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기업 LH, 한글 두고 왜 영어로 줄여 부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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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경북 경산시 대구대에서 만난 이정복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가 물었다.
이 교수는 "방송 뉴스를 보는데 어떤 설명도 없이 'FOMC가 이런 걸 했다'고 나오더라. 대다수 국민이 과연 뉴스를 보고 이해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말약칭제안모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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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가 무슨 말인지 아세요?”
지난달 26일 경북 경산시 대구대에서 만난 이정복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가 물었다. 이 교수는 “방송 뉴스를 보는데 어떤 설명도 없이 ‘FOMC가 이런 걸 했다’고 나오더라. 대다수 국민이 과연 뉴스를 보고 이해할 수 있겠냐”고 했다.
FOMC는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말한다. 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도 뉴스에서 별 고려 없이 외래 약칭을 쓴다는 지적이었다. 이 교수는 우리말약칭제안모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말약칭제안모임은 정부나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쓰는 국제기구와 국제협정 등의 로마자 줄임말을 한국어 약칭으로 바꾸고자 하는 모임이다. WHO (세계보건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TO(세계무역기구) 등을 보건기구, 경협기구, 무역기구 등으로 부르자고 제안하는 식이다. 현재 한글문화연대와 국립국어원 소속 전문가, 언론인 등 위원 9명이 활동 중이다. 지난 3월 출범해 매달 한 번씩 회의하고 있다.
우리말약칭제안모임은 정부에서 내놓는 보도자료에 로마자 줄임말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이 교수는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 국민에게 알리는데, 보도자료에 적힌 로마자 줄임말 대부분이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며 “언론도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쓰다 보니 소통 기능 자체가 차단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말약칭제안모임은 지난 7월 우리말 약칭 수용도 1차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에서 FOMC의 인지도는 19.1% 수준이었다. 이를 ‘연공위’라는 우리말 약칭으로 줄이자는 제안에 대한 수용도는 58.5%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국내 공공기관 명칭을 영어로 줄여 부르는 경우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국내 공기업이지만 LH로 불리고 있다”며 “토공하고 주공이 합쳐졌다면 ‘토주공’이라고 부르면 된다. 언어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소통이지만 로마자를 사용하면 언어장벽만 생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시대 때 한문은 소통 수단보다는 양반이 평민을 지배하고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다”며 “21세기에 로마자 알파벳이 조선시대 한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 교수 역시 버스나 택시처럼 이미 굳어진 외래어까지 쓰지 말자는 건 아니다. 이런 주장은 사회 흐름과 맞지 않는 시대 역행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만 최근 아파트 내 경로당을 ‘시니어스 클럽(Seniors Club)’으로 표현하는 등의 외국어 남용은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는 모든 백성이 쉽게 읽고 쓰고, 자기 생각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한문 자리를 영어가 대신 차지하다 보니 여전히 언어생활에서 복잡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글·사진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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