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장사 의사' 복귀 막는다…면허 재교부 요건 강화
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된 의사나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재교부 요건이 한층 강화된다. 정부가 종전 재교부 심사 기준이 모호했다는 지적에 따라, 구체적 기준을 만들기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셀프처방 등 의료용 마약사범으로 처벌받은 의료인이 면허를 되찾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마약상’ 의사 퇴출당하나…복지부, 기준 강화
8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의료인 면허 재교부 제도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연구는 올해 중 마무리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면허 재교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기준 마련 전반에 대한 내용과 형태 등을 법률 전문가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면허 취소 대상이다. 11월 2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은 면허 취소 대상을 의료 관련 범죄뿐 아니라 모든 범죄로 넓혔다. 금고 이상 실형을 받고 5년이 지난 의료인은 면허 재교부 신청 금지 기간(3년)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재교부 신청을 할 수 있다.
면허 재교부 승인은 복지부 ‘면허 재교부 심의 소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위원장으로 9명으로 구성되는데, 의료분쟁조정·의료윤리·의료법·의료정책 관련 전문가 각 1명과 법조인 1명, 시민단체 추천의원 1명, 직역 대표 2명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과반인 5명 이상이 재교부 의견을 내면 면허 재교부를 승인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대다수 의원이 전·현직 의사로 구성돼 공정성 시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원회의 구성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게 심사기준의 모호성이다. 면허 취소·재교부 관련 규정을 담은 의료법 제65조에 면허 취소에 따른 항목이 있지만, 면허를 다시 교부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고만 나와 있다. 이러다 보니 그때그때 기준이 다르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백종헌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의료인 면허 재교부 현황’에 따르면 면허가 재교부된 의사는 총 99명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39명, 2021년 31명, 2022년 19명, 2023명 10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의사의 면허 재교부 승인율은 2020년 92.8%에서 2021년 45.5%, 2022년 30.6%, 2023년 21.7%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의료용 마약사범 의사들도 버젓이 면허를 재교부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본인이 직접 마약을 투약했거나 의료 목적 외 환자에게 마약을 투여한 의사 29명이 재교부를 신청해 8명이 승인받았다. 승인율은 27.5%다. 여기엔 미다졸람·프로포폴을 의료 외 목적으로 투약하고,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의사 면허가 2019년 취소됐던 의사 A씨 등이 포함됐다.
백 의원은 “의료인 면허 재교부 제도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적 정비뿐만 아니라, 의료인 마약사범을 엄정히 다스리는 등의 상식에 부합하는 명확한 기준을 도입해 의료인 면허 재교부 제도를 전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 마약사범을 엄정히 다스리는 등 전체적인 재교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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