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주 팔자”나선 외국인…석달 새 코스피 6조 넘게 순매도

김경진 2023. 10. 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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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21% 오른 2408.7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석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6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연초 후 지난 6월 중순까지 외국인 순매수액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의 들썩이는 국채 금리에 수퍼달러(달러강세)가 되살아나면서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옥 기자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외국인투자자는 연초 후 코스피시장에서 주식을 7조3273억원어치 순매수(상장지수펀드 등 제외)했다. 올해 1월부터 6월 16일까지 14조631억원에 이르렀던 외국의 순매수액이 석 달 만에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외국인이 6월 중순 이후부터 이달 초까지(6월 19일~10월 6일) 6조7357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영향이다.

외국인이 연속으로 ‘팔자’에 나서는 날도 길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6일까지 11일 연속 한국 주식을 팔았다. 이는 지난해 9월(9월 14일~28일) 이후 1년 만의 최장기 매도 우위 행렬이다. 순매도액도 늘었다. 특히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4일 이후엔 단 3거래일 만에 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부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위기설이 번지고, 유가 상승으로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올해 수익률이 높았던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2차전지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한 6월부터 최근(10월 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은 2차전지주가 차지했다. 외국인은 포스코홀딩스를 5조614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1위다. 뒤를 이어 LG화학(1조3540억원), LG에너지솔루션(7690억원), 삼성SDI(6631억원) 순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꺾인 가운데 과열 논란이 심했던 2차전지에 매도세가 집중된 것”이라며 “과도한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의 내구재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2차전지 주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문제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잇따라 발표된 탄탄한 미국의 경제지표가 미국의 긴축 장기화의 배경이 될 수 있어서다. 긴축 우려는 미국 국채금리를 자극할 뿐 아니라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을 압박해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공개한 8월 미국 민간기업 구인건수는 961만건으로 시장 전망치인 880건을 크게 웃돈 데 이어 6일(현지시간) 발표된 비농업 고용 역시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여기에 오는 11일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이어 12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등이 줄줄이 공개될 예정이다.

외국인 이탈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국채금리가 뛰면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낮아지고, 강달러로 인해 달러 자산 선호가 커진다”며 “앞으로 미국 금리 향방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기업 실적 개선이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 11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잠정) 발표가 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줄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의 초점은 점차 고금리 우려보단 펀더멘털(기초 체력) 개선 여부로 옮겨갈 것”이라며 “국내 9월 수출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회복되고 있는 점은 3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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