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아이 시선으로 본 교실 안 진짜 괴물은…

나원정 2023. 10. 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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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 한 소도시의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학부모, 교사, 학생 각각의 엇갈리는 시선을 3부 구성에 담았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초등학생 아이의 말수가 부쩍 줄었다. 학교에 신고 간 신발은 한쪽만 사라졌다. 아이는 자학하는 듯한 이상한 말도 한다.

부모로선 걱정될 만한 정황이다. 누가 네게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묻자, 아이는 뜻밖에도 담임 교사의 이름을 댄다.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선생님이 그랬어요.”

일본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61)의 신작 ‘괴물’은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교실 문제를 전면에 다룬 작품이다. 5학년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걱정스러운 변화에 학교로 달려간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학교 측의 진심 없는 사죄, 매뉴얼만 따지는 태도에 화가 난다. 하지만 교사들도 사정이 있다.

고레에다 감독

이 영화는 ‘브로커’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을 받은 그가 일본에 돌아가 찍은 작품이다. 한국에선 지난 7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첫 공개됐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됐던 아동 학대 소재 드라마 ‘마더’(2010)로 화제를 모은 극작가 사카모토 유지가 다시 펜을 들었다. 평소 직접 각본을 써온 고레에다 감독이 유지의 시나리오 연출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영화화가 성사됐다. 올초 작고한 일본 유명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고작이기도 하다.

7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괴물’ 기자회견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 중 정말 존경하는 두 분과 아주 값진 경험을 했다”면서 투병 중이던 사카모토 류이치에 대해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제가 편지를 보내면 사카모토로부터 음악이 오는 작업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같은 시간대의 상황을 학부모·교사·아이, 각각의 시선에서 차례로 바라본 3부로 구성됐다. 뜬소문이 부추긴 오해와 분노를 한꺼풀씩 벗겨내며 아픈 진실에 다가간다. 아이들이 놀이하듯 부르는 “누가 진짜 괴물인가”에 대한 답을 영화 말미 관객 각자가 떠올리게 된다.

영화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각본상을 받았다. 남동철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 대행은 “학생 인권, 교권 보호 등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한다면 봐야 할 영화”라고 소개했다.

‘괴물’은 올해 말 한국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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