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 대행 만들기” vs “후보 자질 문제”…이균용 부결 후폭풍

김효성 2023. 10. 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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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관련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지 사흘째인 8일에도 후폭풍은 이어졌다. ‘당론 부결’을 택한 야권을 향해 여권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재판지연 전략”이라고 맹비난을 퍼붓고 야권이 “자질부족 후보를 낸 것이 잘못”이라고 받아치면서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여야는 갈등을 벌일 때도 대법원장 후보에 대해서 만큼은 법원의 안정적 운영과 사법부 독립을 위해 대승적으로 인준해왔다”며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하나의 이탈표도 허용할 수 없다’면서 당론 부결을 밀어붙였으니 다분히 정략적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 관련 재판과 민주당의 ‘돈 봉투 전당대회’ 관련 재판이 예정돼 있는데, 당론 부결 이유가 재판지연이라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셈”이라며 야권을 겨냥했다. 김기현 대표도 지난 6일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열린 야당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의 의도는 사법부 공백을 장기화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권이 당론 부결 사유로 지적한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문제에 대해서도 여권은 “작은 잘못을 부풀리는 ‘침소봉대’의 전형이자, 부결을 위한 변명거리에 불과하다”(정점식 의원)고 반박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6일 오후 이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여권은 민주당이 부결을 주도한 데엔 내년 4·10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성남FC후원금 등 각종 의혹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신속재판’을 약속해 온 이 후보자가 임명돼 재판에 속도가 나면 야권이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게 여권 시각이다. 여권 관계자는 “만에 하나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면 그간 ‘조작 수사’를 주장해 온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선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보니 리스크를 줄이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여권에서는 “‘김명수 시즌2’를 위한 부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하면서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데 이번 부결로 대법원장 공백은 2개월가량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안 대법관은 내년 1월 1일로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때까지 신임 대법원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김선수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직을 넘겨받는다. 김 대법관은 노동·인권변호사 출신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냈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권에 호의적인 ‘김명수 체제’의 연장선 상에서 ‘김선수 권한대행 체제’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무조건 부결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김선수 권한대행’ 체제에서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여권의 부담이다.

2018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선수 대법관(왼쪽 첫째), 노정희 대법관(왼쪽 넷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 셋째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면에 야권은 “이 후보자의 자질 부족이 부결로 연결된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민주당 간사를 지낸 박용진 의원은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자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해 반대표를 던진 것이지, 정략적인 판단을 한 것이 아니다”며 “특히 이재명 대표 재판은 아직 1심 선고도 내려지지 않았는데, 대법원 판결을 주관하는 대법원장의 임명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얘기”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검증한 뒤 표결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며 “‘무조건 부결’을 정해놨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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