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지은 희고 간결한 두 번째 집, 혜담헌
하루의 시작과 끝에 휴식과 위로를 얻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회복이 존재하는 곳. 우리는 그런 공간을 집이라 부른다. 많은 이가 자신이 살아갈 집을 지어보길 꿈꾸지만, 현실이 되기까지 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조합한 ‘혜담헌’의 주인인 이규헌은 그 일을 무려 두 번이나 실현시켰다. 두 번의 집 공사는 그에게 자신의 시선과 인생의 방향을 가다듬고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첫 집의 위치는 인천 청라였다. 초면부터 대화가 잘 통했던 건축사무소 ‘바이아키’ 이병엽 소장과 일사천리로 공사를 진행했고, 오래지 않아 작고 아름다운 중정이 있는 2층집이 완성됐다. 하지만 차와 오토바이 소음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도심 주택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세 마리의 진돗개에게도 좀 더 너른 마당을 선사하고 싶었던 그는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이끌려 두 번째 집을 짓게 됐다.
“양평 집을 위해 수만 장의 이미지를 수집했어요.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장면들을 모으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스타일이 만들어졌고, 그게 내 취향이라는 걸 알았죠.”
7개월에 걸쳐 완공된 두 번째 집 혜담헌은 첫 집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보완하며 전혀 다른 색과 재질을 도입했다. 이전 집의 주 소재가 나무였다면 이번에는 블랙 앤 화이트 가구와 타일, 대리석을 바탕으로 모던하면서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든 것.
전체 벽면은 화이트 페인트로 마감하고, 1층은 고풍스러운 대리석 트라버틴을 이용해 바닥과 부엌을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부엌을 가로지르는 3m의 아일랜드 상판에도 트라버틴을 적용해 공간의 중심을 잡았다. 공간도 1층엔 부부의 생활공간인 거실과 부엌, 침실을 배치했고, 2층은 게스트 룸과 특별한 모임을 위한 장소로 나눴다.
2층집이지만 평소에는 단층집처럼 생활이 가능하고, 냉난방도 효율적이라 생활하면서 더욱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2층에 서면 6m에 달하는 높은 천장고의 거실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티타임이나 가족 모임을 위해 고즈넉한 대청마루도 만들었다. 넓고 길다란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이곳은 손님이 머물 때는 게스트 룸으로 변신한다.
“이 집에 온 후로 하루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남쪽으로 낸 넓은 창들과 1층의 작은 천창을 통해 달라지는 빛의 위치와 길이를 관찰하는 게 새로운 일과가 됐죠.”
집 안 곳곳에는 반려견들을 위한 배려도 숨어 있다. 대형견을 목욕시킬 수 있는 크고 깊은 욕조, 정원과 곧장 연결되는 침실 구조, 좀 더 쉽게 오르내리도록 작은 대리석을 하나 더 놓은 계단 등은 그들의 일상과 동선을 면밀히 이해한 사람만 전할 수 있는 마음이다.
“여러모로 이 집은 저희에게 완성과 정착, 확실한 미래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해요.” 두 번째 집에서 그리는 그들의 행복은 오랫동안 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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