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범벅 탕후루 가격 오를라"…설탕값, 13년 만에 최고

정진호 2023. 10. 8. 16: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물가 안정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특히 우려가 커지는 건 일부 곡물과 설탕 가격 상승이다. 우유 원유 가격 인상으로 식음료 가격도 오름세다. 설탕·쌀·우유 등 대표적인 흰색 식품 위주로 가격이 오르는 ‘화이트플레이션’(화이트+인플레이션)이 닥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 회복이 둔화한 상황에서 가계소비가 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탕값, 13년 만에 최고


8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162.7로, 전월보다 8.8% 올랐다. 설탕 가격지수가 두 달 연속으로 오르면서 2010년 11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중 하나인 인도에 가뭄이 발생하면서 사탕수수 수확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다. 생산량이 줄자 인도는 설탕 수출을 제한했고, 설탕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4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서울디저트페어' 한 부스에서 판매용 탕후루를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는 이달부터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 수출 제한 조치를 확대했다. 설탕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가공식품·외식 물가 인상과 직결된다. 최근 유행하는 탕후루의 경우 핵심 재료는 설탕이다. 원재료 가격이 오른 데다 많은 수요까지 이어지고 있어 젊은층이 주로 찾는 탕후루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인도발 국제 쌀 가격 비상


설탕을 비롯해 국제 곡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했다가 올해 들어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으나 일부 품목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인도발 가격 상승은 쌀에서도 나타났다. 국제곡물가격이사회에 따르면 지난 4일 태국산 쌀은 t당 59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8월(t당 652달러)보단 소폭 떨어졌지만, 8~9월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공공비축미 수매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는 쌀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자 내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백미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쌀 수입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주요 곡물인 쌀 가격 상승이 다른 곡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효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인도의 수출 제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쌀로 시작해 다른 곡물 가격이 순차적으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나타난 ‘화이트플레이션’


곡물이나 설탕의 국제가격 인상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지만, 일부 제품은 물가 상승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쌀은 1년 전보다 14.5% 올랐다. 설탕(16.9%), 우유(9.3%) 등 ‘화이트플레이션’의 품목들 모두 전체 물가상승률(3.7%)를 크게 상회했다.
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우유 판매대.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파로 1일부터 흰 우유 제품을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연합뉴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국제곡물 가격 상승이 가공식품 등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데까진 3~6개월 시차가 있다”며 “식품의 경우 원재료가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만큼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낙농진흥회가 지난 1일부터 오른 원윳값을 적용하면서 흰 우유 등 음용유용 원유는 L당 88원, 치즈와 분유 등 가공 유제품 사용 원유는 L당 87원 각각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은 우유 가격 출고가를 인상했고,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높였다.

내수 둔화에 기름 붓나


고물가 부담으로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내수엔 경고등이 켜졌다. 실제 지난 8월 대표적인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 8월보다 5.2% 하락하면서 2020년 3월(-7.1%)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7월에 호우라는 일시적 요인으로 소매판매가 감소했다면, 8월엔 ‘플러스’가 나와야 하는데 8월도 ‘마이너스’라는 건 지금 소비가 안 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