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웠던 결승전 주심…한국 금메달 확정 후 보여준 뜻밖의 배려 [항저우 비하인드]

김지수 기자 2023. 10.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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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류중일호와 한국 야구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심판이 마지막 순간에는 뜻밖의 배려를 보여줬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위닝 볼(Winning Ball)을 직접 배달하고 자신의 임무를 끝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7일 중국 항저우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Baseball)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결정전에서 대만을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1998 방콕, 2002 부산,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통산 6번째 금메달을 품었다. 4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고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에 애국가를 울렸다.

한국은 지난 2일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대만에 당한 0-4 패배의 아픔을 되갚기 위해 금메달 결정전 초반부터 대만을 몰아붙였다. 선발투수로 출격한 문동주(한화)는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대만 방망이를 잠재웠다.

타선도 경기 초반 집중력을 발휘했다. 2회초 김주원(NC)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와 대만 선발투수 린위민(Lin Yu-min)의 폭투로 추가점을 얻어 2-0의 리드를 잡았다.

한국은 꾸준히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6회초부터 마운드에 오른 대만 두 번째 투수 류즈롱(LIU Chih-Jung)의 구위에 눌려 점수 차를 더 벌리지는 못했다. 대신 최지민(KIA)과 박영현(KT)이 각각 7, 8회말 대만의 추격을 1이닝 무실점으로 봉쇄하면서 금메달에 점점 가까워졌다.

류중일 감독은 9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금메달까지 남아 있는 아웃 카운트 3개를 고우석(LG)에 맡겼다. 고우석은 지난 2일 대만전에서 1이닝 2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전력 투구를 펼쳤다. 선두타자를 내야 뜬공으로 잡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고우석이 대만 3번타자 린리를 상대할 때부터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오락가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TV 중계 화면상으로는 스트라이크 존에 꽂힌 공들이 연이어 볼로 판정됐다. 

고우석과 포수 김형준(NC)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지만 주심 판정에 일관성이 없었다. 외려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해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고우석은 잠시 마운드에 주저앉는 등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형준도 심판에게 항의를 하지 못했을뿐 판정에 납득할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고우석은 석연치 않은 스트라이크 판정 여파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린리와 린안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1사 1·2루 위기에 몰리면서 그라운드에는 점점 긴장감이 커졌다.

그러나 고우석과 한국 야구는 무너지지 않았다. 고우석이 우녠팅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했고 한국 2루수 김혜성이 1루 주자를 태그 아웃 시킨 뒤 곧바로 1루 송구로 연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1루 쪽 한국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국가대표 커리어 첫 세이브를 따낸 고우석은 눈물을 흘리며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의 부진을 훌훌 털어냈다. 

한국 선수들이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에서 간단한 세리머니를 하기 전에 김형준은 잠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포수 장비를 벗어 놓고 다시 동료들에게 향할 생각이었다.

이때 주심이 김형준에게 다가왔다. 주심은 웃는 얼굴로 "위닝 볼" 한마디를 하고 공을 건네줬다. 한국 1루수 문보경(LG)이 김혜성의 송구를 받아 마지막 27번째 아웃 카운트가 완성된 뒤 흥분한 상태로 글러브를 그라운드에 던지고 동료들과 뒤엉키면서 금메달 기념구가 순간적으로 주인 없어졌다. 주심은 이 공을 습득한 뒤 경기장을 떠나기 전 김형준을 찾아와 전달했다.

김형준은 웃는 얼굴로 위닝 볼을 넘겨받고 잠시 주심에게 9회말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짧게 아쉬움을 표했다. 주심은 대꾸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김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친 뒤 사라졌다. 김형준도 다시 그라운드로 나가 동료들과 금메달을 딴 환희의 순간을 다시 누렸다.

김형준 못지않게 마운드에서 애가 탔을 고우석은 시상식을 마친 뒤 "(9회 스트라이크 판정은) 나도 김형준도 모두 다 아쉬웠다. 끝나고 생각하면 그렇게 병살타로 끝나려고 그렇게 판정이 나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김형준이 9회말 1사 1·2루가 됐을 때 리드를 너무 잘해줬다. 내가 미처 생각 못했던 부분을 형준이가 잘 해줘서 냉정하게 잘 던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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