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WBC 아픔 씻은 고우석의 눈물…"내 노력 보여주고 싶었다" [항저우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아시안게임 4연패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였다. 고우석(LG)은 침착하게 공을 던지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7일 중국 항저우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Shaoxing Baseball&Softball Sports Centre-Baseball)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야구 금메달 결정전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발투수 문동주(한화)가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조별리그 패전의 아픔을 털어냈다. 타선도 2회초에 2점을 뽑으며 대만 선발 린위민 공략에 성공했다.
추가 득점 없이 리드를 지킨 한국은 7회말 최지민(KIA)에 이어 8회말 박영현(KT)이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섰다.
류중일 감독은 2-0으로 앞선 9회말 고우석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고우석은 지난 2일 대만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1이닝 2실점으로 난조를 보인 뒤 승부처에서 중용되지 못했던 가운데 이번 대회 한국 야구의 운명을 짊어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9회말 선두타자 대타 양쩐위를 1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린리와 린안커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1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까지 석연치 않게 바뀐 탓이 컸다. 고우석도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김형준(NC)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고우석은 위기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했다. 우녠팅에게 땅볼을 유도했고 타구를 잡은 2루수 김혜성(키움)이 1루주자를 태그한 뒤 침착하게 1루로 공을 던져 경기를 끝냈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야구 4회 연속 금메달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까지 모두 그라운드에 뛰쳐나왔고, 고우석은 눈물을 흘리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고우석은 2019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에서 첫 태극마크를 단 이후 2021년 도쿄올림픽,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국제대회가 때마다 당당히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의 면모를 뽐내줄 것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부진 또는 부상으로 대회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의 짐을 안고 있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일본과 준결승에서 자신의 베이스 커버 미 하나가 패배의 빌미가 됐던 아픈 기억이 가슴 한켠에 있었다.
올해 WBC에서는 갑작스러운 담 증세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KBO리그에서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우뚝섰지만 태극마크를 달고는 단 한 번도 세이브를 기록하지 못했다. 고우석은 소속팀 복귀 후 국가대표팀에서 제 몫을 해내지 못한 부분을 자책하는 인터뷰를 했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고우석의 국가대표 마수걸이 세이브는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나왔다.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을 믿고 기회를 줬고 고우석 역시 위기를 멋지게 극복하고 동료들과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었다.
고우석은 이 때문에 시상식을 마친 뒤 "(메달이) 무겁다.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며 "(나를 9회에 투입한 게)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었는데 나를 믿어주신 것에 대해 류중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또 전임 감독님이었던 김경문 감독님, 이강철 감독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같이 했던 선배들이 힘써줬던 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오늘 결과로 보답을 할 순 없지만 그날 이후로 계속 성장하려고 노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앞에 나갔던 선수들이 결과를 잘 내서 나는 그냥 숟가락을 올린 것밖에 되진 않는데, 너무 기쁘고 죄송스럽고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9회말 1사 이후 주심의 볼 판정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고우석은 흔들리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복기한 고우석은 "포수 (김)형준이가 더 아쉬워하더라. 나도 아쉬웠다. 근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까 그렇게 병살타가 나오기 위해서 그런 판정이 선언된 것 같다"라며 "형준이가 너무 잘한 게 1사 1·2루가 됐을 때 사인을 잘 냈다. 그러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줬고, 좀 더 냉정하게 던질 수 있었다. 포수 덕분에 이겼다"고 미소를 지었다.
금메달 확정과 함께 소속팀 복귀를 생각한 고우석은 "너무 기쁜데, 남은 시즌이 있으니까 끝나자마자 소속팀 생각이 나더라. 뭔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국제대회에 출전해) 처음으로 애국가를 들었다. 고맙기도 하고 죄송스러웠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선배들이 연락을 했더라. 그걸 보고 나서 더 (감정이) 그랬던 것 같다"고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언급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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