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한스푼 가득 담은 제이든 초의 공간
Q : 레이블 론칭 2년 만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어요.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생각되는데, 기분이 어때요?
A : 플래그십 스토어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늘 꿈꿔온 공간이에요. 어린 시절 어른이 되면 들어가고 싶다 생각했던 영국의 텍스타일 회사가 있어요. 중학교 때 그 회사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한 적 있는데, 마치 천국처럼 느껴졌죠. 당시엔 플래그십 스토어란 말 자체가 생소할 때라 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공간이란 걸 처음 알게 됐어요. 나중에 성공하면 나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겠다 다짐했죠. 저에게 플래그십 스토어는 하나의 신성한 공간이에요. 좋은 기회에 오픈하게 돼 기쁜 마음이 드는 한편으론,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이 계속 오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거예요.
Q : 한국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패션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쳤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 ‘조성민’이란 사람을 알게 됐을 땐 플로리스트 혹은 세트 스타일리스트라 불리고 있었죠.
A : 사실 꽃이나 세트 스타일링을 따로 배운 적은 없고, 그저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됐죠. 제가 포토그래퍼 조기석과 대학 동문인데 학생 시절부터 같이 꽃을 오브제로 사진 작업을 많이 했어요. 이후 조기석 실장이 매거진에 데뷔해 꽃이 필요한 촬영을 맡게 됐는데 기자님께 저를 추천해 꽃 스타일링을, 이후 또 다른 촬영에선 소품 스타일링을 하게 된 거예요.
Q : 시간이 흘러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궁금했어요. 꽃과 소품 스타일링에서도 남다른 미감을 발휘했잖아요. 처음 패션 디자이너가 돼야겠다 생각했던 때는 언제예요?
A : 어머니가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레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꿨죠. 인테리어용품 제작을 위해 원단 수입도 하셨기 때문에 전 늘 실크와 자카르 같은 아름다운 원단 속에서 자랐어요. 학창 시절엔 패션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옷도 천으로 만드는 거잖아?’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웃음)
Q :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A : 저는 사실 한국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생각하진 못했어요.
Q : 하지만 제이든 초엔 한국적인 미학이 분명 깃들어 있어요. 저는 제이든 초를 ‘레트로 감성이 깃든 코리안 쿠튀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거든요.
A : 맞아요! 많은 분이 그렇게 말씀해주세요.
Q :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다면 자연스레 묻어 나온 거 아닐까요?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요.
A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쓰는 컬러가 독특하단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는데, 사실 다 어머니가 즐겨 입으시던 컬러예요. 제가 어린 시절부터 봐온 어머니의 스타일이 저에게 영향을 준 건 분명한 사실이거든요. 제가 즐겨 사용하는 실크 소재도 마찬가지고요. 어린 시절 앞서 말했던 것처럼 집에 실크와 자카르 원단이 가득했고, 어머니도 실크 소재를 즐겨 입으셨어요. 저에게 실크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실크의 아름다움을 알고, 또 즐기게 하고 싶었어요. 실크 셔츠 시리즈도 그런 이유에서 탄생한 컬렉션이죠.
Q : 어머니 이외에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A : 꽃에서 얻는다는 이야기는 그간 많은 인터뷰를 통해 밝혀왔어요. 꽃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라 생각해요. 형태와 구조학적으로도 완벽하고요. 인류의 문화적 발전의 중심엔 늘 꽃이 있었던 사실이 그 증거라 생각해요. 꽃 이외엔 그림, 조각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 제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영감을 얻어요.
Q : 뮤즈가 있나요? 혹시 어머니?
A : 뮤즈라는 말을 사실 좋아하진 않아요. 너무 거창하단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어머니가 저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셨고, 오늘 인터뷰 사진을 찍어 준 모델 이혜승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서 많은 도움과 영감을 받아요. 그런 존재들이 뮤즈라 한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 있을거에요.
Q : 지금까지 디자인한 옷 중 제이든 초를 대표하는 아이템은 무엇일까요?
A : 스토어의 외벽에도 걸려 있는 플래그 드레스? 네, 맞아요. 처음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위한 일종의 장치적인 옷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제일 잘 판매되는 아이템이 바로 플래그 드레스예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죠. 사람들이 어려워할거라 생각했는데 제 선입견이었어요.
Q : 플래그 드레스의 탄생 스토리가 궁금해요.
A : 영국 유학 시절 처음 만들었어요. 이방인인 내가 이 땅에 깃발을 꽂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웃음)
Q : 존경하는 디자이너는요?
A : 미우치아 프라다, 라프 시몬스, 피비 필로, 드리스 반 노튼. 저에게 이들은 피카소 같은 존재예요. 늘 변화하고 발전하고 진화해온 사람들이죠. 저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싶고, 또 그렇게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Q : 오늘날 한국 패션 신의 가장 아쉬운 점은 예술성보다 상업성에 더 포커스를 둔다는 것이에요. 그런 면에서 제이든 초 같은 레이블이 있어 늘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엄버 포스트파스트를 론칭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어요. 좀 더 커머셜한 브랜드잖아요.
A : 제이든 초는 제 혼을 불어넣는 브랜드라 생각해요. 제이든 초를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보다 커머셜한 감각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좋은 제안이 들어와 엄버 포스트파스트를 디렉팅해 론칭할 수 있었어요. 제이든 초가 좀 사적인 브랜드라면 엄버 포스트파스트는 공적인, 그러니까 모두를 위한 대중적인 브랜드라 할 수 있어요.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예쁘게 입을 수 있는, 즐겁고 편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브랜드랄까요?
Q : 엄버 포스트파스트는 전통 염색 원단이나 전통 공예 기법을 활용하고 있어요. 제이든 초도 쿠튀르적인 디테일이 많고요. 두 브랜드 모두 장인 정신이 중요할 것 같아요.
A : 제이든 초는 제 친구들과, 엄버 포스트파스트는 한국의 전통 공예가 그리고 장인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저는 장인 정신이 우정을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해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을 만들겠단 마음이 한데 모이는, 참 숭고한 일이에요.
Q :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작업도 하고 있어요.
A : 엄버 포스트파스트는 원단의 재활용과 전통 공예, 장인 정신의 지속가능한 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제이든 초는 'PURE SILK' 라인을 만들어 오랜 시간 창고에 보관되어 있거나 소량으로 남은 데드 스톡 실크를 활용하고 있구요.
Q :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어요.
A : 엄버 포스트파스트를 글로벌하게 키울 계획이에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요. 반면 제이든 초는 더 천천히 가꿔갈 생각이죠. 그리고 언젠간 종합적인 텍스타일 기반의 원단 회사로 발전시켜나가고 싶어요. 해외의 유서 깊은 패브릭 컴퍼니처럼 우리나라의 중요한 순간마다 수입 원단이 아닌, 우리 손으로 만든 원단을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요.
Q : 마지막으로 제이든 초를 대표하는 3가지 키워드가 뭘까요?
A : 행복, 낭만, 여유. 제 옷을 입은 분들이 이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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