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분위기가 얼떨떨한 황선홍 "비난만 받다가 환영 받으니 생소" [일문일답]

권동환 기자 2023. 10. 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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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국제공항, 권동환 기자)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룬 황선홍 감독이 180도 바뀐 분위기에 얼떨떨한 심정 감추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8일 오후 7시경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엔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룬 대표팀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축구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황선홍호는 지난 7일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서 전반 2분 만에 선제 실점했으나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조영욱(김천)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2014 인천 대회 우승,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일본을 꺾고 우승했던 대표팀은 역대 최초로 아시안게임 축구 3연패를 기록한 팀이 됐다.

이번 우승은 황선홍호에게 있어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황선홍호는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참패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 조영욱, 이강인(PSG), 홍현석(KAA 헨트) 등 현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이 뛰었으나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무너졌다.

충격은 컸다. 2021년 3월 A대표팀이 친선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후 2022년 6월 U-16 대표팀이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0-3으로 패해 한일전 2연패를 당한 상황이었고, 3연패까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이 경기 이후 황 감독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강인이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데리고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는 비판이 있었다. 아시안게임을 3개월 앞두고 중국 현지 적응을 위한 명분으로 추진했던 중국과의 평가전 2연전도 잃은 게 더 컸다. 주축이었던 엄원상(울산현대)이 발목 부상을 당했고, 조영욱과 고영준(포항 스틸러스)도 경미한 부상을 입고 귀국했다. 2연전 결과는 1승1패. 확실한 성과를 올린 것도 아니었다.

금메달을 위해서라도, 지난 맞대결 패배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라도 황 감독에게 아시안게임은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야 했고, 마침내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으면서 팬들의 환호를 받는데 성공했다.

바뀐 분위기를 증명하듯 황 감독이 입국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순간 많은 팬들이 함성으로 맞이했다. 대회를 앞두고 비난과 의구심이 가득찼던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황 감독도 기자회견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정말 훌륭한 선수들과 스탭과 함께해서 행복한 대회였다. 좋은 추억을 쌓았다"라며 "늦은 시간까지 국민 여러분께서 성원해주신 덕분에 우리가 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고 생각한다"라며 대회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많은 성원 부탁드리고, 우리 선수들에게 많은 칭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대회 소감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황 감독은 곧바로 취재진 앞에 서서 현 심정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황선홍 감독의 일문일답.

-전과는 달리 공항 분위기가 매우 좋다.

적응이 잘 안 된다. 매일 비난만 받다가 환영을 받으니 생소하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앞으로 많이 환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승 소감을 여쭈고 싶다.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줬고, 선수들과 지원 스태프와 코칭 스태프가 삼위일체가 돼서 대회를 처음부터 준비했던 것들이 잘 이뤄지고,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성공 요인이 돼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팬분들도 한국에서 열렬히 응원해 주신 덕분에 우리가 큰 힘을 얻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비난만 받다가 환영을 받았다고 하는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한 사람을 이용해서 축구하고 싶은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어우러지는 축구가 좋은 축구라 생각한다. 그런 측면을 활용한 게 두드러지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기간 동안 승승장구했는데 고비였던 순간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우즈베키스탄전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예선을 치르면서 경기를 계속 주도하는 경기를 했는데, 우즈베키스탄 스타일이 직선적이고 파워풀해서 우리가 말려 우리가 기존에 했던 스타일과 다른 양상이 돼서 힘든 경기를 했다. 그 고비를 넘기고 나서는 우승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도 일본전이 결승전이었고 이른 시간이 선제골을 실점을 했다. 당시 심정을 묻고 싶다.

아찔했다. 그래도 심리적으로 우리 선수들한테 강조했기에,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면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경기장 안에서 백승호나 박진섭(이하 전북 현대) 선수가 중심을 잡아줘서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역전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두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기에 이런 결과를 얻은 거 같다.

-정우영이 이번 대회에서 8골 넣어줄 거라고 생각했는가.

예상 못 했다. (정)우영이한테 그런 놀라운 결정력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앞으로 계속해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제 2024 파리 올림픽까지 1년 남았다. 각오가 남다를 거 같다.

준비를 잘 해야 한다. 협회나 연맹에서 우리가 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 일본이나 우즈베키스탄은 3년 가까이 준비한 반면에 우리는 몇 번 소집 안 되는데, 그것도 불확실해 분명히 차이가 있다. 대신 지금이라도 우리가 열심히 준비할 수 있도록 서포팅이 필요하기에 간곡히 부탁드린다.

-필요한 서포팅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매치 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1월에 동계훈련을 할 때 2~3주 정도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만약 이뤄지지 않는다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회나 구단과 연맹 차원에서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대회 이강인과 함께했는데 파리 올림픽 때도 함께하고 싶은가.

나는 해당 연령 선수들은 다 데리고 싶다. (이)강인이한테 도장은 안 받았지만 꼭 해야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 합류한 6~7명 모두 포함해서 베스트 전력을 꾸리는데 바람직하다.

-이강인 답변이 궁금하다.

모르겠다. 아직 확실한 대답은 안 해줘서 잘 모르겠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괄목할 만한 성장한 선수를 꼽아달라.

누구 하나 뽑기 힘들 정도로 제 역할을 다 해줬다. 이 점이 팀에게 큰 힘이고, 나도 로테이션을 자신과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었다. 어느 한 선수 빠짐없이 자기 퍼포먼스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사진=인천공항, 고아라 기자 / 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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