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클래식 세계, 같이 들어요
[이규승 기자]
▲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의 음악 분야 프로그램인 ‘더클래식’ 시리즈를 조희창 평론가가 지난 7일 ‘클래식을 전하는 예술가’ 주제로 문을 열었다. 특히, KBS FM작가와 KBS1TV <클래식 오디세이> 대표작가로 활동해온 그는 영화의 명장면을 연주 실황과 함께 클래식을 감상하는 강연을 준비했다. |
ⓒ 서울문화재단 제공 |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네요. 물론 전문 홀에 비해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일반 사람들이 감상하려면 몇 가지만 충족하면 돼요. 첫 번째는 음향, 다음은 비디오죠. 그런데 여기는 천장고가 높아서 (음악을) 감상하는데 전혀 문제가 안돼요. 기초를 배우려는 분들에게 상당히 좋은 곳이죠."
일 년에 50~60번이 넘게 강연과 렉처 콘서트를 여는 조희창 음악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정기적으로 계약을 맺고 강의를 하는 몇 백 석 규모의 공연장이 아니다. 김포공항이 인접한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 있는 50평이 됐을 법한 작은 공간이었다. 여기엔 그 흔한 등받이 객석조차 없다.
▲ 조희창 평론가의 강연을 맨 뒷자리에서 바라보는 중년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일반 관객이 아니라 불과 2주 후에 같은 장소에서 강연자로 나설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인 프란체스코 홍(사진 가운데)이다. |
ⓒ 서울문화재단 제공 |
"잘 차려진 곳에서 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 같은 곳도 보람입니다. 강연이든 렉처든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청중의 수준을 충족하고 어느 정도 되는 지를 아는 것이죠. 아이들에겐 그들의 언어로 얘기하고, 지식인들에겐 그에 맞는 언어로 소통해야 합니다. 저로써는 오늘 강연을 통해 테스트 받아보고 싶어요."
그가 강연을 여는 프로그램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준비한 <서울시민예술학교>의 일환이다. 오랜 브랜드 작업을 거쳐 지난달 '서울예술교육센터 용산'과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대대적으로 문을 연 서울의 대표적인 예술교육사업이다. 그중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의 음악 분야 프로그램인 '더클래식' 시리즈를 조 씨가 지난 7일 '클래식을 전하는 예술가'라는 주제로 문을 열었다.
특히, KBS FM작가와 KBS1TV <클래식 오디세이> 대표 작가로 활동해온 그는 영화의 명장면을 연주 실황과 함께 클래식을 감상하는 강연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당대의 예술가를 철저하게 분석해 인문학 책에선 볼 수 없었던 톡톡 튀는 소재가 넘쳐나게 만들었다.
책에서 발견할 수 없는 예술교육, '서울시민예술학교'가 앞장서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가인 바흐와 헨델은 국적과 태어난 해, 둘 다 시력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런데 나머지는 전부 달라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는 결혼해서 자식을 20명이나 낳았는데, 헨델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어요. 그리고 바흐는 가난하게 살면서 사후에 유명해졌지만, 헨델은 요즘 시대로 말하는 블록버스터 급 연주자죠. 재력도 상당했고요 그런데 둘 다 같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고 시력을 잃었던 슬픈 사연도 있습니다."
▲ 서울문화재단의 대표 예술교육사업인 <서울시민예술학교>의 강연자로 나선 음악평론가 조희창(사진 왼쪽)과 세계적인 테너 프란체스코 홍(홍성훈)이 포즈를 취했다. |
ⓒ 서울문화재단 제공 |
1600년경부터 바흐가 세상을 떠난 1650년 경의 바로크 시대의 세 거장 비발디, 바흐, 헨델의 작곡 분야와 음악적 성격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복잡하고 화려한 감정 표현에 대해 절제와 균형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고전주의 시대에서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삶을 설명했고, 낭만주의의 시대에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작곡가들과 명작 속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며 클래식 음악의 시대적 배경과 음악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맛나게 설명했다.
"옛날에는 교회에서 여자들이 노래를 못 부르게 했어요. 그럼 높은 음은 누가 소리를 낼까요? 그래서 거세를 한 남자 가수인 '카스트라토'들이 불렀어요. 바로크 시대에는 슈퍼스타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 최고의 가수는 파리넬리였습니다."
그의 강연을 듣는 관람객에는 어린 초등학생부터 엄마, 아빠들로 구성된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약 50명에 이르는 사람들은 그가 여는 이야기 보따리에 눈과 귀를 홀려 90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었다.
특히,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가인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소개할 때에는 이병헌과 박정민이 주연한 <그것만이 내세상>의 마지막 장면을 보여줬다. 이 장면에선 몇몇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이때 그의 강연을 맨 뒷자리에서 바라보는 중년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일반 관객이 아니라 불과 2주 후에 같은 장소에서 강연자로 나설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인 프란체스코 홍(홍성훈)이다.
유럽을 주름잡던 세계적인 테너, 오페라 가수의 삶을 들려줄 터
▲ 서남권의 예술교육센터인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향후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으로 이름이 바뀌어 서울형 대표 예술교육사업인 <서울시민예술학교>가 전면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
ⓒ 최정필 |
'리틀 파바로티'라는 별명을 얻어 수천 명을 대상으로 노래를 불렀던 그였는데, 이제는 강연을 나서기 위해서 강연의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념 투란도트 초청된 연주회(로린마젤이 지휘)에 나설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그였고, 심지어 세계적인 바리톤인 레오 누치와 한 무대에 올랐던 테너였기에 이런 장면은 더욱 놀라운 따름이다.
"유럽에서 활동했던 시기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였어요. 2021년에 영구 귀국했어요. 아마도 제가 할 강연은 190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무대 위에서 성악가들의 에피소드를 담을 것 같아요. 까르소부터 파파로티까지죠. 세대 별로 이어진 대단한 성악가들이 누구인지 들을 수 있어요. 그들의 음악과 인생이 어떤지 말이죠."
성악가와 오페라 가수로 살아왔던 삶이 2주 후에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오페라 가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그는 앞선 조 씨의 강연을 보면서 자신이 음악가라는 생각으로 보지 않고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봤다고 고백했다. 영화의 클래식 음악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니까 처음에는 빡빡하겠다 생각했는데, "당시에 만들어졌던 음악을 지금 들을 수 있는데, 오래된 건 구식이 아니라는 말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래된 건 증명이 됐다는 지점에서 말이다.
"오페라는 120년 전의 음악을 편곡 없이 지금도 불려지잖아요. 당대의 음악 그대로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거죠. 이게 구식이라면 신디사이저가 들어가면서 변질이 되었겠죠? 오페라의 발성도 마찬가지죠. 그 당시의 발성법인 벨칸도 발성도 지금 변형해서 부르면 될까요? 오래될수록 진짜가 나오는 법입니다."
그는 유럽의 대표적인 공연장에서 20년 가까이 주역으로 활동해온 세계적인 테너로 이름을 알렸다.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을 좋아했던 그가 이제는 사람의 많고 적음은 상관 없이, 소수의 인원만 있어도 소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2주 후에 어떤 관객들이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음악을 전공하려는 분들이 오면 좋겠어요. 성악에 입무하는 학생이나 갓 성악을 출발하는 사람들이 오면 좋겠네요. 노래에 대한 인생을 제가 연주자의 입장에서 들려주고 싶어요. 국제적인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무대에도 서는 과정도 들려주고 싶고요. 그런데 제가 강연에 익숙하지 않은데 오늘 조 평론가의 강연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저도 잘해낼 수 있겠죠?"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하는 21일은 '무대위의 예술가'시리즈로 이어진다. 유럽에서 활동하다 최근에 귀국해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테너 프란체스코 홍(홍성훈)의 '무대 위에 예술가' 강연이 펼쳐진다. 무대 위에서 예술가로서의 삶의 이야기와 테너 프란체스코 홍이 들려주는 오페라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작곡가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인 오페라 <투란도트>의 탄생 배경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칼라프 왕자 역을 맡았던 프란체스코 홍이 예술가로 사는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풍부한 무대 경험과 깊이 있는 노하우를 지닌 예술가로서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들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접하기 어려웠던 예술가의 삶과 오페라 이야기를 접목하여 예술, 그리고 무대의 미학적 교감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다.
프란체스코 홍은 비오티콩쿠르, 베르디 국제 콩쿠르 등 다수의 콩쿠르에 우승과 입상했고, 세계적인 극장 스칼라에서 주역을 맡으며 데뷔 한 바 있다. 또한, 오페라 '리골레토', '맥베스', '투란도트', '운명의 힘', '아이다' 등 오페라 출연, 오페라 <투란도트> 칼라프역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해석을 뛰어넘는 역사를 다시 쓰는 칼라프 왕자라는 평을 받았으며, 오페라계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국내 활동과 동시에 오페라 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음악, 연극, 시각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감상, 체험뿐 아니라 직접 창작이 가능한 서울문화재단의 대표적인 예술교육사업인 <서울시민예술학교>를 오는 11월까지 진행한다. 한편, 오는 14일에는 '클래식을 연주하는 예술가'시리즈로 이어진다.
피아니스트이자 유튜브 <김윤경의 소소한 클래식>의 김윤경 씨가 직접 출연한다. "낯선 클래식을 대중의 세계로 발을 뻗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17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화제의 유튜브 채널의 주인공인 김윤경 만의 유쾌한 해설과 피아노 연주를 감상해볼 수 있다.
올해 전면 개편된 서울시민예술학교
서울시민예술학교는 2008년 노년기 시민을 대상으로 '꿈구는 청춘예술대학'으로 시작해 2015년 성인을 위한 예술교육인 '서울시민예술대학'을 거쳐 2022년에는 '서울예술학교,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예술교육을 진행해왔다. 이제는 예술교육사업에 대한 이해와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는 과정을 거친 후 2023년부터 '서울시민예술학교'로 변화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시민들이 다양한 예술교육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울시민예술학교가 서울시내 5개 권역으로 전면 확대하기 위해 도심권(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과 서남권(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뿐 아니라 2024년 말에는 동북권(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동남권(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 서북권(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 등에서도 서울시민예술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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