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김신태 기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일컬어진다. 자유에 대해 모르는 이는 없지만, 자유란 우리의 생각과 달리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자유가 자주 소환되고 있지만, 자유란 과연 무엇일까?
▲ <자유론>표지 |
ⓒ 책세상 |
자유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자유와 권력의 다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과거에는 이런 다툼이 백성, 또는 백성 가운데서도 일부 계급과 정부 사이에서 일어났다. 이때의 자유는 정치 지배자의 압제에서 보호받는 것을 의미했다. 지배 권력의 횡포와 전횡을 막기 위해 최고 권력자가 행사할 힘의 한계를 규정하고, 이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을 자유라고 불렀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나랏일을 담당하는 고위직 관리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 또는 대리인이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의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그렇지만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이 있다. 바로 "다수의 횡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다수의 선택이 언제나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지지하는 경우도 있고, 다수가 행사하는 권력 또한 강력한 지배 계급의 권력만큼이나 위험하다.
<자유론>은 진보적 자유주의의 기초를 놓았다고 전해지는데 밀이 자유론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는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이기도 하다.
밀은 인간의 자유 영역을 3가지로 구분 짓는다.
첫째, 내면의 의식적 영역이다. 이것은 모든 주제에 대한 가장 넓은 의미에서 양심의 자유와 생각과 감정의 자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를 지녀야 하며,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자기 삶을 설계하고 자기 좋을 대로 살아갈 자유를 누려야 한다. 따라서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눈에 어리석거나 잘못되었거나 틀린 것으로 보일지라도 이를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 결사의 자유다.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어떤 목적의 모임이든 자유롭게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밀은 어떤 정부 형태를 가지고 있든 이 세 가지 자유가 원칙적으로 존중되지 않는 사회라면 결코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으며 이런 자유는 절대적으로, 무조건 누릴 수 있어야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는 "내 멋대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밀이 말하는 자유를 단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다른 의견을 말할 권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자유가 우리 앞에 자주 소환되고 있지만 <자유론>을 읽다 보면 오히려 자유가 실종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밀은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한 생각과 토론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자유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다수의 횡포는 확증편향을 타고 더욱 심화하며 다른 의견은 배척해야 하는 것이 된다. 오히려 이것이 자유와 가장 동떨어지는 행위란 사실은 무척 역설적이다. 스스로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사회라니 말이다.
자유로운 사회란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근거를 학습해 생각을 확장해 나가면서 토론을 통해 어떤 결론이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어떤 종류의 행동이든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강압적인 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사안이 심각하다면 반드시 통제받아야 한다. 자유에도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밀은 <자유론>을 통해 개인에게 자유의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또한 국가는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에 간섭할 수 있는지도 심도 있게 고찰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후대에도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함을 역설한다.
오늘날에는 자유가 보편적이지만, 과거에는 지위가 높거나 세력이 강한 자들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이들이 휘두른 권력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탄생한 것이 자유이다. 그렇기에 내 멋대로 하는 것은 자유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며 자유에는 사회적 책임이 내포되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압제를 환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유를 모르는 이는 없지만, 오히려 자유가 억압받고 있는 사회가 되어간다는 점은 역설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자유를 외치지만, 우리는 자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개념이라 오히려 무엇이 자유인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밀이 <자유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개별성"이다. 개인의 자유도 결국 개별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때문의 자유로운 생각이 중요하며 토론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각자의 개별성을 보장하면서 합의해 나가는 것은 토론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리는 현대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인간은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에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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