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김우민부터 임시현·문동주·정우영까지…한국 스포츠 밝힌 10대 스타는? [항저우AG 결산②]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46억 아시아인의 축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2주간의 열전을 마쳤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의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 미래를 한층 밝혀줄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한국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당초 목표치였던 최소 44개의 금메달 획득이 불발됐다. 대한체육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한달 전 ▲수영 6개 ▲양궁 6개 ▲태권도 4개 ▲근대5종 4개 ▲소프트테니스(정구) 3개 ▲바둑 3개 ▲배드민턴 2개 ▲골프 2개 ▲사격 2개 ▲스포츠클라이밍 2개 ▲유도 2개 ▲롤러 2개 ▲e-스포츠 2개 등 구체적인 개수를 제시했지만 몇몇 종목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금메달 42개를 획득,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41년 만에 역대 최저 금메달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내년 파리 올림픽과 3년 뒤 일본 나고야-아이치현에서 열리는 2026 아시안게임에서 더 큰 영광을 안겨 줄 라이징 스타들이 항저우에서 펄펄 날았다는 점은 큰 소득이다.
먼저 수영은 '황금세대'의 출현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초반 한국의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수영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박태환이 홀로 빛났던 것과 다르게 남녀 대표팀 모두 단체로 뚜렷한 성과를 냈다.
한국 수영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먼저 단거리의 간판 황선우가 남자 자유형 100m 동메달을 시작으로 주종목 자유형 200m 금메달로 아시아 최강을 확인했다.
자유형 200m 금메달의 경우 1분44초40으로 이 종목 한국 신기록과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월드 클래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세계선수권 입상에 성공한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입증했다.
중장거리의 에이스 김우민은 자유형 400m와 800m를 석권했다. 황선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종목에서는 아시아권에서 적수가 없었다. 자유형 800m는 7분46초03의 한국 신기록과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수립했다. 레이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독주를 펼치면서 자신이 아시아 No.1이라는 걸 보여줬다.
황선우, 김우민 '원투펀치'와 양재훈, 이호준 등 4명이 호흡을 맞춘 남자 800m 계영에서 7분01초73의 아시아신기록을 수립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수영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수영은 2000년대 중반 박태환이 2006 도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과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전성기를 맞기도 했지만 박태환 홀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항저우에서는 한국 수영 대표팀 전체가 강해졌고 수많은 스타가 탄생했다.
황선우, 김우민 모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파리 올림픽 입상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귀국 직후 짧은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담금질에 돌입한다.
양궁에서는 새로운 '신궁'이 탄생했다. 임시현은 여자 단체전, 남녀 혼성 단체전,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석관하고 3관왕에 등극했다. 올해 20살인 임시현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출전권을 따내더니 생애 처음으로 밟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누구보다 높게 날아올랐다.
여자 개인전 결승 상대는 대표팀 선배 안산이었다. 한국의 집안 싸움으로 펼쳐진 이 경기에서 임시현은 자신이 현재 아시아 최고의 선수라는 걸 마음껏 뽐냈다.
도쿄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안산을 상대로 경기 내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뽐냈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이번 대회 공식 MVP까지 차지하며 누구보다 기분 좋게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국의 양궁 종목 아시안게임 3관왕은 37년 만이다.
임시현의 등장은 내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 전선도 밝혔다. 여자 단체전은 물론 혼성 단체전, 여자 개인전까지 안산에 이어 또 한 번 3관왕에 도전할 수 있는 후발 주자가 등장했다.
여자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도 2관왕에 오르며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었다. 안세영은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지난 7일 저녁 여자 단식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국의 천위페이를 상대로 경기 중 무릎 통증이 악화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금메달을 향한 집념을 발휘했고 혈투 끝에 마지막 순간 웃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배출했다.
안세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2강전, 2021년 도쿄 올림픽 8강전에서 천위페이에 막혀 탈락했던 아픔을 털어냈다. 기세를 몰아 내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게 됐다.
여자 탁구의 간판 '삐약이' 신유빈도 전지희와 짝을 이룬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탁구의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추교성-이철승 조, 여자복식 이은실-석은미 조의 금메달 이후 끊겼던 금맥을 신유빈이 다시 캤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남북대결로 펼쳐진 여자 복식 결승에서 환상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여자 복식 세계랭킹 1위에 걸맞은 퍼포먼스로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신유빈은 여자 단체전과 단식, 혼합 복식 동메달을 따내며 데뷔 후 처음으로 출전한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었지만 금메달에 대한 갈증이 컸다. 어린시절부터 상상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꿈이 항저우에서 이뤄졌다.
신유빈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발판으로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한국 탁구의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은 2004 아테네 대회 남자 단식의 유승민이다.
한국 역도에서도 '포스트 장미란' 선두 주자로 불리는 박혜정이 해냈다. 역도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5㎏, 용상 169㎏, 합계 294㎏을 들어 올리며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 우승한 것은 2010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 75㎏ 이상)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후 13년 만이어서 더욱 뜻이 깊었다. 아울러 장 차관과 같은 체급이어서 상징성도 돋보인다. 박혜정은 지난달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같은 체급에서 장 차관도 하지 못했던 인상, 용상, 합계 싹쓸이 우승을 일궈낸 적이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스타에 목마른 한국 역도의 고민을 해결해 줄 1순위임을 알리면서 내년 파리 올림픽 메달 꿈까지 크게 키웠다.
나란히 금메달을 따낸 야구와 축구에서도 향후 10년 이상 미래를 책임져 줄 스타들이 나왔다. 야구대표팀의 문동주는 지난 7일 대만과의 금메달 결정전에서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문동주는 대만과 조별리그 경기에서 4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아픔을 한풀이하듯 금메달 결정전에서 150km 중반대 강속구를 펑펑 꽂아 넣었다. 6회말 실점 위기를 멋지게 극복하고 포효하는 모습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최근 몇년간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더뎌 국제대회 때마다 고전했던 한국 야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문동주라는 보석을 얻었다. 문동주가 항저우에서 대한민국의 1선발로 우뚝 섰다.
연이은 국제대회 부진으로 침체에 빠졌던 한국 야구는 문동주라는 에이스의 등장으로 오는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과 내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도 기대감이 높아졌다.
축구에서는 정우영의 존재감이 빛났다. 6경기에서 8골을 폭발시켜 득점왕과 함께 한국에 아시안게임 축구 3회 연속 금메달을 안겨줬다.
정우영은 한국이 금메달로 가는 길목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조별리그 1차전 쿠웨이트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하더니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에서 이강인의 어시스트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린 뒤 추가골까지 책임졌다.
일본과 결승전에서도 정우영은 반짝였다. 한국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27분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자칫 경기 흐름이 크게 꼬일 수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다시 되찾아 준 천금 같은 득점이었다.
정우영은 1990 베이징 대회 서정원(4골), 1994 히로시마 대회 황선홍(11골), 2019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황의조(9골)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4번째 아시안게임 득점왕의 영예도 안았다.
정우영은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VfB 슈투트가르트에서 활약 중인 가운데 금메달 획득에 따른 병역 특례 혜택을 받으며 자신의 유럽 생활 커리어에도 순풍이 불게 됐다.
여자 골프의 유현조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배출한 스탕였다. 고등학교 3학년인 유현조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은메달의 기쁨과 값진 경험을 얻었다.
유현조는 아마추어 고등학생임에도 중국의 쟁쟁한 프로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 당당히 시상대에 올랐다. 여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태국의 아르피차야 유볼과 은메달을 차지한 인도의 아디티 아쇼크는 현재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중국은 인눠닝, 린시위, 류위 등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키기도 했다.
유현조는 "아마추어 마지막 대회라 더 뜻깊었다"고 아시안게임을 돌아본 유현조는 "앞으로 KLPGA 투어를 통해 실력을 키워서 미국 무대 진출 꿈을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을 따냈다. 현역 최고의 점퍼 카타르의 바르심의 밀려 금메달 획득은 불발됐지만 결승에서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메이저대회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줘 6만여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우상혁은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아쉬움보다는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입상권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4위로 메달까지 한걸음이 모자랐던 가운데 파리에서는 시상대에 오르는 게 목표다.
한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8일 저녁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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