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동갑내기 맹활약, 야구 4연속 우승 견인
류중일(60)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7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2-0으로 물리치고 대회 4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우승의 주역은 2003년생 스무살 동갑내기인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박영현(KT 위즈)·윤동희(롯데 자이언츠) 등이다. 항저우에서 모두 MVP급 활약을 펼치며 한국 야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오른손 파이어볼러 문동주는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의 자리를 예약했다. 대만과의 예선 1차전에선 4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다시 만난 결승에선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상대 타선을 잠재우고 우승을 이끌었다.
문동주에겐 이번 금메달이 더욱 특별하다. 문동주의 아버지는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인 문준흠(49) 장흥군청 육상팀 감독이다. 문 감독은 2010년 광저우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다. 문동주는 “아버지가 아시안게임 코치를 맡으셨던 때부터 금메달은 나의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게 돼서 정말 좋다”고 했다.
뒷문을 지킨 박영현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KBO리그 홀드 1위(32개)를 달리는 박영현은 이번 대회에서 승부처마다 마운드에 올라와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150㎞대의 묵직한 직구로 잇달아 삼진을 솎아냈다. 특히 마무리 투수 고우석(25·LG 트윈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그 빈자리를 착실히 메웠다.
타선에선 윤동희의 존재감이 빛났다. 야탑고 시절까지 유격수를 보다가 프로 데뷔 후 외야수로 전향한 윤동희는 당초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러나 이의리(21·KIA 타이거즈)가 손가락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대신 태극마크를 단 뒤 항저우에서 깜짝 활약을 펼쳤다.
윤동희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타율 0.583(12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 5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다른 타자들이 쉽게 감을 찾지 못할 때 윤동희 홀로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한국의 수퍼라운드 진출을 책임졌다. 류중일 감독이 “만약 윤동희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고 되뇌기도 했다.
한편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부침을 겪은 투수 고우석은 우승을 확정한 뒤 펑펑 울었다. 고우석은 “복잡한 생각이 교차해서 눈물이 났다. 특히 전임 국가대표 사령탑이셨던 김경문 감독님과 이강철 감독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주축 타자 강백호(24·KT)는 최근 공황장애를 앓았던 사실을 고백하며 “태극마크를 달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컸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서 기쁘다”며 울먹였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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