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인생학교에서 세종대왕님을 찬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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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원 기자]
▲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 문화 관련한 동영상을 시청중이다. |
ⓒ 양석원 |
신기하게도 한국어 수업이 시작하고 처음에는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던 친구들이 이내 문장을 읽어내고, 그림을 그리는 듯하지만 한글을 쓰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한 교실 안에도 한국에 대한 관심 때문에 스스로 한국어를 공부한 친구들이 있어서 수준에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서로서로 도우면서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모습이 정겹게 보이기도 하다. 마치 언어에도 한국에 정이 묻어 나는 것 같다.
▲ 한국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모습 |
ⓒ 양석원 |
어느 날은 다소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글을 함께 읽고 있는 분들도 한 번씩 답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한국 이름을 선물 받은 덴마크 친구 사라의 질문이다.
"석원, 한국어는 숫자를 세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잖아? 자 그런데 한 번 봐봐.
일, 이, 삼, 사 그리고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근데 나이를 말할 때는 한 살, 두 살, 세 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은데 왜 하나 살 아니고 한 살이야? 그리고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 이렇게 하다가 120세가 되면 백 스무 살이야?"
한국어를 모국어로 말을 할 줄 만 알았지 제2외국어로 배우는 입장에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질문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때 두 번째 더 어려운 질문이 찾아왔다.
"그리고 시간을 이야기할 때 말이야… 예를 들어 2시 30분 이면 앞에 2시는 두시로 말하고 뒤에 30분은 삼십 분으로 말하잖아. 시간은 순 한글로 이야기 하고 뒤 분을 말할 때는 한자어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거야? 그냥 하나로 통일되면 더 편할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야? 너무 어려워 이해를 못하겠어."
아무 답을 하지 못하고 "그러니까 왜 그럴까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네. 내가 정말 미안하다 친구야"라며 웃어보였다.
한국어 공부가 어렵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어색하게 미안하다는 대답으로 끝난 대화는 주변 친구들까지 모두 한 바탕 웃게 했다.
"석원 네가 미안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나름 시간이란 분이랑 구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 같더라고. 아무튼 그렇게 사용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따라야지. 덴마크어에는 더 이상한 게 많이 있거든. 한국어는 귀여운 수준이야."
한국어 대화 수업 시간에 참여할 때는 수준을 나눠서 한국어에 조금 익숙한 친구들과 함께했는데, 이 친구들이 평소에 이야기할 때랑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의 톤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 한국어 수업 교재중의 일부 |
ⓒ 양석원 |
덴마크 보세의 폴케호이스콜레서 한국 문화를 접하고 한국어를 공부했던 친구 중에는 학교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고,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한국에 대한 탐험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친구들이 자주 하는 말이 다른 언어를 배울 때 보다 한국어는 언어가 논리적인 것 같고, 정말 빠르게 한국어를 읽혀 나가는 친구들을 옆에서 보고, 한국어 발음이 아름답게 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괜히 세종대왕님을 찬양하면서 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잠깐이라도 했던 나를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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