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학생 "누가 진짜 괴물인가" 日고레에다 신작 '괴물'
나원정 2023. 10. 8. 14:21
日거장 고레에다 신작 '괴물'
7일 부산국제영화제서 기자회견
학생 인권·교권 보호 소재 다뤄
칸영화제 각본상…"어른 역할 질문"
7일 부산국제영화제서 기자회견
학생 인권·교권 보호 소재 다뤄
칸영화제 각본상…"어른 역할 질문"
초등학생 아이의 말수가 부쩍 줄었다. 학교에 신고 간 신발은 한쪽만 사라졌다. 아이는 자학하는 듯한 이상한 말도 한다.
부모로선 걱정될 만한 정황이다. 누가 네게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묻자, 아이는 뜻밖에도 담임 교사의 이름을 댄다.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선생님이 그랬어요.”
일본의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2)의 신작 ‘괴물’은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교실 문제를 전면에 다룬 작품이다. 5학년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걱정스러운 변화에 학교로 달려간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학교 측의 진심 없는 사죄, 매뉴얼만 따지는 태도에 화가 난다. 하지만 교사들도 사정이 있다.
━
이 영화는 ‘브로커’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을 받은 그가 일본에 돌아가 찍은 작품이다. 한국에선 6일 제28회 부산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첫 공개 됐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됐던 아동 학대 소재 드라마 ‘마더’(2010)로 화제를 모은 인기 극작가 사카모토 유지가 다시 펜을 들었다. 평소 직접 각본을 써온 고레에다 감독이 유지의 시나리오 연출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영화화가 성사됐다. 올초 작고한 일본 유명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고작이기도 하다.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 유작…편지로 작업
이 영화는 ‘브로커’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을 받은 그가 일본에 돌아가 찍은 작품이다. 한국에선 6일 제28회 부산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첫 공개 됐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됐던 아동 학대 소재 드라마 ‘마더’(2010)로 화제를 모은 인기 극작가 사카모토 유지가 다시 펜을 들었다. 평소 직접 각본을 써온 고레에다 감독이 유지의 시나리오 연출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영화화가 성사됐다. 올초 작고한 일본 유명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고작이기도 하다.
7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괴물’ 기자회견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 중 정말 존경하는 두 분과 아주 값진 경험을 했다”면서 투병 중이던 사카모토 류이치에 대해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제가 편지를 보내면 사카모토로부터 음악이 오는 작업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
영화는 같은 시간대의 상황을 학부모‧교사‧아이, 각각의 시선에서 차례로 바라본 3부로 구성됐다. 뜬소문이 부추긴 오해와 분노를 한꺼풀씩 벗겨내며 아픈 진실에 다가간다. 아이들이 놀이하듯 부르는 “누가 진짜 괴물인가”에 대한 답을 영화 말미 관객 각자가 떠올리게 된다.
영화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각본상을 받았다. 남동철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 대행은 “학생 인권, 교권 보호 등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한다면 봐야 할 영화”라고 소개했다.
남동철 "학생 인권? 교권 보호? 봐야 할 영화"
영화는 같은 시간대의 상황을 학부모‧교사‧아이, 각각의 시선에서 차례로 바라본 3부로 구성됐다. 뜬소문이 부추긴 오해와 분노를 한꺼풀씩 벗겨내며 아픈 진실에 다가간다. 아이들이 놀이하듯 부르는 “누가 진짜 괴물인가”에 대한 답을 영화 말미 관객 각자가 떠올리게 된다.
영화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각본상을 받았다. 남동철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 대행은 “학생 인권, 교권 보호 등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한다면 봐야 할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는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 의도이기도 하다. 그는 “어른들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걸 해야 하는가 질문하고 싶었다”면서 “사카모토 유지는 못된 작가다. 관객에게 일부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계속 포함돼있다. 보고 있으면 주변 등장인물들처럼 우리도 소년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쪽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책(각본)”이라 칭찬했다.
오디션으로 발탁한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섬세하다. 또 다른 소년 주인공 호시카와 요리를 연기한 배우 히이라기 히나타(12)는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영화”라고 했다. 공동 주연 쿠로카와 소야(14)는 “평소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종종 착각하게 되거나 마음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영화를 보면서 내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말함으로써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도”라고 말했다.
오디션으로 발탁한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섬세하다. 또 다른 소년 주인공 호시카와 요리를 연기한 배우 히이라기 히나타(12)는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영화”라고 했다. 공동 주연 쿠로카와 소야(14)는 “평소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종종 착각하게 되거나 마음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영화를 보면서 내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말함으로써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도”라고 말했다.
━
사카모토가 "내 음악이 방해되지 않길" 바란 그 소리
고레에다 감독은 전작들에서 아역 배우들의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표현해왔다. 그는 “평소 아역 배우들이 사용하는 말, 말투로 대본 수정 과정을 거쳐왔는데 ‘괴물’은 성인 연기자와 마찬가지로 대본 리딩을 함께 하고 리허설을 통해 장면을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세 가지 다른 시각의 미묘한 차이까지 드러내야 주제가 전달되는 정교한 작품 구조 때문이다.
특히 교정에서 들려오는 관악기의 불협화음이 1부에선 알 수 없는 소음처럼 들렸지만 3부에 이르러 뭉클한 화음으로 다가오는 편집이 탁월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 유지의 플롯에서 가장 끌렸던 것이 이 음악 교실 장면이라고 했다. “사카모토 유지는 일본에서 대사량이 많은 작가로 알려졌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이야기 전달의 핵심적인 부분은 대사나 말에 의지하지 않고 표현하는 그런 각본을 쓴다. 이번 영화도 악기 소리로 표현한다. 이 장면을 찍는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기쁨이 느껴졌다”면서다.
특히 교정에서 들려오는 관악기의 불협화음이 1부에선 알 수 없는 소음처럼 들렸지만 3부에 이르러 뭉클한 화음으로 다가오는 편집이 탁월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 유지의 플롯에서 가장 끌렸던 것이 이 음악 교실 장면이라고 했다. “사카모토 유지는 일본에서 대사량이 많은 작가로 알려졌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이야기 전달의 핵심적인 부분은 대사나 말에 의지하지 않고 표현하는 그런 각본을 쓴다. 이번 영화도 악기 소리로 표현한다. 이 장면을 찍는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기쁨이 느껴졌다”면서다.
━
"공감 중요하지만, 영화란 그 너머 무언가 있지 않나"
또 “출연 배우 다나카 유카씨가 이 장면에서 본인이 악기 소리를 내고 싶다고 해서 촬영 1년 전부터 호른 악기를 연습해 촬영 현장에서 직접 불었다”면서 “사카모토 류이치씨도 편집된 영상을 보내드렸을 때 이 음악 교실 소리가 너무 좋다면서 내 음악이 이 소리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제게 보내주셨다”고 돌이켰다.
2018년 플롯 형태의 원본 글을 받아 영화를 완성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고레에다 감독은 “원래 각본은 3시간 분량이었다”면서 “사카모토 유지와 함께 각색 작업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 정보를 감추고, 어떤 부분을 공유할 것인가 함께 생각해나갔다”고 했다. 이어 “이 마을을 어떤 곳으로 설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야기”라면서 “불과 물이 플롯에서 상징적으로 쓰였는데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공감, 공유도 중요하지만, 영화란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가 중요하지 않나. 이번 작품도 그것을 지향하는 시나리오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괴물’은 올해 말 한국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2018년 플롯 형태의 원본 글을 받아 영화를 완성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고레에다 감독은 “원래 각본은 3시간 분량이었다”면서 “사카모토 유지와 함께 각색 작업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 정보를 감추고, 어떤 부분을 공유할 것인가 함께 생각해나갔다”고 했다. 이어 “이 마을을 어떤 곳으로 설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야기”라면서 “불과 물이 플롯에서 상징적으로 쓰였는데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공감, 공유도 중요하지만, 영화란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가 중요하지 않나. 이번 작품도 그것을 지향하는 시나리오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괴물’은 올해 말 한국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임신·결혼 한꺼번에 알린 그룹 라붐 해인 "19세부터 만난 인연" | 중앙일보
- 25만원 여관방, 생선 날랐다…‘조폭 에이스’ 마흔에 닥친 일 | 중앙일보
- 朴 커터칼 테러때 도착한 쇠고기, 거기엔 아베 편지 있었다 [박근혜 회고록 2] | 중앙일보
- 해외 놀래킨 '벌떼 축구'…1983년 멕시코 4강 신화 박종환 별세 | 중앙일보
- 소름 돋게 잘 맞는 나의 오늘 운세는? | 중앙일보
- '20대 뺨치는 복근' 65세 호주여성…50대 몸짱 황석정과 공통점 | 중앙일보
- “그렇게 운동해도 살 안 빠져” 매일 40㎞ 달린 ‘미친 연구’ | 중앙일보
- '892명 식중독' 원인에 발칵…곽튜브도 극찬한 '일본 별미' 뭐길래 | 중앙일보
- 뇌가 보내는 위험신호 놓치지 마라…암보다 더 두려운 이 병 | 중앙일보
- 50년 숨겨진 에버랜드 2만평 숲…특별한 캠핑장으로 변신하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