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존재의 가벼움 드러났다”… 사법 정치화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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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로 사법무 수장 장기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자 사법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일선 법관들 사이에서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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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위한 부결 단일대오였나” 비판도
“대법원장 핵심업무 연기될 것” 관측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로 사법무 수장 장기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자 사법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분노 표출부터 “사법부 위상의 현주소를 보여준 단면”이라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왔다. 차기 대법관 제청 문제를 비롯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지연 등 당분간 대법원장 공백으로 인한 혼선과 혼란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35년 만에 재연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해 8일 “대법원장 존재의 가벼움이 드러나 버린 사례”라고 촌평했다. 이 부장판사는 “더불어민주당이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당론으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결정했는데, 과연 무엇을 위한 단일대오인지 의문”이라며 “대법원장의 중요성은 그 뒤에 국민이 있기에 생기는 것이고, 공백 사태로 인한 피해도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장 자리가 정쟁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한탄도 나왔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과거에는 정쟁이 아무리 심해도 부결이라는 한계선은 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정치 진영 싸움이 심한 상황에서는 다수당이 적극적으로 원하는 사람이 대법원장이 돼야 한다는 선례가 생겨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의 정치화’가 더욱 심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기 대법원장 인준까지는 다시 수개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안철상 대법관이 맡고 있는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도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법관 임명제청 등 헌법상 명시된 대법원장 권한을 권한대행이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제청 등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사법 공백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해당 업무를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는 지적에 직면하고, 반대로 업무를 진행하면 권한 범위를 초과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뤄진 결정들에 대해 정당성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임시 체제에서 이뤄진 결정은 정통성이나 정당성 시비를 부를 수 있다”며 “대법원장의 핵심 권한으로 이뤄지는 업무는 보류되거나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선 법관들 사이에서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장 임명이 미뤄지면 법원행정처 등 주요 보직 전보 및 승진 인사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권한대행이 전보 인사 단행은 가능하더라도 직급 변경이나 특정 보직에 임명하는 인사권 행사는 불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2월 정기인사는 대한민국 판사 약 3분의 1이 영향을 받는 민감한 문제”라며 “대법원장 인준이 늦어지거나 다음 대법원장 후보까지 낙마하는 사태가 생기면 내년 초 전국 법원이 ‘올스톱’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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