어트 목적으로 쉽게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에는 한달 투약 비용이 30만~50만원 수준인 삭센다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소위 ‘성지’ 병원·약국에 관한 정보가 널리 퍼져있고, 삭센다 다이어트 후기 등의 글도 넘쳐난다. 비만은 질병으로 분류되지만, 비만치료제는 다이어트 보조제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삭센다를 비롯한 비만치료제는 비교적 신약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지난 6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미국의학협회지(JAMA)를 통해 발표한 연구에서는 위고비·삭센다 등의 GLP-1 작용제가 췌장염·장폐색 등의 심각한 위장질환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들 치료제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리라글루티드를 투약한 이들이 다른 종류의 비만치료제(콘트라브) 사용자에 비해 췌장염 9배, 장폐색 4.2배, 음식이 위장에서 소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위 무력증 위험은 3.67배 높았다는 것이다. 논문 저자는 “이들 약물은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등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제품의 경고 표시에 포함되지 않은 위 마비 등 위장질환 위험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부작용이 아니더라도, 비만치료제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 체중 감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약을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크고 갈수록 효과도 줄어들기 때문에 언젠가는 투약을 중단하게 되는데, 그럴 때 반동으로 식욕이 튀어 올라 요요가 올 수 있다”며 “요요가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나중엔 살이 더 잘 빠지지 않는 체질로 바뀌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치료제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려고 하면 식사량이 급격히 줄면서 근육이 손실되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살이 잘 찌는 체질이 되기 쉽다”며 “치료제를 쓸 때 생활습관 교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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