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지은 희고 간결한 두 번째 집, 혜담헌

2023. 10. 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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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변의 희고 간결한 주택. 진돗개 세 마리와 사는 부부가 두 번째로 지은 집이다.
하얀 거실에 놓인 스펙트럼의 빈티지 블랙 라운지체어와 챕터원의 스틸라이프 블랙 테이블이 스타일의 정점을 이룬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휴식과 위로를 얻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회복이 존재하는 곳. 우리는 그런 공간을 집이라 부른다. 많은 이가 자신이 살아갈 집을 지어보길 꿈꾸지만, 현실이 되기까지 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조합한 ‘혜담헌’의 주인인 이규헌은 그 일을 무려 두 번이나 실현시켰다. 두 번의 집 공사는 그에게 자신의 시선과 인생의 방향을 가다듬고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작은 천창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은하수처럼 보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모양을 관찰하는 것도 일상의 큰 즐거움이다.

첫 집의 위치는 인천 청라였다. 초면부터 대화가 잘 통했던 건축사무소 ‘바이아키’ 이병엽 소장과 일사천리로 공사를 진행했고, 오래지 않아 작고 아름다운 중정이 있는 2층집이 완성됐다. 하지만 차와 오토바이 소음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도심 주택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탈리아산 트라버틴 석재를 자연스럽게 커팅해 부엌 아일랜드 위에 올렸다. 스틸 보디와 상반된 느낌이 공간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세 마리의 진돗개에게도 좀 더 너른 마당을 선사하고 싶었던 그는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이끌려 두 번째 집을 짓게 됐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은 바닥재와 동일하게 마감해 일체감을 주었다. 날렵한 포물선을 그리는 난간 디자인도 흥미롭다.

“양평 집을 위해 수만 장의 이미지를 수집했어요.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장면들을 모으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스타일이 만들어졌고, 그게 내 취향이라는 걸 알았죠.”

부부의 주거 공간과 게스트를 위한 공간으로 층을 분리한 혜담헌. 단층집과 2층집의 장점을 모두 포괄해 더욱 만족스럽다.

7개월에 걸쳐 완공된 두 번째 집 혜담헌은 첫 집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보완하며 전혀 다른 색과 재질을 도입했다. 이전 집의 주 소재가 나무였다면 이번에는 블랙 앤 화이트 가구와 타일, 대리석을 바탕으로 모던하면서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든 것.

크고 넓은 창을 통해 집 주변의 절경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2층 대청마루. 간단한 이부자리를 펴서 게스트 룸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전체 벽면은 화이트 페인트로 마감하고, 1층은 고풍스러운 대리석 트라버틴을 이용해 바닥과 부엌을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부엌을 가로지르는 3m의 아일랜드 상판에도 트라버틴을 적용해 공간의 중심을 잡았다. 공간도 1층엔 부부의 생활공간인 거실과 부엌, 침실을 배치했고, 2층은 게스트 룸과 특별한 모임을 위한 장소로 나눴다.

다이닝 룸 앞에 서 있는 나무 기둥도 분위기에 맞게 블랙 페인트로 마감했다.

2층집이지만 평소에는 단층집처럼 생활이 가능하고, 냉난방도 효율적이라 생활하면서 더욱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2층에 서면 6m에 달하는 높은 천장고의 거실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티타임이나 가족 모임을 위해 고즈넉한 대청마루도 만들었다. 넓고 길다란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이곳은 손님이 머물 때는 게스트 룸으로 변신한다.

2층에 놓인 빈티지 가구들은 이전 집에서도 사용했던 것이다.

“이 집에 온 후로 하루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남쪽으로 낸 넓은 창들과 1층의 작은 천창을 통해 달라지는 빛의 위치와 길이를 관찰하는 게 새로운 일과가 됐죠.”

침대만 오롯이 놓인 침실. 좌측의 큰 창을 통해 곧바로 정원으로 연결된다.

집 안 곳곳에는 반려견들을 위한 배려도 숨어 있다. 대형견을 목욕시킬 수 있는 크고 깊은 욕조, 정원과 곧장 연결되는 침실 구조, 좀 더 쉽게 오르내리도록 작은 대리석을 하나 더 놓은 계단 등은 그들의 일상과 동선을 면밀히 이해한 사람만 전할 수 있는 마음이다.

거실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진돗개 가족. 왼쪽부터 천송, 북송, 하리.

“여러모로 이 집은 저희에게 완성과 정착, 확실한 미래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해요.” 두 번째 집에서 그리는 그들의 행복은 오랫동안 완전할 것이다.

2층 대청마루 앞에도 다이닝 룸과 동일한 텍타 체어를 놓아 통일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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