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베이대로·타운·제니스 교차로, 선 넘은 외국어 사용

윤성효 2023. 10. 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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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창원-김해 표지판에 외국어 수두룩...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은 국어기본법 위반"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윤성효 기자]

 창원마산 가포신항 쪽에 있는 '드림베이대로' 표지판.
ⓒ 윤성효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께서 살아 계신다면 도로에 걸려 있는 표지판을 보고 제대로 찾아 올 수 있을까."

경남지역 도로에 있는 '드림베이대로', '타운', '국제슬로시티', '이마트 사거리', '제니스 교차로' 등 표지판을 볼 때마다 드는 물음이다. 한글날이라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도로에 내건 안내판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

'드림베이대로(Dream bay-daero)'는 창원 마산합포구 해운동삼거리에서 가포신항 앞을 지나 덕동동까지 총연장 5.1km 구간 도로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로 하면 '드림'은 '꿈'이고, '베이'는 '항만' 내지 '들어앉은 땅'이라는 뜻이다. 2010년 창원·진해와 행정통합하기 전인 옛 마산시가 내세웠던 '드림베이(꿈의 항만 도시)'에서 따와서 붙인 도로 명칭이다.

'드림베이대로'가 아니라 '꿈의항만대로'라고 하든지, 아니면 해당 지역을 붙여 '가포신항대로'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김해 율하동에 조성되어 있는 식당 쪽 도로에 '율하먹(을)거리타운'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율하에 있는 맛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라는 의미인데, 굳이 외래어인 '타운'이라는 말을 쓰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율하먹거리타운'이 아니라 '율하먹거리동네' 내지 '골목' '촌' '구역'이라고 붙이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김해 곳곳에 '국제슬로시티김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이 김해시를 지정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외래어 '슬로시티'는 '느리게 걷는 도시'라는 의미다. '슬로시티'를 썼다면 앞에 있는 '국제'도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이라고 표현을 해야 한다. '국제'는 한글로 하면서 '슬로시티'만 외래어를 가져온 것이다.

'국제 슬로시티 김해'가 아니라 '국제 느리게 걷는 도시 김해'라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김해 거리에 세워진 '국제 슬로시티 김해' 안내 시설.
ⓒ 윤성효
 
'제니스 교차로'는 김해시 주촌면에 있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주촌두산위브더제니스)가 들어서고, 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마트 사거리'는 창원 중앙동에 이마트 창원점 옆에 있다.

특정 업체와 관련한 단어를 도로 관련 명칭으로 쓴 것이다.

외래어나 외국어를 쓴 도로 표지판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장인 장시광 교수(국어국문학)는 "외래어를 쓰면 무엇인가 있어 보이고 과시하려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라며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은 외래어를 쓰는 게 외려 촌스러워 보인다. 우리말로 표기할 수 있는데도 굳이 외래어를 쓰야 하느냐. 우리말을 홀대하면 안된다. 지금은 우리말을 더 중시해야 하는 시대다"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드림베이대로'에 대해 "그런 도로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 '꿈의항만대로' 내지 '꿈날대로'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타운'에 대해 "맛집이 모여 있다는 의미이기에 '구역' 내지 '골목'으로 표현하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제안했다.

또 그는 '슬로시티'에 대해 "'느림도시' 내지 '느리게 걷는 도시'라는 의미다. 슬로시티라고 썼더라도 그 옆에 괄호를 해서 우리말로 표현해 놓을 필요가 있다"라고, 업체명을 딴 명칭에 대해 "업체 홍보다. 해당 지역과 관련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책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지요>를 펴낸 이우기 저자는 "국어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라며 "지방자치단체에 딸린 기관, 사업, 행사, 도로의 이름과 발전 구호, 정책 내용 등에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국어기본법 위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화 시대에 맞춰 외국인을 배려하는 것은 필요하다. 우리말을 외국어로 정확하게 번역하여 보여주는 것은 배려이지만,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섞어 사용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라며 "거리 이름을 외국어로 지어놓고 우리말로 어떻게 바꿀까를 고민하는 건 말이 안되고, 처음부터 우리말로 어떻게 지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드림베이대로에 대해 마산합포구청 관계자는 "옛 마산시가 내세웠던 구호를 따서 붙였고 2012년에 공고를 해서 확정이 되었다"라며 "지역 주민들은 '드림베이'가 무슨 뜻인지 알고 당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명칭을 정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전홍표 창원시의원은 "드림베이대로는 아니라고 본다. 사람도 이름을 지었다가 바꾸기도 한다. 지금은 옛 마산시가 아니고 통합 창원시다. 그 도로명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다만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한글로 바꾸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제시했다.

'국제 슬로시티 김해'에 대해, 김해시청 관계자는 "이태리에 있는 국제슬로시티연맹에서 인정을 받았다. 생태와 자연환경, 문화정책의 가치를 녹여내는 사업을 하고 있다"라며 "연맹에서 받은 명칭 그대로다. 슬로시티라는 글자를 각 나라의 고유 글자에 맞게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앞으로 열릴 연맹 회의 때 제안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김해 율하동 도로에 있는 '율하먹거리타운' 표지판.
ⓒ 윤성효
  
 김해 주촌면 쪽에 있는 '제니스 교차로' 표지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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