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철벽 수비, 박규현의 눈부신 활약
[곽성호 기자]
▲ 이번 대회 8골로 득점왕 수상에 성공한 정우영, 결승전에서도 동점 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
ⓒ 대한축구협회 |
지난 7일 21시 (한국시간) 항저우 황룡 스포츠 센터에서 펼쳐진 항저우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이 일본을 상대로 완벽한 역전극을 선보이며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활을 걸었던 우리 대표팀은 경기 시작 1분 만에 일본의 기습적인 공격에 무너지며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대표팀 우측면 수비를 파괴했던 일본은 우치노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대표팀 골문을 열었다.
대회 내내 압도적인 모습으로 상대를 눌러왔던 대표팀은 대회 첫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렸으나 이내 상황을 재정비한 후 일본을 압박했다. 전방에 배치된 조영욱-이강인-고영준을 중심으로 일본의 수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던 대표팀은 결국 전반 27분, 동점이라는 결과물을 챙기게 됐다. 대표팀 우측면 수비수 황재원이 일본의 좌측면을 빠르게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렸고 대회 최다 득점자인 정우영이 머리로 일본의 골문을 열어젖히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승부의 균형이 맞춰지자, 우리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강한 압박과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일본의 골문을 노렸다. 동점의 균형을 만든 채 후반에 임했던 대표팀은 전반보다 더욱 강한 공격력과 압박을 선보이며 끝내 역전 골을 만들었다. 후반 10분 황재원은 정우영한테 패스했고 슛으로 연결했다. 정우영의 슈팅은 일본 수비진 몸에 맞고 나왔으나 흐른 공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좋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던 조영욱에게 흘렀고 침착하게 골키퍼 다리 사이로 집어넣으며 역전을 성공시켰다.
역전 골로 흥이 오른 대표팀은 경기 종료 순간까지 일본을 지배했다. 실점으로 다급해진 일본은 후반 33분에 교체 카드 5장을 사용하며 승부수를 띄웠으나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다급했던 일본 플레이를 역이용한 대표팀은 종료 직전까지 교체로 투입된 송민규-안재준-엄원상을 필두로 일본을 몰아세웠다.
아시안 게임을 치르는 동안 황선홍호는 그야말로 '진격의 거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7전 7승 27득점 3실점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작성한 대표팀은 대회 최다 득점자인 정우영(8골)을 필두로 2골 이상 득점을 올린 선수가 무려 6명에 달한다. 이재익, 이한범, 황재원, 설영우와 같은 수비 자원들도 적재적소에 도움과 골을 기록했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앞세워 아시아 무대를 정복한 대표팀은 수비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던 맏형 박진섭을 필두로 이한범, 김태현, 이재익이 차례로 중앙 수비에서 눈부신 활약을 선보였고 측면에서 황재원, 설영우, 최준 역시 환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그리고 대표팀 우승의 숨은 1등 공신 박규현 역시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대표팀 측면 수비를 담당했던 박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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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항저우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최종 명단이 발표됐다. 과거 음주 운전 이력으로 논란이 됐던 이상민(성남) 다음으로 가장 관심이 쏠렸던 부분은 바로 박규현의 발탁이었다.
K리그와 6월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훌륭한 활약을 선보였던 이태석(서울)을 대신해 박규현이 뽑히자 많은 팬은 의구심을 표현했다. 독일 3부 리그에서 활약하며 비교적 눈에 띄지 않았을 뿐더러 A대표팀 소속으로 첫 데뷔전을 가졌던 지난 6월 평가전, 페루와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박규현이었기에 그를 향한 물음표는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그를 향한 물음표가 가득했던 시선은 지난달 19일 아시안 게임 E조 1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선발 출전하며 대표팀의 9대0 대승에 일조했던 박규현은 안정적인 수비력과 공격 상황에서의 적절한 오버래핑으로 주목을 받았다. 1차전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던 그는 2차전 바레인전에서도 90분 내내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대표팀의 조기 토너먼트 진출에 일조했다.
3차전 태국전과 16강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벤치를 지키며 동료들의 활약을 지켜봤던 그는 대회 첫 고비였던 8강전 중국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서 맹활약을 선보이며 그를 향한 평가를 느낌표로 바꾸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공수에 걸쳐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2대0 승리에 일조했던 박규현은 중국 선수와의 몸싸움과 도발에도 영리하게 대처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후 4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휴식을 취한 박규현은 중요했던 일본전에서 선발 출전하며 미친 수비력을 선보였고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공격적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우측 수비수 황재원과는 달리 좌측 수비를 담당했던 박규현은 일본의 측면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일본 측면 공격을 담당했던 마쓰오카와 오쿠다를 계속해서 마주했던 박규현은 완벽한 수비력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공격 상황에서도 정우영의 뒤를 도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공수 양면에 걸쳐서 미친 경기력을 선보인 그는 결국 염원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제2의 김영권, 박규현을 주목하자
대회에서 4경기에 나서며 대표팀 측면 수비를 최준, 황재원, 설영우와 함께 번갈아서 출전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규현은 이제 병역 면제 혜택과 함께 향후 군 문제라는 걸림돌 없이 독일에서의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됐다. 현재 독일 3부리그에 소속된 디나모 드레스던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규현은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표팀의 최후방을 책임졌던 김영권(울산)을 연상시킨다.
186cm의 신장을 보유하고 있는 김영권은 정확한 빌드업 능력과 준수한 속도를 겸비했다. 대인 수비 능력은 그의 최대 강점이다. 박규현 역시 김영권과 비슷한 능력과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183cm로 수비수로서 약간 아쉬운 신체 조건을 보유했으나 정확한 빌드업 능력을 가졌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전담 키커로 활약할 만큼 정확한 킥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왼쪽 풀백과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를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박규현은 향후 대표팀 수비를 10년간 거뜬히 책임질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통해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며 찬사를 받았던 박규현의 시선은 이제 A대표팀과 독일 최상위 무대 진출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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