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김행' 도망이냐 퇴장이냐…그밤 국회 550호선 무슨 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도망’ 논란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김 후보자가 지난 5일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한 것을 두고 야권이 “김행랑”(김행+줄행랑)이라고 몰아세우고, 여권이 “거짓공세”라고 맞받아치면서다.
5일 밤 국회 본관 550호에선 무슨 일이
발단은 5일 밤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실(국회 본관 550호)에서 이뤄진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이 던진 발언이었다. 고성과 막말로 5일 밤 10시를 넘어서까지 청문회를 마치지 못하던 상황에서 권 위원장은 김 후보자를 향해 “청문회를 감당 못할거면 사퇴하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인 정경희 의원이 “중립을 지켜야 할 위원장이 사퇴를 종용하는 건 본 적이 없다”며 사과를 요구하며 맞섰다.
이후 청문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지성호·조은희 의원이 김 후보자와 함께 퇴장하려고 하자, 민주당 문정복·양이원영 의원이 김 후보자를 둘러싸며 막아섰다. 5분가량 실랑이 끝에 권 위원장은 밤 10시 42분 정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렸고 김 후보자는 여당 의원과 함께 청문회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1시간 동안 여야는 물밑에서 “먼저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둘다 수용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와 여당 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채 권 위원장은 밤 11시 43분 회의를 속개했고, 11시 59분에는 ‘차수변경’을 위한 의사일정변경안을 의결했다. 청문회는 6일 0시 59분 권 위원장이 정회시켰는데 같은 날 오전 10시에 속개된 청문회에도 김 후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 벗어났나” vs “청문회장 옆에서 대기”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 행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신현영 의원은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가 사라진 뒤 회의 속개까지 계속해서 김 후보자 측에 연락해 ‘후보자가 어디 있는지 파악해달라. 출석시켜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준비팀은 ‘모른다’는 답변뿐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퇴장 직후 국회를 벗어났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야권 관계자는 “본관에 대기했다면 한 번쯤 모습을 드러낼 만도 한데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에 여당은 김 후보자가 본관 550호에서 걸어서 약 1분 거리인 같은 층 대기실에 머물렀다고 반박했다. 정경희 의원은 “여당 의원만 퇴장했다가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김 후보자를 몰아세울 수 있어 같이 퇴장한 것”이라며 “김 후보자는 대기실에서 여당 의원들과 6일 0시 30분까지 머물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장면을 중계화면을 통해 함께 봤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당시 연락을 받지 않은 점에도 정 의원은 “‘사과를 받기 전에는 후보자가 직접 대응하지 말라’는 여당 의원 권유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야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국회에 계속 머물렀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문제 제기를 계속할 태세다.
“청문회장 무단이탈” vs “불법적 차수변경”
야권은 김 후보자가 청문회 도중 퇴장한 것을 “무단이탈”이라고 비판한다. 야당 의원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청문회장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의정 활동을 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봤다”며 “후보자 본인도 떳떳하게 청문회에 응할 수 없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권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한 뒤 퇴장한 것이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회의 정회를 선포하면 후보자가 대기실로 이동하는데 이런 사례대로 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그래도 김 후보자가 끝까지 자리를 지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권 위원장의 ‘차수변경’을 놓고 반격하고 있다. 차수변경이란 밤 12시까지 회의가 끝나지 않으면 의사일정변경을 통해 다음날로 회의를 연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후보자 청문회는 5일 하루짜리였지만, 차수변경으로 6일까지 이틀로 늘어났다. 여권 관계자는 “청문회 일정 변경은 여야 합의가 필요한데 이를 무시했다. 민주당의 폭거”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민주당 관계자는 “다수가 찬성하면 의사변경을 할 수 있다고 국회법에 명기돼 있어서 법적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
신원식·유인촌은 임명…김행도?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신원식 국방부·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임명 강행한 데 이어 김 후보자에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비판은 여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 성격”이라며 “김 후보자 본인만 보면 사실에 입각한 문제점은 없어 곧 임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실이 다시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보고서 채택기한이 지나면 임명 강행 절차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은 지속해서 반발할 태세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8일 “‘줄행랑’ 논란에 코인 보유 논란까지 ‘의혹 백화점’ 김 후보자의 임명을 윤 대통령은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론이 악화할 경우, 임명 철회 가능성도 조심스레 관측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인 여론도 있는 건 사실이어서 일단 추이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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