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하태경의 서울行…"비명계 공천학살 오나" 野가 더 뒤숭숭
여당세가 강한 부산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선언하자 국민의힘에선 격려와 응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선 공천 혁신 요구가 터져나오는 등 여야가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에선 '하 의원 등이 지역구 이동 움직임이 '공천 혁신'과 결합해 비명(非明·비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의 공천 배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8일 강서구청장 선거 유세 현장에서 “하태경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살신성인 정신으로 서울쪽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을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이 전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저의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제 고향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당 지도부의 첫 평가다. 국민의힘에선 그간 “큰 마음을 존경한다”(박수영 의원)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행운을 빈다”(이용호 의원) “격렬하게 응원한다”(김영우 전 의원)는 등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
민주당에서도 이를 계기로 혁신 요구가 터져 나왔다. 김두관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거론하며 “총선은 결국 인물 경쟁·혁신 경쟁이고, 혁신은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 민주당이 이런 혁신 경쟁에서 국민의힘에 뒤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가르고 싶으면 친명(親明·친이재명), 비명으로 가를 것이 아니라 혁신과 기득권으로 갈라야 한다”며 “지금은 갈라치기의 바람이 아니라 혁신의 당풍이 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취지의 김 의원 주장은 그간 당내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제기해온 주장과 닮아있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 7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역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하며, 3선 이상 다선은 4분의 3 이상이 물갈이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한 현역 국회의원에 대해 총선 후보자 경선에서 득표율의 50%를 감산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엔 힘을 크게 받지 못했던 이런 주장이 지난달 원내지도부 교체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새 원내대표에 오른 홍익표 의원이 지난해 서울 서초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본인의 3선 텃밭이었던 서울 성동갑 지역구를 내려놓은 상태라서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홍 원내대표 당선 직후 “민주당 공천혁신을 위해 3선 이상 중진의 험지 출마를 강력히 요구한다”는 환영 메시지를 발표했다가 곧장 철회했다. 하지만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실제로 “홍 원내대표 결단이 당내 다선 의원들에 대한 공천 학살 명분이 될 수 있다”(서울 초선 의원)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공천 혁신 요구가 민주당의 극심한 계파 갈등과 결합해 비명계 공천 학살로 변모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실제 친명계 유튜버들은 최근 비명계 학살을 위한 공천 설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동형TV’는 지난 4일 방송서 “경선에서 친명과 반명 구도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형씨는 “걱정되는 건 우리(친명)끼리 싸우는 것”이라면서 일부 친명계 인사들을 거명하며 “반명인데 약해, 경선 가면 이길 수 있는 게(지역구가) 눈에 보이는데 그걸 왜 못 찾아가냐”고 답답해했다. 주변 패널들이 “일산에 홍정민·이용우”를 거론하자 이씨는 “그렇지, 똑똑하다 이XX들” 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 최근 행보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 대표는 단식 치료를 위해 입원한 와중에도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진석범 당대표 특보(경기 화성을·이원욱 의원 지역구), 김기표 변호사(경기 부천을·설훈 의원 지역구) 등을 만나 양 손을 꼭 붙잡고 사진을 찍어줬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사실상 공천 학살을 예고한 것”(중앙당직자)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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