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놀래킨 '벌떼 축구'…1983년 멕시코 4강 신화 박종환 별세
지난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FIFA 20세 이하 월드컵의 전신)에서 대한민국의 4강 신화를 이끈 박종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85세.
대한축구협회는 “박종환 원로가 7일 밤 별세했다”고 8일 밝혔다. 빈소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했다.
박 전 감독은 1938년 황해도 옹진 출생으로 춘천고와 경희대, 대한석탄공사를 거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1960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AFC 20세 이하 아시안컵의 전신)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우승했고, 은퇴 이후에는 지도자와 국제심판 활동을 병행했다.
1970년대 전남기계공고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실업팀인 서울시청(현재는 해체) 감독으로 여러 차례 우승을 이끌며 프로축구 K리그가 출범하기 전 성인 무대에서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1980년부터 1983년까지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을 맡아 2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청소년선수권에 2차례 참가했다. 특히나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역사상 첫 4강에 올랐다. 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이 4강 신화를 쓰기 전까지 한국 축구 역사상 FIFA 주관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박 전 감독이 이끈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코틀랜드에 0-2로 패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이후 개최국 멕시코와 호주를 내리 2-1로 잡고 2승1패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이어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마저 2-1로 잡는 기염을 토하며 4강에 올랐지만, 당시 베베투, 둥가 등이 포진한 최강팀 브라질에 1-2로 패해 결승 진출 문턱에서 멈춰 섰다.
박종환호가 선보인 기동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감탄한 해외 언론이 빨강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한국을 ‘붉은 악령(red furies)’이라 표현한 게 계기가 돼 한국 축구가 ‘붉은 악마(red devils)’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재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의 명칭이기도 하다. 모든 선수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휘몰아치는 특유의 축구 스타일은 ‘벌떼 축구’라는 별칭으로 남았다.
박 전 감독은 1983년 4강 신화를 계기로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승격해 1990년대 중반까지 여러 차례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1996년 아시안컵 본선에서 이란에 2-6으로 완패를 당한 이후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1989년 일화 천마(성남FC의 전신) 창단 감독으로 K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낸 박 전 감독은 프로축구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또 한 번 지도력을 뽐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3년 연속 K리그 우승을 이끌어내 명장 반열에 올랐다. 지난 2001년에는 여자축구연맹의 초대 회장을 맡았고, 이후 대구FC와 성남FC 감독을 맡았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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