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對 이란 대리세력’ 확전하나…벌써 4천명 사상
중동 전문가 “무장 세력들의 후원자는 이란”
유엔, 확전 자제 요청…이란은 하마스 옹호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7~8일(현지시간) 연이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새로운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가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공격에 개입함에 따라 이란의 ‘대리 세력’(Proxy)으로 부르는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의 무장세력이 전쟁에 가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IDF)은 8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침투했던 남부 대부분 지역의 통제권을 지난 밤사이 회복했다고 밝혔다.
앞서 하마스는 유대 안식일인 7일 새벽 이스라엘을 겨냥해 수천발의 로켓포를 쏘고, 무장대원을 침투시켰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어제 이스라엘 남부와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교전 중에 4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테러범을 사살하고, 수십명을 생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일부 키부츠에서 교전이 이어지고 있고, 다수의 도시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찾기 위한) 수색이 진행 중이다. 이제 이스라엘 군인들이 들어가지 못한 도시는 없다”고 했다.
하가리 소장은 “이스라엘군의 임무는 가자지구와 접경한 이스라엘 도시에서 모든 주민을 대피시키고 이스라엘 영토에서 싸움을 종식하는 한편, 부서진 보안 장벽을 다시 복원하고 가자지구의 테러범 시설을 지속해서 타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밤샘 공습을 통해 가자지구의 헤즈볼라 관련 시설 426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10층 이상의 고층 건물도 10여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와중에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군 진지에 로켓·포탄 공격을 단행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및 시리아와 접경한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 팜스’(Shebaa Farms)에 여러 발의 로켓과 박격포를 쏜 뒤 배후를 자처했다.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은 셰바 팜스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영토 분쟁 대상이기도 하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포탄이 날아온 레바논 남부를 겨냥해 보복 포격을 가했다.
헤즈볼라는 이후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저항군에 연대하는 차원에서 우리 전사들이 오늘 아침 레바논의 셰바 팜스 인근에 있는 시온주의자 군대를 공격했다. 포탄이 이스라엘군 레이더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BBC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이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았다면서 “이란은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 우리 전사들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한편, 교전 이틀째인 이날까지 이스라엘에서는 300명 이상이 죽고 1864명이 부상해 사상자 수가 21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군의 이틀째 공습이 이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역시 사상자 수가 2000명 이상(사망자 256명, 부상자 1788명)으로 늘어났다.
하마스·헤즈볼라 공격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외교협회(CFR)의 중동 전문가 스티븐 쿡은 이날 “팔레스타인의 기습 공격이 더 폭넓은 중동 전쟁의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이란은 헤즈볼라와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들의 후원자이며, 헤즈볼라가 자리 잡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일부를 황폐화할 만한 양면전의 위험이 항상 있다”고 했다.
쿡은 최근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한 ‘사법부 개혁’에 반발한 반대파들의 시위가 계속되며 이란과 하마스 등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이 약해지고 분열됐다고 판단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 및 주변국들은 확전 자제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가장 강력한 방식(in the strongest terms)으로 비판한다”면서 “민간인 피해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양측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했다.
중동의 주변국들은 양측 중재를 자처하거나 확전을 억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하마스의 근거지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이날 “현재 상황을 끝내기 위해 영향력 있는 당사국과 치열하게 접촉하고 있다”며 “폭력 확대는 휴전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논의 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체계적인 도발이 반복되면 긴장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중립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하마스 공습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이란은 분쟁 촉발의 원인으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 “이번 작전은 (이스라엘로부터)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며 정당방위”라며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지지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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