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지와 열정, 국민에게 감동 안긴 아시안게임 선수단

2023. 10. 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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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장진영 기자


무릎 부상에도 2관왕 안세영, 최고령 금메달 김관우


9개월 뒤 파리올림픽, 신예 육성하고 과감한 투자를


어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금메달 42개로 중국·일본에 이어 종합 3위에 올랐다. 전체 메달 수는 190개로 2위인 일본(188개)을 앞질렀다. 그제 열린 결승전에서 축구는 무패 행진으로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뤄냈다. 야구는 초기의 열세를 극복하며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수영에선 22개(금 6, 은 6, 동 10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각각 3관왕과 2관왕에 오른 김우민(22)·황선우(20)를 비롯해 50m 자유형·접영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지유찬(21)·백인철(23) 등 2000년대생들의 금빛 질주는 국제 무대에서 주눅들지 않고 즐기면서 자신감 있게 기량을 펼치는 젊은 세대의 패기를 보여줬다.

노장 투혼도 빛났다. 신설된 e스포츠 부문(스트리트파이터V)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관우(44)는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다. 오락실에서 격투 게임을 처음 접한 여덟 살 때부터 36년간 한 우물을 팠다. 1997년 대회 입상을 시작으로 직장에 다니며 프로게이머 활동을 병행했다. “강한 의지로 지금까지 왔다”는 그의 말처럼 굽힐 줄 모르는 의지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브레이킹 댄스 은메달 김홍열(39)도 마찬가지다. 격렬한 움직임이 많은 종목 특성상 “아픈 데도 많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다.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브리지 부문의 73세 동갑내기 김윤경과 임현도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인생의 깜짝 선물”이라는 임현의 말처럼 고령에도 식지 않는 열정과 투지가 돋보였다.

무릎 부상에도 배드민턴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21)은 인간의 한계 극복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통증을 참기 위해 테이핑을 너무 세게 한 나머지 무릎은 피가 통하지 않아 시커멓게 변한 모습이었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주저앉아 냉찜질해야 했지만 그의 투지는 굽힐 줄 몰랐다. 지난 대회에서 바벨을 들다 쓰러져 4위에 그쳤던 역도의 김수현(28)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기회가 왔으니 정신 바짝 차리라”는 북측 감독의 응원을 듣고 정신무장이 됐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한의 역도 영웅 림정심의 팬이라고 밝혀 경색된 남북 정세와 달리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배구(남자)는 61년 만에 처음 메달권에 못 들었다. 농구(남자)는 역대 최저 성적이다. 유도·레슬링은 제때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했다. 반면에 일본(2위)과 인도(4위)는 국가 차원에서 치밀한 차세대 신예 육성 플랜과 과감한 투자로 두루 약진했다. 그 나라의 소프트 파워를 상징하는 스포츠야말로 중요한 국력의 지표다. 파리올림픽까지 9개월 남았다. 다시 한번 도전과 열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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