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재벌의 몰락...부동산ㆍ금융 맞물린 140조 부채 ‘폭탄’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지난 7월 4일 쉬자인(許家印) 헝다(恒大) 회장은 광저우헝다 축구팀 경영 회의에서 ‘내년 리그 우승’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헝다 팀은 중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여섯 번의 우승 전력이 있다. 그러나 경영 악화로 핵심 선수들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제 2주 뒤 발표된 헝다 그룹 재무 보고서에서 2021년과 2022년 누적 손실액은 8120억 위안(150조원)에 달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지난달 28일 쉬 회장은 불법 범죄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 중국 부동산 전성기의 1위 부자로 군림했던 쉬자인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13년 만에 증시 상장...‘문어발’ 확장
이때부터 헝다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 시작됐다. 인수 합병을 통해 관광, 호텔, 축구, 음료, 유통 사업을 벌였고 2016년 금융권까지 진출했다. ‘헝다재부(財富)’를 설립해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자체적으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동시에 성징(盛京) 은행 주식 37%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다. 이듬해 시장의 우려에도 ‘헝다자동차’까지 세웠다. 그가 지휘한 헝다 그룹은 2019년 매출 5072억 위안, 순이익 314억 위안(5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몰락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2020년 자금 위기...예금 담보 2조 차압
주택 90만 채 미준공, 피해 눈덩이 예고
이 과정에서 ‘헝다재부’가 보유한 정기예금 증서가 부동산 건설 자금 확보를 위해 다른 금융기관에 중복으로 제출된 사실도 드러났다. 헝다물업은 부동산 계약금을 전체 판매 대금으로 계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부풀린 것으로 밝혀져 부채 규모가 공개된 것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피해가 커지면서 각종 민원과 신고가 쏟아지고 있고, 헝다 회사 간 불투명한 내부 거래와 자금 돌려막기, 회계 부정 비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헝다의 부동산 프로젝트 중 731개의 완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완공을 보장한 주택 140만 채 중 지난해 말까지 50여만 채만 준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헝다가 계약한 공사 금액은 총 6039억 위안(111조원)에 이르는데 주택을 완공해 양도하지 못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와 은행의 몫이다. 현재 헝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33억 위안에 불과하다.
헝다 그룹의 해외 채무도 눈덩이다. 2022년 12월 말 기준 해외 부채는 1406억 위안(26조원ㆍ192억 달러)에 이르고 2021년 말 2억 6000만 달러의 사모채권 이자 상환을 못 해 부도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결국 지난 8월 헝다 해외 법인이 미국 뉴욕 법원에 파산 신청을 냈고 채권단 회의는 이미 세 차례 미뤄지며 협의도 불투명한 상태다.
즉 헝다그룹의 누적 부채 규모를 총합하면 헝다물업 공사계약 부채 111조원, 헝다재부 미지급 원리금 5조 5000억원, 해외 채무 26조원 등 최소 약 142조원 규모다.
중국 부동산 시장 추락 가속화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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