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시설에 일터 제공까지… 특화된 장애인 사역으로 선한 영향력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 서울시민교회(권오헌 목사)는 지역 장애인들을 위한 주간보호시설(장애인시설) 평생교육센터 희망일터 등의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와 호흡한다. 지역 필요에 부응한 사역 기조에 따라 자연스럽게 장애인 사역이 특화됐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교회 5층 ‘희망일터’. 중증발달장애인을 보호하며 고용하는 형태로 근로 기회를 제공하는 일터로 직업 재활훈련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20명의 장애인들은 쇼핑백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재단기를 사용해 쇼핑백 손잡이를 위한 구멍을 내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선 그렇게 만든 쇼핑백 구멍에 손잡이 끈을 넣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단순 작업이지만 손놀림은 빨랐다. 희망일터는 쇼핑백뿐 아니라 볼펜 임가공, 꽃 배달 서비스 등 사업을 진행한다.
희망일터 옆 공간에 있는 장애인시설 ‘희망의학교’에서는 중증 성인 발달장애인 10여명이 강사의 지도 속에 빠른 박자의 음악에 맞춰 신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손뼉을 치면서 율동을 하는가 하면 강사의 구령에 따라 단체 행동을 했다.
담임 권오헌(63) 목사는 “최근 교회는 다른 기관에 위탁운영을 하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위탁받았다”며 “교회가 이미 여러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고 있던 터라, 쉽지 않았지만 지역의 요청으로 장애인 사역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교회는 2003년 장애인 시설을 처음 열었는데 대기자가 속출하자 시설을 한 개 더 늘렸다. 권 목사는 “장애인 중 사회에서 혼자 적응하기 힘들지만, 단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이들을 위해 직업훈련을 하는 사역까지 확대했다”며 “부모님들이 장애인 자녀를 시설에 맡긴 것도 감사한데 직업훈련비와 월급까지 받으니 너무 행복해하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장애인 사역은 이들을 향한 뜨거운 마음과 함께 주중에 유휴 공간을 가진 교회가 하면 참 좋은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교회학교 장애인 부서의 사역도 활발하다. 장애인을 돌보는 교사는 70여명으로 거의 일대일 돌봄이 가능하도록 했다. 권 목사는 “가족 따라 교회에 나온 성도 가운데 장애인 부서에서 봉사하다 마음이 열리고 은혜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교회는 분립 개척 사역도 활발하다. 2015년 교회 설립 40주년 기념으로 경기도 구리 우리시민교회를 개척해 부교역자인 오경석 목사를 파송했다. 상가 교회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사역을 위해 빌딩을 구매했고 교회 자립의 든든한 지원군인 성도 154명도 보냈다.
또 10년 가까이 장애인 사역을 한 김경호 부목사가 마음껏 장애인 사역을 펼칠 수 있도록 2016년 경기도 의정부 숲교회를 개척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김 목사는 발달장애인의 고용과 자립을 지원하는 희망을심는나무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발달장애인 등이 근무하는 ‘오프라인 리사이클’ 매장인 숲스토리를 운영한다.
서울시민교회 협동목사 출신 목회자가 섬기는 서울 성동구의 한 교회에는 전도 잘하는 팀원 40여명을 파송했다. 출석 교인 40명이었던 교회는 현재 120명 넘게 출석하는 교회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민교회 부목사였던 이창길 목사가 개척한 등대교회에도 성도들을 보냈다.
권 목사는 “‘교회가 교회를 낳는’ 분립 개척 사역은 우리 교회만의 사역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며 “서울시민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평범한 교회”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에서는 교회 유산을 상속받아 분립 개척하는 사역이 활발한 편”이라며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쉽지 않지만 총회 차원에서도 교회가 필요한 곳에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사역을 권장한다”고 했다.
권 목사는 재정 지원, 성도 파송을 통해 개척교회와 함께 짐을 나눠야 하지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임을 확신했다. 2009년 서울시민교회 담임목사로 청빙 받기 전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대구 불꽃교회를 개척한 그는 교회 자립 과정을 지켜보면서 개인 차원의 개척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체감했다.
그는 “메가처치(대형교회)가 될수록 교회 권력화에 대한 위험성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회는 개교회주의를 극복해야 하며 교회가 분립하기 힘들다면 노회 차원의 재정 지원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설립 47년을 맞은 서울시민교회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까. 권 목사는 “지금까지 진행된 사역들을 보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이 나왔다”며 “예배와 선교에 매진하며 하나님을 사랑한 것처럼 이웃 사랑의 열매를 나타내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섬기는 사역도 전도 목적보다 한 영혼을 사랑하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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