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년길을 걸었더니,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 것 같네

유영숙 2023. 10. 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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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다섯살 쌍둥이 손자와 다시 찾은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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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올여름이 더워도 너무 무더워서 가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추석 전까지만 해도 여름은 물러날 마음이 없는 듯 여름을 방불케 하였다. 그러다가 비가 내릴 때마다 기온이 조금씩 내려갔다. 추석이 지나면서 가을이 우리 가까이에 다가왔다. 올가을에는 비도 유난히 자주 내렸다. 가기 싫은 여름을 몰아내려는 것 같았다. 이제 가을이 깊어졌다. 이러다가 가을을 맛보기도 전에 겨울이 자리 잡는 것이 아닌가 싶다. 좋은 계절 가을을 오래 붙들고 싶다.

여름에 다녀온 건강백년길을 다섯 살 쌍둥이 손자와 다시 찾았다. 토요일 아침에 손자 밥 먹이고 앉아 있다가 문득 날씨도 좋은데 둥이 데리고 건강백년길이나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라야 마실 물과 약간의 간식을 담았다. 간식은 큰 손자가 좋아하는 뻥튀기와 둘째 손자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챙겼다.
 
 영종도 운서역 근처에 위치한 건강백년길 입구 모습
ⓒ 유영숙
 
건강백년길은 인천 영종도 둘레길 1코스로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내리면 바로 갈 수 있는 숲길이다. 숲이 우거져 있지만, 길이 평평해서 아이들도, 노인들도 걷기 좋은 길이다. 지난 초여름(6월 6일)에도 남편과 함께 갔었는데 산책길 가운데는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서 걷기에 좋았다.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을 위해 야자 매트 가장자리는 흙길이 있다. 요즘 맨발 걷기가 인기라서 맨발 걷기를 하고 싶은 분에게도 좋은 산책길이다.
집 앞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다시 공항철도로 갈아탔다. 쌍둥이 손자는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아서 지하철을 타는 것만으로도 신났다. 인천공항 철도라서 여행객이 많았다. 손자는 신발을 벗고 아예 창밖을 보려고 돌아앉았다. 창밖을 보며 좋아서 환호성이다. 영종대교를 건널 때는 서해 바다가 보여서 더 신나 했다. 마침 밀물이라 바닷물도 많이 들어와 있었다. 검암역에서는 세 정거장밖에 되지 않는 짧은 구간이었지만, 좋아하는 손자를 보며 우리도 저절로 행복했다.
 
 산책로 가장자리에 벚나무가 있어서 봄에는 벚꽃을 즐길 수 있다.
ⓒ 유영숙
 
운서역에서 내려서 화장실에 다녀오고 운서역이 보이게 기념사진도 찍었다. 운서역 옆에 있는 건물만 지나서 횡단 보도를 건너면 바로 건강백년길이다. 역에서 많이 걷지 않는 것도 건강백년길의 장점이다. 지나는 길에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나오는 구수한 빵냄새도 좋았다. 나는 빵순이라서 집에 갈 때 잠시 들러서 빵과 차 한 잔 하고 가야겠다.

지난 초여름에 찾은 건강백년길은 녹음이 우거져 있었고, 산책길 옆에 있는 숲 속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었다. 장미 공원에 피어 있던 빨간 장미가 아름다웠고, 산책길 끝에 위치한 생태 연못에도 수련과 붓꽃 등이 피어 있어서 싱그러웠다.

산책길 옆에 있는 나무는 벚나무로 봄에는 벚꽃을 구경하러 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한다. 오늘 찾은 건강백년길에는 벌써 벚나무 낙엽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어서 추워 보였다. 조금 더 지나서 오면 화려한 단풍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10월 말에 단풍 구경하러 다녀와야겠다.
 
 여름에는 숲이 우거져 시원하다.
ⓒ 유영숙
 
건강백년길 입구에서 모기 기피제를 뿌리고 걷기 시작했다. 쌍둥이 손자도 신났다. 둘째 손자가 민들레를 좋아한다. 여름이 지나면서 집 주변에서 민들레꽃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길옆으로 민들레가 지천이다. 민들레밭 같았다. '민들레 닷!' 소리치며 민들레에 코를 박는다. 민들레 홀씨를 꺾어서 불기도 하며 천천히 걸었다. 나비도 따라가고, 새소리에 맞추어 춤도 춘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늘 뛰지 말란 소리를 달고 산다. 자연에서 마음껏 뛰며 신났다.
생각보다 사람은 많지 않아서 한가로웠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분이 있었다. 신발을 들고 맨발로 걷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맨발로 걸어볼까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오늘은 손자를 안전하게 돌봐야 해서 참았다. 다음에는 꼭 맨발 걷기를 실천해야겠다. 가족끼리 오신 분, 친구와 함께 오신 중년 여성분들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가족도 있었다. 아마 오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산책할 것 같다.
 
 산책로 모습(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 유영숙
 
건강백년길은 약 4㎞로 500m 단위로 표시판이 있어서 내가 걸어온 거리와 남은 거리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연못까지 가려면 4㎞를 걸어야 하지만, 오늘은 다섯 살 손자와 와서 1㎞를 지나 벤치를 찾아서 앉았다. 손자가 아직 어려서 다리 아프다고 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라서 조금 걸었는데도 기분이 상쾌하였다. 벤치에 앉아서 물을 마시고 가지고 온 간식 먹었다.

아이들이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 정도에서 돌아가기로 했다. 바지와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털고 다시 운서역을 향했다. 아이들이 힘든지 안아달라고 한다. 왕복 3㎞ 정도를 걸었으니 손자에게는 많이 걸은 셈이다. 집에 와서 보니 오늘 9,568보를 걸었다. 거의 만보를 걸었으니 많이 걸었다. 손자는 피곤한지 오자마자 씻고 곯아떨어졌다.

 
 500미터 단위로 3.5킬로미터까지 게시되어 있다.
ⓒ 유영숙
 
건강백년길은 갈 때마다 매력적이다. 이름처럼 이 길을 걸으면 100살도 건강하게 살 것 같다. 숲길인데 평지라 나이 드신 분도 걷기에 좋다. 길옆으로 숲이 우거져 있고, 중간중간에 쉴 수 있는 벤치도 있다. 중간에 넓은 잔디밭도 있어서 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 수도 있다. 걸은 거리를 알려주니 자신에게 맞는 거리를 걸으면 된다. 오늘은 어린 손자와 함께 가서 많이 걷지 못했지만, 요즘처럼 날씨 좋은 가을에 시간 있을 때마다 자주 가려고 한다. 다음에는 4킬로미터를 완주해야겠다.
 
 6월 6일에 찍은 장미공원
ⓒ 유영숙
 
100세 시대라고 한다. 120세까지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멀지 않은 곳에 좋은 둘레길이 있어서 참 좋다. 나이 들면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 공항철도를 타고 가니 꼭 여행 가는 기분으로 갈 수 있다. 여행 가는 기분으로 건강백년길을 찾아 건강을 가득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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