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년째 억류된 선교사 돌려보내라"…한국인 6명 붙잡아둔 北

박현주 2023. 10. 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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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평양에서 체포된 뒤 10년째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와 관련해 통일부가 "하루속히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북한에 강력히 촉구했다. 현재 북한에는 김 선교사를 포함해 6명의 한국인이 생사도 모른 채 붙잡혀 있다.
2014년 2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가 평양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


"반인륜적 조치 규탄"


8일 통일부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김 선교사가 김정은 정권에 의해 강제 억류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라며 "(이외에)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를 포함해 우리 국민 6명이 본인 의사에 반해 자유를 박탈당한 채 북한에 장기간 억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생사 확인 등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아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어 "정부는 북한 당국의 불법적, 반인륜적 조치를 규탄하며 국제 인권 규약 당사국이기도 한 북한이 하루속히 북한 내 억류 우리 국민들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자유권 규약)은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하여 어떠한 나라로부터도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통일부는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해 일말의 인식이라도 있다면 더 이상 기본적인 인권에 관련된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를 포함한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관련 단체 및 가족과 만난 모습. 뉴스1.


이와 관련, 김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동생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최근 억류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들의 송환을 통해 남북 관계가 발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돌아오지 못하는 6인


현재 북한에는 한국 국적의 선교사 3명과 탈북민 3명이 억류돼 있다. 이날로 억류 10년째를 맞는 김정욱 선교사의 경우 2013년 10월 8일 평양에서 체포돼 이듬해인 2014년 5월 재판에서 한국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북한 매체는 당시 재판에서 김 선교사가 혐의를 일부 인정한 듯이 보도했지만, 당국의 통제 아래 외부 접촉이 차단된 가운데 이뤄진 재판이라 진위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북한 매체는 "동족대결책동에 동조하면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며 김 선교사를 선전·선동 사례로 활용했다.

김영옥 기자


뒤이어 김국기 선교사가 2014년 10월에 북측에 억류됐으며, 두 달 뒤인 같은 해 12월엔 최춘길 선교사가 억류됐다. 북한은 이듬해인 2015년 "남한 간첩 두 명을 체포했다"며 "미국과 괴뢰정보기관의 배후조종과 지령 밑에 최고수뇌부를 어째보려고 날뛴 극악한 테러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두 선교사에게도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한편 북한에 억류된 6명 중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출신 3명도 포함돼 있다. 이 중 북한 당국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사람은 고현철 씨 뿐이다. 나머지 억류 탈북민 2명은 김원호, 함진우라는 이름만 전해지며 구체적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美 병사는 단시간 내 풀어줘


과거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한국인을 돌려보낸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2015년 10월 다섯 달째 붙잡아뒀던 한국계 미국 영주권자인 뉴욕대 학생 주원문 씨를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냈고, 2013년 10월에 2000년대 이후 억류했던 한국인 6명을 판문점을 통해 한꺼번에 송환한 정도다. 현재 억류 중인 6명에 대해선 수년째 생사조차 함구하고 있다. 이들은 변호권, 영사 접견권, 통신·서신 교환의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 채 구금돼있는 실정이다.
2022년 영국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 모습. 코리아퓨처.


반면 미국인 억류자의 경우 2017년 석방 직후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사례를 포함해 결국 송환 조치는 취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에도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킹은 지난 7월 판문점을 통해 월북했다. 북한은 2018년 10월에도 미국 국적의 브루스 바이런 로런스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자 심문 후 한 달 만에 석방했다.


2018년 남북 회담 때 더 요구했어야


이보다 앞서 2018년 5월에는 트럼프 행정부와 전격적인 대화 분위기에 힘입어 북한은 억류 중이던 미국인 3명을 한꺼번에 석방했다. 남북 정상회담만 세 차례 열렸던 2018년 대화 국면 당시 '골든 타임'을 활용해 한국 정부 또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달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 대책팀'을 신설하며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관련 단체 및 가족과 차례로 직접 면담했으며, 통일부는 이들의 송환을 염원하는 취지의 상징물 제작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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