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 북진 중…1977년 이래 '10월 태풍' 없었는데, 경로는
2012년 한반도를 할퀸 태풍 볼라벤과 같은 이름의 태풍이 괌 인근 해상에서 북진하고 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2023년 15호 태풍 볼라벤은 지난 7일 괌 동남동쪽 해상에서 발생해 세력을 키우고 있다. 12일에는 강도 '매우 강'으로 진화해 13일 오전 9시 괌 북쪽 약 960km 부근 해상을 지날 전망이다. '매우 강' 태풍은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당 44m(시간당 159.4km)로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세기다.
기상청 태풍 예보(향후 5일 치 전망)에 따르면 볼라벤은 13일 일본 도쿄 동남쪽 해상을 향해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은 것으로 기상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전 세계서 가장 권위 있는 예측 모델인 유럽중기예보청(ECMWF) 등 주요국 수퍼컴퓨터는 볼라벤이 일본 남해 상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북동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측 모델은 각국 기상 당국의 공식 예보가 아닌, 분석 자료로 기상 상황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기상청은 한국, 유럽 등 주요국 수퍼컴 분석 결과와 그 밖의 데이터를 종합해 5일 치 태풍 예보를 한다.
통상 10월 태풍은 한반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7년 이래 한국에 상륙한 10월 태풍은 없었다. 최근 20년 사이 10월 발생 태풍 72건 중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은 2개(2013년 다나스, 2014년 봉퐁)뿐이었다.
문제는 올해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기후변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는 데 있다. 여름 더위가 9월까지 이어지면서 가을 태풍(9~10월 발생 태풍)의 위력과 가을 태풍이 한반도에 주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최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 등을 통해 1980년부터 2000년까지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한반도에서는 여름 태풍이 약해지고, 가을 태풍이 강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9월 기온이 오르면서 한반도 동남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북아시아를 이전처럼 잘 빠져나가지 않는 양상을 보이는 등 태풍이 한반도 가까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나면서 가을 태풍이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일본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태풍의 진로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지난 8월 남한을 관통한 태풍 '카눈'도 초기에는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던 중 일본 상공에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향했다.
북서풍 부는 한반도, 볼라벤 영향 가능성↓
다만 현재 상황에서 15호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문일주 교수는 "가을 태풍의 한반도 접근 가능성은 전반적으로 커졌지만, 현재는 한반도가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고 있어 볼라벤이 한반도 근처로 올라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볼라벤의 향후 진로가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고기압의 세력 변화 양상에 따라 달라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2012년 8월 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은 남한에서만 사망·실종 25명, 북한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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