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머스크, 슈퍼히어로일까 빌런일까

김준엽,산업1부 2023. 10. 9.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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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는 생각한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사람이다.

2022년 9월 우크라이나가 무인 잠수정 6척으로 크림반도에 주둔한 러시아 해군에 공격을 가하려 하자 머스크는 크림반도 반경 100㎞ 이내 스타링크를 꺼버렸다.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공격이 러시아의 핵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머스크의 자의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책을 쓴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X를 인수한 이유가 놀이터처럼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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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산업1부 차장


일론 머스크는 생각한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월터 아이작슨이 집필한 ‘일론 머스크’를 읽고 든 생각이다. 그는 분명히 혁신적인 기업가다. 인류를 다행성 문명으로 만든다는 사명으로 스페이스X를 창업했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미래를 위해 테슬라 솔라시티를 만들었다. 사악한 인공지능(AI)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수 있도록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뉴럴링크와 옵티머스를 시작했다. 그의 탁월함은 명분에만 사로잡혀 현실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페이팔에서 함께 일했던 리드 호프먼은 “일론은 사명으로 일을 시작해서 나중에는 재정적으로 성공시키는 방법까지 찾아낸다는 점이었다. 그런 면이 그를 경외감이 들 정도로 강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시작됐다. 머스크는 “전 세계 인터넷 매출이 1조 달러인데, 우리가 3%만 차지해도 300억 달러다. 나사(NASA) 예산보다 많은 액수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직원들을 몰아붙였고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위성을 쏘아 올려 스타링크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스타링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동시에 인터넷을 차단하자 우크라이나는 머스크에게 스타링크 지원을 요청했다. 머스크는 즉각 지원에 나섰다. 머스크는 슈퍼히어로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2022년 9월 우크라이나가 무인 잠수정 6척으로 크림반도에 주둔한 러시아 해군에 공격을 가하려 하자 머스크는 크림반도 반경 100㎞ 이내 스타링크를 꺼버렸다. 우크라이나가 켜달라고 요청했으나 “지금 너무 멀리 나가고 있다”며 거부했다.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공격이 러시아의 핵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머스크의 자의적인 판단이었다. 머스크는 한발 더 나아가 돈바스 및 러시아가 통제하는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일부임을 인정하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중립국으로 남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평화 계획안을 제안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혹은 개인)이 전쟁에 개입하고 국가의 운명까지 결정하려는 시도가 합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라면 해피 엔딩으로 끝날 이야기지만, 대부분 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유의 인물들은 악당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게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X(옛 트위터) 인수도 우려스러운 시각이 많다. 머스크가 하는 다른 사업과 달리 X는 그의 사명에는 없던 목록이다. 자신도 “처음에는 나의 주요 사명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성 사회가 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인류 문명을 보존하는 사명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을 쓴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X를 인수한 이유가 놀이터처럼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X를 인수하면서 콘텐츠 검열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 X를 자유로운 공론장으로 되돌려놓겠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의 차단됐던 계정도 복원시켰다. 2019년 이후 중단했던 정치 광고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X의 변화는 큰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왜 X를 인수하냐는 자녀들의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2024년에 트럼프를 다시 당선시킬 수 있겠니”라고 했다. 머스크는 농담이라고 했다. 정말 농담이었을까.

김준엽 산업1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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